조성욱,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 기준은 ‘갑질’?
조성욱,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 기준은 ‘갑질’?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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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갑질’ 프랜차이즈에 ‘면죄부’ 발급 논란... 경찰, 쿠우쿠우 회장·대표 수사 중
김가네 미수금 갑질 논란... 하남돼지집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지난해 과징금 부과받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정부의 ‘코로나19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착한 프랜차이즈’에 선정된 가맹본부들 가운데 ‘갑질’ 논란에 휩싸인 곳들이 여러 곳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갑질기업에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우쿠우 김영기 회장(왼쪽), 강명숙 대표. (사진=쿠우쿠우 홈페이지 갈무리)
쿠우쿠우 김영기 회장(왼쪽), 강명숙 대표. (사진=쿠우쿠우 홈페이지 갈무리)

 

경찰, 쿠우쿠우 ‘횡령·갑질’ 혐의 수사중
초밥 뷔페로 알려진 ‘쿠우쿠우’의 김영기 회장과 그의 부인인 강명숙 대표가 횡령과 배임수재, 강요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김 회장 부부가 납품업체 30여 곳을 압박해 37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쿠우쿠우는 지난 2011년 안산 1호점을 연 뒤 8년 만에 전국 12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초밥뷔페 업계 1위 업체이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쿠우쿠우는 협력업체들에게 계약을 유지하는 대가로 사내 행사 시 각종 협찬을 요구해 최근 4~5년간 37억 원 가량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쿠우쿠우는 식자재 납품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매출액의 최대 20%를 운영지원금 명목으로 챙기는가 하면, 사내행사 때 찬조금 조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어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들도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맹점주들이 영업해 매출을 일정 궤도에 올리면 가맹점 문을 닫게 한 후 근처에 김 회장의 자녀가 운영하는 매장을 열었다는 주장이다. 쿠우쿠우의 전직 임원은 김 회장의 가족들이 이런 방식으로 매장을 확보해 웃돈을 받고 팔았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본사를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곧 김 회장과 강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가맹사업법 위반 등 추가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쿠우쿠우 측은 일부 납품업체에서 운영지원금을 받기는 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했다면서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단가 후려치기나 찬조금 요구 같은 강요 행위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세심하지 못했나
문제는 공정위가 ‘갑질’ 관련 혐의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가맹본부를 ‘착한 프랜차이즈’에 선정한 점이다. 지난달 16일 쿠우쿠우는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을 받았다. 쿠우쿠우가 이를 받은 이유는 지난 2월과 3월 전국 가맹점의 가맹로열티를 100% 지원했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에 연루됐으면서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을 받은 가맹본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남돼지집’의 가맹본부인 하남에프앤비와 김밥 전문 체인점인 ‘김가네’도 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에프앤비의 경우 지난해 4월 가맹희망자들로부터 예치대상인 가맹금을 직접 수령하고, 가맹공개서 등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은 혐의(가맹사업법 위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 회사는 2012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5명의 가맹희망자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치대상 가맹금 총 9억9500만원을 예치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받은 후 가맹희망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도주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맹금을 예치기관을 거쳐 수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가맹희망자에 정보공개서, 인근가맹점 현황문서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고,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65건의 가맹계약을 체결한 혐의도 받는다. 하남돼지집은 2018년 말 기준 195개 가맹점과 9개 직영점을 통해 229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맹본부다.

당시 공정위는 하남에프앤비를 제재하면서 “이번 제재로 가맹본부의 불건전한 거래 관행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가네’도 지난 2017년 12월 몇몇 가맹점에게 식자재 발주시 미수금 주문 가능금액을 30만원으로 갑자기 낮춰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매출의 대부분이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지는데, 입금은 3~5일 후에 되기 때문에 바로 바로 지급해 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본사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 가맹점들을 ‘길들이기’ 차원에서 미수금 한도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가맹계약시 보증금이 엄연히 들어가 있는데 이는 물류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가맹업계에선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원 조금 해준다고 ‘착한 프랜차이즈’를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갑질’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배상도 이뤄지지 않은 채로 공정위가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가맹점주 단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가맹점주 들을 돕겠다며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심각한 사항이 있었던 (가맹본부의) 경우를 고려하는 규정을 넣었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가맹점주 연석회의 관계자는 “감독기관인 공정위가 가맹점들에게 상생을 하라는 의미로 ‘착한 프랜차이즈’라는 (인증을) 주는 걸로 안다”며 “이는 홍보효과를 주는건데 지금처럼 진행되면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겠냐. 세심한 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2일 발표한 ‘착한 프랜차이즈 지원 요건’에 따르면, ▲로열티 인하/면제 ▲필수 품목 가격 인하 ▲광고·판촉비 지원 ▲점포 손해 보전 ▲현금 지원 중 하나에만 해당되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조건을 만족할 경우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최대 0.6%p 인하된 우대 금리로 정책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측은 “‘착한 프랜차이즈’ 요건 5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무조건 발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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