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구를지켜라' 양승리 "영화와 또 다른 매력있죠"
[인터뷰] '지구를지켜라' 양승리 "영화와 또 다른 매력있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뷔 11년차,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배우 양승리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연극으로... 연극으로 만나는 '지구를 지켜라'
재벌3세 강만식 역으로 분한 양승리, '실제 나와 비슷한 부분은 시니컬한 모습?'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연극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초연해 큰 화제를 모았던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병구와 병구에게 외계인으로 지목돼 납치된 강만식, 병구의 조력자인 순이, 병구와 순이를 쫓는 추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SF 블랙코미디물이다.


'범우주적 코믹 납치극'을 표방하며 초연 무대를 선보였던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이라는 SF 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마음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와 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극의 전체적인 문제 해결의 키를 갖고 있는 '강만식'의 심리게임이라는 원작의 구조를 차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016년 초연에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을 비롯해 새로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양승리를 만났다. 양승리 배우가 생각하고 있는 <지구를 지켜라>와 본지가 궁금했던 부분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인터뷰 내용에는 극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있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반갑습니다. 현재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만식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양승리입니다.


Q.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보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A. 맞아요. 영화 <지구를 지켜라> 정말 많이 봤었고, 매니아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죠. 연극 학도였을 때 과제가 있어서 정말 많이 봤었어요.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한번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죠. 이번에 정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본 지도 이번 공연으로 처음 보게 됐다. 영화와 연극, 다른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

A. 재밌으셨나요?(웃음)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강만식 역할에 나이가 많이 어려졌다는 점이겠죠. 그리고 또 다른 캐릭터가 영화와는 다르게 병구에게 어느 정도 동화되는 모습도 추가됐어요. 그리고 영화와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영화는 프레임이라는 틀 안에서 꽉꽉 채워져있는데 연극 같은 경우에는 빈 공간들이 있거든요. 영화가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느낌들을 관객들에게 배우들이 전해줘야 하죠. 가장 큰 차이점은 이 부분들인 것 같아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영화를 참고한 부분들이 있을까?

A. 사실 제가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원작을 참고하지 말자는 거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영화에서 해석한 캐릭터를 참고하지 말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시러 오시면 영화와는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는 강만식이라는 인물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나이차가 나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느낌들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서 보였던 이미지보다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작품 속에서 그리고 있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공연을 보고 난 뒤, 집에서 영화를 다시 돌려봤다. 확실히 다른 포인트들이 있더라.

A. 일단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한테 마지막까지 정확한 해답을 주지 않고 싶었어요. 명확한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보는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병구이기 때문에, 병구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Q. 그러고 보니 맡은 배역에 대해서 안 물어봤던 것 같다.

A. 제가 맡은 강만식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재벌 3세라는 거죠. 금수저입니다. 앞서 조금 이야기를 했지만, 병구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강만식이라는 인물이 납치라는 상황에 처했고, 자기를 외계인으로 보는 병구를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부터 시작했죠. 강만식은 평소처럼 그 드러난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모습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어요. 제가 생각한 강만식은 재벌 3세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많이 받았고, 누구보다 처세술에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병구나 순이를 만났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들로 그들을 설득하거나 회유하려고 하죠. 입체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배우 양승리, 혹은 사람 양승리와 비슷한 지점이 있을까?

A. 있어요. 있죠...? 좋은 지점이 아닌가...?(웃음)


Q. 좋은 지점이 아니라면?(웃음)

A. 우선 비슷한 점은 제가 재벌 3세를 아니지만, 재벌 3세처럼 보일 수는 없고요? 비슷한 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Q. 잘생긴 점?

A. 예?


Q.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는 센스?

A.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뭐가 있을까요? 강만식과 저와 비슷한 점은 예민한 거요. 순간순간 화를 참는다거나 예민한 지점들, 조금 시니컬한 부분들이 저랑 조금 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이런 건 누구나 있잖아요. 아 공연 속에서 강만식에게 보이는 입장 중에서 닮은 건 엄마 찾는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생각해보니까 이런 걸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Q. 요즘 한 작품에 세 명 이상의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서로 도움을 주었다거나 받은 게 있을까.

A. 일단 도빈이 형은 전부터 맡아왔던 배우잖아요. 학교 선배님이세요. 이번 작품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나 안 풀리는 부분들이 생기면 도빈이 형한테 상담을 신청했어요. 그래서 많이 이야기를 나눴죠. 제가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처음 보는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앞으로 대학로를 이끌어나갈 젊은 배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진석이나 지현이가 연습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옛날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도빈이 형한테는 경험적인 부분들을 배울 수 있었다면 진석이와 지현이한테는 새로움과 어린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내추럴함을 배울 수 있었죠.


Q. 네 명 모두 다른 이미지와 해석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A. 맞아요. 네 명의 병구를 다 디테일하게 분석해보지는 않았는데, 조금씩 다르게 해석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까 같이 무대 위에 올라서 호흡을 맞추면서도 조합에 따라 계속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강만식 역할 말고 다른 역을 맡을 수 있다면 어떤 역을 해보고 싶나.

A. 저는 멀티 역할요. 일단 병구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병구를 하려면.... 아니다. 예, 병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건 일단 멀티 역이었어요. 이 작품을 맡고 있는 모든 배우들이 한 번씩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최근에 맡았던 작품들에서 멀티 역에 가까운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와서 멀티 역이라도 너무 잘했을 것 같다.

A. 배우로써 작품마다 맡은 역할에 따라 내야 할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어둡고 무겁고 진중한 작품들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뿜어내야 하죠. 최근에 이런 작품들을 많이 해서 사실 조금 지쳐가던 중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리프레시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할 수 있나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까 깊이, 딥하게 들어가려고만 했던 고민과 스트레스들이 많이 풀리더라고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