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 과하게 연습"
배우 김려원을 마주하자 '세로토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몸이 행복감을 느낄 때 전달되는 물질인 세로토닌처럼 그의 밝은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에게 큰 행복감을 전했기 때문. 김려원은 뮤지컬 <미스트>에서 사랑스러운 매력이 여실히 느껴졌던 '나혜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자기소개가 제일 부끄러운 뮤지컬 배우로 자신을 소개하던 김려원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매력적인 작품"이라며 <미스트>에 대한 과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혜인은 우연이(아키라)를 통해 엄마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는다. 조선귀족이 가진 모든 걸 버리고 옳은 길을 갈 수 있었던 여자"라고 오랜 고민 끝에 답했다.
한국창작 뮤지컬 <미스트>는 지난 2016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AKAMA)' 쇼케이스 최종 선정작으로 수정 보완해 본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과거 일본제국의 식민지었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려원은 "나라 사랑, 작품의 주제에 대한 애정이 들었다. 그 당시 여자로서 뭔가를 결심하고 자기 순리대로 살지 않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다. 정말 좋았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과 비슷한 결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저는 혜인이가 도도하고 남의 눈치를 안 보는 모습보다는 친절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다정한 혜인이로 보여주고 싶었죠. 아키라가 혜인이에게 매력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아키라 주변에는 인상 쓰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밝은 혜인이를 보면서 와닿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또 변화하는 혜인의 폭은 크게 보였으면 해서 더 밝게 연기하고 있어요."
극 중 의병이었던 독립군 어머니를 어린 시절 여의는 혜인이다. 김려원은 "여 일곱 살 때다. 혜인의 가정교사 선생님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선생님을 만나 밝은 혜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에 걱정이 많은 편이라는 김려원은 공연 전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올랐을 정도라고. 민망해하며 크게 웃던 그에게 지금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3일 먹었다. 아무한테도 검증받지 못한 초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제가 만들어 낸 캐릭터가 과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많았다"는 걱정어린 김려원의 얼굴에선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렇다면 김려원과 혜인은 어떤 점이 비슷할까. 그는 "밝은 면이 많이 닮은 거 같다. 연출님께서 김려원의 혜인을 존중해 주시고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연기를 열어주셔서 혜인이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혜인은 슬픈 감정선을 가진 것과 동시에 밝은 인물로 보여주고 있다. 혜인이 간직하고 싶었을 순간에 대해 김려원은 "아키라, 혜인, 우영 셋이 함께했을 때다. 한 두 달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라 모든 순간이 더 소중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뮤지컬의 넘버와 달리 인물의 속마음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장면의 전환은 암전으로 설명한다. 이에 김려원은 "아리아적인 느낌이 컨셉인 거 같다"며 "인물 간의 싸움이 붙거나 스토리가 진전이 되는 곡이 없는 편인 거 같아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연극적인 요소와 솔로곡이 많다 보니 네 명이 함께 부르는 '하나비' 넘버를 가장 좋아한다. 각자의 속마음을 말하는 하모니"는 웅장함을 더 한다.
특히 이날 김려원은 '나를 찾아' 넘버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노래가 끝나고 박수를 못 치겠다는 팬의 말에 박수쳐주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고 하니 다음 공연에서 바로 박수를 쳐주셔서 창피했다"는 이야기였다. 엎드려서 절받는 거 같아 쑥스러웠다던 그는 "모든 배우의 생각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공연 중간 관객의 피드백을 받는 건 힘이 나는 일이다"며 고백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과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목 상태가 많이 나빠졌죠. 공연 초반 음 이탈이 났고 관객분들께 찬물을 끼얹은 거 같아 너무 죄송했어요. 관리를 잘 못 한 저에게 속도 많이 상하고요. 성대결절로 며칠 동안 주사 맞으며 치료에 전념해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는 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