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찬수 연출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 찾고자해"
[인터뷰] 정찬수 연출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 찾고자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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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구' '테레즈라캥' '머더러' '리차드3세' 신진 작연출로 떠오르는 정찬수 연출가와의 인터뷰
그가 바라보고 있는 작품세계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공연 문화는 어떤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고, 발전해 나가고 있을까. 이 세상에 나쁜 공연은 없다. 한 편의 공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온 힘을 쏟고 있는 창작진과 배우들을 만나고자 했다. 공연 쪽도 매년 상당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창작진들의 연혁을 알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들과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만들어 나가고 있는,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주자는 지난해 창작 뮤지컬 <구:도깨비들의 노래> <테레즈 라캥> <머더러>를 통해 상업극 데뷔한 정찬수 연출·극작가다.

정찬수 연출은 이외에도 <어비스:심연> <인간탐구생활> <리차드 3세:미친왕 이야기> 등의 작품에 작연출로 참여했다. 여러 작품을 맡아온 정찬수 연출은 특히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솔직하게 묘사하면서도 원초적 죄의식이 불러일으킨 번민으로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는 정찬수 연출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반갑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뮤지컬과 연극에서 연출을 맡고 있으며, 글도 쓰고 있는 정찬수라고 합니다. 작연출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Q. 보통 연출을 하다가 글을 쓰던가, 글을 쓰다가 연출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작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저는 원래 극단에 있었어요. 연출을 먼저 했었죠.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해왔었는데, 창작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없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글이 없어서 그래서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보통 연출들도 그렇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 배우가 아니다 보니 연출을 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8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여러 글들을 써왔는데 사실 습작으로 남은 작품이 많고, 정식으로 계약을 해서 작품을 올린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Q. 지난해 많은 작품들을 올렸다. 데뷔 작품부터 이야기해보자.

A. 제가 공식적으로 데뷔하게 된 작품은 <구>라는 작품으로 CJ 문화 재단의 '스테이지업 공간 지원 사업'에 선정돼서 시작했고, 연출로써 데뷔작이 됐죠. <구>라는 작품은 인천시에서 김구 선생님의 100주년 기념사업이 있었고, 작가 섭외가 들어와서 작업을 했던 작품이었어요. 연출까지 맡으면서 지원금을 받았죠. 재작년에 처음으로 리딩 지원을 받아서 그 다음 해인 지난해 공연 지원까지 받아서 개발하게 됐고, CJ 문화 재단의 출품했던 작품이었어요. 운 좋게도 서울과 인천에서 동시에 준비할 수 있었어요. 사실 <구>라는 작품은 역사적인 인물을 다룬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었거든요. 보통 애국심에 고취한 방향으로 작품을 쓰게 되는데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행히도 인천시나 주최 측에서도 충분히 그 부분들을 공감해 주셨고, 많이 열어주셨어요. 그래서 <구>라는 작품이 한 청년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죠. 제가 가장 먼저 잡았던 키워드는 희망이었어요. 저도 청년이고 많이 넘어지고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던 김구라는 인물이 정말 실패하지 않았던 인물이었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자료들을 찾아보고 스터디를 했어요. 그렇게 김구라는 인물을 되돌아볼 수 있었죠. 김구 선생님을 생각했을 때 민족의 지도자이자 영웅으로 추대 받는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되는데 그 속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동시대, 동년배의 우리들이 김구를 봤을 때 무언가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었죠.

뮤지컬 '구' 시연 장면
뮤지컬 '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Q. 두 번째 작품은 <테레즈 라캥>이었다.

A. 앞서 <구>라는 작품은 극작·연출한 작품이었고, <테레즈 라캥> 같은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제작사에서 개발을 맡겨 준비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쓸 때마다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써야겠다. 이 키워드만은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썼었죠. 앞서 <구>라는 작품은 희망이 그 키워드였다면, <테레즈 라캥>은 주체성이 가장 큰 키워드였어요. 여성 타이틀의 메인 롤 작품이지만, 저는 큰 구도로 봤을 때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시대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여성은 사회적 맥락으로 봤을 때 소수자였었거든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체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행복하고 삶을 꾸려나가는데 구원을 받으려고 하지만,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본인이라는 걸 말하고자 했어요. 남에게 의존할수록 남한테 구원해달라고 백날 요청해봤자 구원받을 수 없다는 걸 가장 큰 메시지로 그려 넣었어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욕망이기 때문에 그 욕망 안에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어떻게 드러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어요.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Q. 다음 작품은 <머더러>다. 

