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찬수 연출가 "도깨비-구미호 소재로 대극장 뮤지컬 만들고파"
[인터뷰②] 정찬수 연출가 "도깨비-구미호 소재로 대극장 뮤지컬 만들고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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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인터뷰] 정찬수 연출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 찾고자해" 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영감을 받는 포인트나 소재가 있을까

A. 저는 작품을 집필하거나 연출하는 데 있어서 시작점은 제 자신에 있는 것 같아요. 저로부터 시작하죠. 인생을 많이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험난한 삶과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니까 그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삶의 곡선들이 제 작품의 자양분이 됐던 거죠. 소재를 특정지어서 만들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단은 제 감정에서 많이 시작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관계의 형태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것 같다고 느껴요. 공연계 또한 많이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죠.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존중되고 있는 곳인 것 같아요.


Q. 공연문화계 쪽에서 남녀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저는 애초에 성적인 부분 자체, 성 역할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구분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누나가 둘이어서 그런가, 어릴 적부터 과일도 깎고 설거지나 집안일도 다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구분 짓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리고 저희 누나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했었는데, 사회 속에서 누나들이 당하는 시선이나 피해 등을 보면서 저 스스로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누나들은 굉장히 잘 극복하면서 살아왔고 지금 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요. 누나들한테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주도적으로 삶을 살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편견들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태도나 행동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게 있는데 요즘에 그런 게 굉장히 많이 깨지고 있어요. 쉽게 행동하고 있었구나 하는 지점들을 깨달을 수 있었고, 깨부수고 있죠. 어떻게 보면 과도기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이런 성 역할이나 성적인 부분들을 제거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만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도 있어요. 어떤 배우라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데, 구상만 하고 있는 게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기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지 내 생각을 유지하면서 작품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란 고민도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Q, 내가 잘못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A. 맞아요. 어릴 때는 연극이 사회적인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했었거든요. 요즘 그걸 다시 느끼고 있어요. 문화에서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됐거든요. 사회적 메시지를 빠르게 캐치하고 그걸 빠르게 피드백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는 아무래도 일방적인 매체다 보니 만들고 보여주지만, 공연은 매 순간마다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많은 창작자들이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한다프러덕션
사진 한다프로덕션

 

Q. 평소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있을까

A. 판타지를 사랑합니다. 사실 어릴 때는 산 타고 뛰면서 놀았거든요. 책을 읽을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 와중에 책을 읽을 수 있게 깨닫게 해준 게 무협지였어요. 이게 책인데 열권 스무 권씩 읽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내가 책을 막 읽을 수 있네"란 생각을 했었죠. 그 뒤로 만화책이나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들을 많이 봤었어요. 그렇게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판타지나 무협, 청춘물을 지금도 가장 좋아해요. 그런데 그 장르를 글로 옮기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글로 쓸 때는 어둡고 우울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글을 써놓고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우울한 면을 작품 속에 녹여내서 풀어내는 것 같더라고요. 내년에 올라가게 될 작품 중 하나는 정말 힘들게 쓴 작품이에요. 대사 한 줄 한 줄 내가 너무 많이 투영됐어요. 작품을 집필할 때 정말 우울했어서 글 쓰는 시간을 정말 절제하면서 썼었어요. 그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계속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혹은 인상 깊은 대사나 구절이 있다면

A. 저는 <테레즈 라캥>이라는 작품에서 타이틀로 나왔던 "나는 내가 구원해"라는 대사를 좋아해요. 포스터에 등장했던 대사거든요. 저는 작가지만 텍스트에 집착하지는 않아요. 어떤 대사든 간에 그걸 플레이하는 배우들의 따라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애드리브와 관련해서 지난번에 물어보셨을 때도 말했는데, 저는 조금 허용하는 편이에요. 배우들이 봤을 때 제가 보지 못했던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살아났을 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잘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대본을 보시면 아실 텐데 되게 심플한 대사들이 많아요. 간단 명료 하지만 해석하는 것에 따라서 뉘앙스가 바뀔 수 있는 대사들을 좋아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은유적인 대사들처럼요. 아 그리고 반복을 좋아해요. 반복해서 대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같은 대사라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배우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뮤지컬은 되게 좋은 장르인 것 같아요. 대사보다 노래로 표현이 되다 보니까 반복되는 같은 가사 안에서 다른 상황이었을 때 변화하는 게 더 극적이거든요. 사랑해라는 말도 어떻게 보면 폭력적일 수도 있고, 로맨틱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한국어의 대단함을 느끼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진 한다프로덕션
사진 한다프로덕션

Q.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될까

A. 루틴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공부할 때랑 똑같거든요. 처음 공부를 할 때 선생님이 공부를 하는 것보다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가르쳐주셨었어요.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일단 앉아있는 것부터 훈련했었어요. 처음 의자에 앉아있는데 15분 뒤부터 집중력이 풀리더라고요. 선생님은 창피해하지 말라면서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 보니까 40분까지 늘더라고요. 40분 공부하고 쉬고, 다시 40분을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그 루틴을 꾸준히 이어왔고, 지금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조용한 내 방 안에서 글을 써요. 보통 두 시간에서 3시간 정도 쓰는 것 같아요. 정말 집중을 해서 글을 쓰죠. 논문도 그렇게 썼었어요. 제 루틴만 잘 맞추면 쉽게 쓰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뭔가 몰아서 하려면 집중이 안 돼서 못쓰겠더라고요.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어려운 점은 뭘까

A. 직업이 작가다 보니, 글로써 생계를 이어가야 하잖아요. 그냥 나 혼자 소설을 쓰거나, 나 혼자 보고 즐길 거면 사실 어떤 장르든 상관이 없을 텐데, 상업 작가로서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을 써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들을 염려해두고 쓰다 보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쓴다고 해서 라이선스 단위로 대극장에 공연을 올린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결국에는 중소극장에 맞는 작품을 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인물과 세계관이 한정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공간이라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야기가 한정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상황에 맞춰서 우리가 조금 더 밀접하게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해서 더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요. 이게 재밌고 즐겁지만, 어느 순간 고충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전 이희준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해적>이라는 장르를 소극장에 가지고 오고, 말이라는 존재를 소극장에서 풀어내셨잖아요. 저도 이런 세계관에 대한 경계를 없애고 싶어요.

사진 한다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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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극장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소재를 써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을까

A. 어렵네요. 생각을 전혀 안 해봤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대극장이 가지고 있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위키드>라는 작품을 모두가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약간의 판타지를 넣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구>에서도 사용했지만 도깨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전설들도 좋고요. 드라큘라도 우리나라가 소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구미호나, 도깨비 같은 걸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작비요? 많으면 좋지 않을까요?(웃음)

사진 한다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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