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렉산더' 김이후 "새로운 도전, 어렵지만 즐거워"
[인터뷰] '알렉산더' 김이후 "새로운 도전, 어렵지만 즐거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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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앤' '그리스' 통해 매력 뽐낸 라이징 스타 김이후
'알렉산더' 통해 새로운 모습 선보여...


뮤지컬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 <미아 파밀리아> <천사에 관하여:타락 천사 편> <최후진술> <해적> 등을 초연 제작한 제작사 MJStarfish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알렉산더>가 개막했다.


창작 뮤지컬 <알렉산더>는 경마 열풍이 휩쓸었던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조교사와 말의 운명적 만남과 물러설 수 없는 질주를 그리고 있다. 조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로 마사에서 도망친 빌리는 친구 대니의 간곡한 부탁에 다시 마사로 돌아온다. 그런 그의 앞에 경주마 '알렉산더'가 나타나고, 빌리는 알렉산더와 함께 경주에 나서는데, 마차를 끌고 있던 알렉산더는 빌리와의 만남을 통해서 삶의 변화가 생긴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을 이끌어온 '창작 트리오'인 연출 김운기·극작 이희준·작곡가 박정아가 다시 뭉쳐 화제를 모은 이번 작품에서 김 연출은 이번에 말의 몸짓과 격렬한 경주의 순간을 무대 위 춤과 은유로 풀어냈다.

지난해 뮤지컬 <앤 ANNE>을 시작으로 <그리스>를 통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 김이후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경마장 단장 대니 역과 경주마 알렉산더 역을 맡았다. 그가 그리고 있는 뮤지컬 <알렉산더>를 들어봤다. 아래는 김이후 배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김이후고, 지금은 뮤지컬 <알렉산더>에서 알렉산더와 대니 역을 맡아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작품 뮤지컬 <알렉산더>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저는 오디션 공고를 보고 오디션을 통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작가와 작곡가님, 연출님을 처음 만나게 됐죠. 처음 만났는데 다들 너무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작가님과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최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 MC를 봐주셨었거든요. 너무 재미있으셔서 반했습니다.


Q. 준비했던 캐릭터와 달랐던 부분들은 없었나

A. 다르다기보다는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작품에 대한 세계관이 저보다 훨씬 넓고 풍부하시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어서 그걸 듣고 보면서 깨달았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Q. 최근 작품들 가운데 가장 신선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맡아온 배역들과도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A. 맞아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들과 달랐어요. 가장 다른 역할은 대니였죠. 조금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고,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는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느끼는 것과 다른 말도 많이 하는 친구였어요. 반면에 알렉산더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맑고 굉장히 솔직하죠. 어떤 면에 있어서는 <앤> 작품 할 때랑 닮은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동물이다 보니까 에너지의 크기가 훨씬 컸어요. 그렇기 때문에 신선했고,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어떤 자극에 대해서 더 크게 반항할 수도 있고, 더 깊이 느끼는 지점들도 있었어요. 재미있고 어려웠던 점은 제가 연기를 하면서 그 배역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고 표현을 하는 편인데, 알렉산더는 사실 말이다 보니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이 안됐다는 점이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노르니까 사람과 달리 조금 더 표현할 수 있고, 절제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영화 <각설탕>의 느낌도 났고, 디즈니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A. 작가님이 이야기를 했던 부분들이 겹치는 것 같아요. 말이 나오는 영화들이 많은데 대다수의 작품들은 말과 대화를 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알렉산더는 말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거든요. 영화와의 차이점은 이런 부분들에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아무래도 말과 인간 사이의 교감이라던가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이 주로 표현되는 반면, 저희 극은 알렉산더가 주체적으로 이야기도 하고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거죠. 기자님이 말한 부분이 어딘지 알 것 같아요. 알렉산더랑 고우트가 만났을 때죠. 맞죠?(웃음)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두 가지 역할을 맡았는데, 너무 다른 인물이다 보니까 캐릭터를 나누는데 많이 집중했을 것 같다.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을까.

