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사, '키코 배상안' 잇단 거부 윤석헌 '종이 호랑이' 되나
은행사, '키코 배상안' 잇단 거부 윤석헌 '종이 호랑이' 되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20.0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이 이 권고한 키코(KIKO) 분쟁조정안을 관련 은행사들이 줄줄이 거부하면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종이 호랑이’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은행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 5개 은행 중 3곳은 답변기한 연기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했고, 2곳은 배상권고 거부를 밝힌 상태다.

신한은행은 6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사 전원 동의를 얻지 못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금감원에 키코 배상 분쟁조정안의 수락 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전날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재연장을 요청했다. 하나은행은 키코 배상 관련 추가 사실 확인 및 법률 검토를 통한 신중한 판단과 차기 이사회 일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구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사회 개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달라면서 재연장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수락 시한은 1개월 후인 내달 6일까지다. 수락 시한 연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말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6개 은행에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피해금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 순이었다.

이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금감원의 요구를 수락해 배상을 마쳤다. 반면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소멸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이 없는 사건을 배상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동안 진두지휘했던 키코 배상이 시작부터 암초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기구’일 뿐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분쟁 조정 수락 재연장을 요청했지만 한 달 안에 입장을 바꿔 금감원에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출신 한 관계자는 “법적 소멸시효는 끝났다. 민사 등 법적 절차도 어려워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키코 배상을 통해 불거질 배임 논란도 당국에서 의식했어야 했는데 윤 원장이 ‘개혁’에만 치중하다보니 무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