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美회계감독위에 딜로이트안진 고발...신창재 회장 경영권 위협 '시간끌기설'
교보생명, 美회계감독위에 딜로이트안진 고발...신창재 회장 경영권 위협 '시간끌기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0.0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 재무적투자자와 풋옵션 계약 체결...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매입
안진 풋옵션가 40만9912원 산출...신창재 회장 "가격이 과도하다"불응
FI지난해 3월 국제상사중재위 중재 신청...현재 중재 진행중 '결과 미정'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신창재 회장)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고발했다.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들(FI) 간 분쟁에서 회사 측이 공식 대응한 것은 처음. FI들이 ‘풋옵션’(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때회계법인이 공정시장가치 기준을 어긴 채 특정가격에 팔 권리인 풋옵션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게 교보생명의 입장이다.

교보생명이 지난 3월 30일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안진회계법인을 평가 업무 기준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진회계법인을 관리·감독하는 딜로이트 글로벌을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결정하고 소장을 접수를 대기 중이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적정 FMV를 산출하는데 기준을 위반해 주주간 분쟁이 장기화됐다”며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의 영업상 손실이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회계법인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및 징계수위가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교보생명은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하면서 회사가 이를 IPO투자금으로 쓰고, 3년 후에도 IPO에 응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다. 

FI는 교보생명의 IPO 등에 반발해 2018년 10월 23일 풋옵션을 행사한다.  주당 40만9912원에 492만주(약 2조원)를 사달라는 것. 가격은 안진의 FMV 산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행사시점이 아닌 2018년 6월 기준 직전 1년의 업계 주요기업들의 주가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 회장은 "가격이 과도하다"면서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는다.

FI들은 지난해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한다.  현재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교보생명은 "안진은 처음 지분 매입 가격을 주당 24만원가량 책정했을 당시 교보생명과 부채구조나 업력, 보유계약 등이 비슷한 상장사로 한화생명을 기준 삼았다. 그런데 옵션 행사 가격은 삼성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등 주가가 비싼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기준시점도 권리 행사일이 아니라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주가가 고점인 상황으로 잡았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진회계법인은 "용역계약에 따라 기준에 부합하도록 산정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고발이 신 회장의 '시간 끌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백기사가 나타나거나 다른 묘안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위해 이번 카드를 썼다는 분석이다.

한편, 교보생명이 보험 업황 불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212억원으로 2018년(4852억원) 대비 7.4% 증가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6034억원으로 2018년(5280억원)보다 14.3% 증가했다.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뒤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오너인 신창재 회장은 디지털 혁신, 신사업 등 장기 전략을 구상하고 전문경영인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은 마케팅 경쟁력 제고와 고객중심 영업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것이다.

또한 교보생명은 생보부동산신탁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부동산 투자·운용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헬스케어(건강 관리) 플랫폼 사업 진출에 뛰어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