A. <머더러> 같은 경우에는 가장 큰 키워드는 기억이었고, 그다음으로 세월호를 떠올리면서 글을 썼었어요. 제가 정치적이거나 국가적인 사건에 대해서 깊게 들어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번 되새김질하면서 질문을 던졌던 작품이에요. 단순하게 수년 전 발생한 사건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현시대에 이러한 질문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기억하는 하나만으로 우리는 되게 많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해 나가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나가야지 우리의 삶에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썼던 작품입니다.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Q. 보는 관점에 따라서 세월호의 배가 생각났다는 후기들도 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A. 맞아요. 저는 이걸 말하는 것 자체가 제 의도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머더러>라는 작품의 배경도 2차 세계대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하게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터디를 하면서 봤던 사진이 하나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내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어린아이가 총을 들고 있던 사진이었어요. 누가 이걸 기억하고 알아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작품이 <머더러>였어요.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머더러'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제공


Q. 다음으로 어떤 작품을 했나.

A. <머더러> 다음으로는 <리차드 3세>를 했었죠. 아르코에서 차세대 예술가 지원을 받아서 만든 작품이고, 뮤지컬이 아닌 음악극 형태였어요. 음악 중심의 작품이면서 무용도 많이 가미된 작품이죠. 큰 줄기는 리차드 3세라는 인물을 따라가요. 그의 어린 시절을 제가 극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어 가면서 만든 작품이죠. <리차드 3세>에서 제가 그렸던 키워드는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어른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죠. 요즘 누구는 어때야 한다고 규정짓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런 게 자기의 못난 부분들을 감추려는 것 같았어요. 리차드 3세는 신체적인 불구도 있었지만, 그의 가장 큰 상처는 사회적인 압박으로 정신적인 불구가 왔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불구성들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현대적인 가치가 아닌가 싶었어요. 리차드 3세는 그걸 인정했고, 그렇기 때문에 리차드 3세가 왕위에도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불구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해 줄 때야말로 진정한 힘이 발휘될 수 있지 않나,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란 게 자기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싫은 점까지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살아나갈 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까지 오게 됐죠. 이런 질문을 던졌던 작품이 <리차드 3세>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크게 3개로 작년의 필모가 완성되었습니다.

2019 ArkoAcademy / 동그라미씨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 Sang Hoon Ok
2019 ArkoAcademy / 동그라미씨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동그라미씨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동그라미씨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동그라미씨 Sang Hoon Ok
음악극 '리차드3세:미친왕이야기' 시연 장면 / 사진 2019 ArkoAcademy - ⓒ Sang Hoon Ok


Q. 사실 지난해 세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느낀 건 강렬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었던 것 같은데

A. 저는 기본적으로 작품을 볼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게 관객분들에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의도를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할때 공연을 창작자들이 만들고 배우를 통해 이야기 되지만, 관객들이 마지막으로 이걸 다 보고 나서 해석하고 답을 산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공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한 장면이나, 한 텍스트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인생의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포인트를 많이 열어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Q. 작년에 올라갔던 작품들 중에서 재연을 준비 중인 작품이 있을까

A. 일단 내년에 <테레즈 라캥>이랑 <머더러>가 올라갈 것 같아요. 그런데 좀 전에 말했듯이 공연은 계속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화되고 있기 때문에 두 작품도 그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아요.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뮤지컬 '테레즈 라캥' 시연 장면 / 사진 한다프로덕션

Q. 두 작품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A. 저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나 욕망을 포착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하는 과정이 보여요. 그래서 비슷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테레즈 라캥>은 하나의 욕망이 하나의 매개가 되는 작품이거든요. 집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통해서 테레즈의 감정들이 변하거든요. 그의 감정 변화를 통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인물들도 변하고 있죠. <머더러>도 마찬가지로 수용소라는 장소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까 그 안에서 계속 상황들이 변화가 돼요.


Q. 재연이 올라가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초연이 가장 많이 애착이 가요. 왜냐하면 얘가 어떻게 생긴지 모르거든요. 창작진과 배우들이 모든걸 만들어 나가죠. 그래서 초연은 이제 태어난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느껴져요. 그리고 재연은 이 아이가 커서 학교에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얼만큼 클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뮤지컬 <테레즈 라캥>과 <머더러>가 2021년 공연이 확정됐거든요. 내년에 얼마나 더 성숙해졌을지 기대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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