A. 연습 과정에서도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2인 극이고 두 배우가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저한테는 또 다른 느낌의 도전이었거든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대로 알렉산더와 대니가 다르게 보여야 하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의상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제가 두 가지 배역을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두 캐릭터다 살리고 싶었어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친 모습보다 각자의 특색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알렉산더는 더 많이 웃고, 더 솔직하고, 더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했었어요. 대니는 알렉산더와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로 고정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빛 독촉에 시달려 여유롭지 못한 캐릭터로 그려내려 했죠. 둘의 상황과 특징들을 많이 캐치하려고 했었어요. 처음엔 목소리 톤도 고민을 했었는데,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맞게 변하더라고요. 알렉산더로 무대 위에 오르면 시니 나니까 저도 모르게 톤이 올라가고, 대니 역을 할 때는 빌리와 감정적인 씬들이 있다보니까 톤이 내려가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변했던 것 같아요. 또 하나 저에게 도움이 크게 됐던 건 같이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 지애 배우님을 지켜봤던 거였어요. 정말 얻어지는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내가 대니처럼 보이기 위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이 나를 진짜 대니로 봐주는 눈빛 하나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언니가 나를 대니로 봐주고 이야기를 하면 내가 정말 대니가 되고, 알렉산더로 봐주면 알렉산더가 됐어요. 그런 시너지를 많이 느꼈어요.


Q. 공연을 보니 퀵체인지 하는 장면들도 많던데 어려움은 없나

A. 없는 건 아니고, 있었어요.(웃음)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옷을 빨리 갈아입고 소품 들고 거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손에 익으니까 빨라져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신경 쓰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감정적인 부분들을 덜어내고 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옷을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이제는 알렉산더로 퇴장했다가 대니로 들어올 때를 많이 체크해요. 어떨 때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더라고요. 코를 훌쩍거리면서 대사를 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퀵 체인지를 하면서 빨리 감정들을 정리하고 다음신에 맞춰서 들어가는 부분들을 계속 체크해요. 제가 객석에서 연기하는 걸 바라봤을 때 이렇게 빨리 퀵체인지 하는 모습들도 이번 작품의 매력 중 하나로 느껴지기도 해서 많이 집중하고 있어요.


Q. 같은 배역을 맡고 있는 규원 배우나 준영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배우거나 혹은 영감을 얻은 게 있을까

A. 정말로 다 너무 달라요. 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세 명이 그리고 있는 알렉산더가 다 달라서 재미있으실 거라고 믿어요. 일단 준영 배우님은 저희가 딱 그랬었거든요. 의상을 다 입은 모습을 보고 나서 "왕자님 같다!"라고 말했었거든요. 그냥 준영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만 입혀서 생각해보면 숲속에서 저런 잘생긴 말이 지나가고 있으면 어떤 빌리들이 못 알아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준영 배우님이 알렉산더였을 때 감성적인 부분들을 볼 수 있었고, 대니로 돌아갔을 때는 정말 빌리랑 친구같이 지내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풀고 조이고 하는 힘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규원 배우님은 목소리가 참 좋아서 대사를 하거나 넘버를 부를 때 제가 내지 못하는 소리들이 나오더라고요. 감정적인 부분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규원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저도 내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극 중 알렉산더와 빌리는 교감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판타지스럽게, 서로 소통할 수 있었던 걸까

A. 이건 '맞다, 아니다'라고 딱 정리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연기를 할 때 정말로 빌리랑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보면 말과 사람이고, 운명적으로 서로를 알아봤던 만큼 눈빛만 봐도 딱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이 있었을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그 뒤로 쭉 함께 훈련을 하고 경주에 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고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면 알렉산더와 빌리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급속도로 유대감을 느끼고, 교감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을 거예요. 만약 모든 동물과 인간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대니는 절대 총을 쏘지 못했을 거거든요.


Q. 대니에게 빌리는, 친구이자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인물로 보였다. 

A. 대니와 빌리는 되게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예요. 둘 다 가출 소년이고 거리에서 떠도는 거지들이었죠. 이들은 같이 자라왔기 때문에 대니에게 빌리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빌리와 대니가 만나는 장면에서 어떤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출 선생님께서 저한테 "너희 둘(대니와 빌리)은 정말 친한 관계야. 일반적인 친구가 아니라 친구보다 더 깊은, 어떻게 보면 가족 같은 관계야. 그렇게 바라보면 화를 내거나 짜증만 낼 수 없을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래서 다시 돌아봤었어요. 내가 이렇게 짜증을 냈다면, 계속 둘 사이에서 반대하고 화를 냈다면 우리들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길어졌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 둘은 서로 싸우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서럽고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가족이기 때문에 용서하고 이해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어떻게 보면 동경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A. 맞아요. 빌리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대니에게 빌리는 동경의 대상이거든요. 대니는 천재 조교사가 아니에요. 자키가 되고 싶어서 버그보이 타이틀도 따냈지만 키가 너무 많이 자라서 자키가 될 수 없었죠. 대니는 그래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빌리는 조교사가 되고 대니는 경마장 단장이 됐죠. 대니는 자기가 꿈꿔왔던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어요. 그러면서 빌리를 보호해 주기도 하죠.

[인터뷰] '알렉산더' 김이후 "새로운 도전, 어렵지만 즐거워"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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