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7화 - 무조건 쓰러뜨리고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7화 - 무조건 쓰러뜨리고
  • 이상우
  • 승인 2020.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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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는 박운혁 회장이 옥(玉) 광산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말에 얼굴이 확 펴졌다.
“회장님 광산에서 나오는 옥은 주로 어떻게 상품화를 하나요?”
“장식품, 인체용 장신구, 고급 그릇 등을 만들지. 그런데 왜 갑자기 옥에 관심을 가지나?”
“골프채 페이스에 옥을 붙이면 어떨까 해서요?”
“아냐. 그건 안 돼요. 옥은 성질이 부드러워서 공 한번만 치면 박살 나 버려.”
“드라이브에 쓰는 게 아니고요. 퍼터의 감나무 헤드 페이스에 붙이면 어떨까 해서요.”
“퍼터의 페이스에 옥 장식을... 음. 굿. 엑설런트. 그뤠이트!”
“그런데 옥의 단가가 장난이 아니던데요. 왜 옥 값이 그렇게 비싸요?”
“보석이니까 그런 거야. 보석치고 비싸지 않은 것이 있나? 옥은 특히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서양의 다이아몬드처럼 귀히 여겼거든. 특히 우리 그룹이 가지고 있는 백옥 광산은 한국만의 자랑이지. 거기다가 옥이 다른 보석 보다 특별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아냐?”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요? 옥은 귀한사람의 장식품으로도 유명하지만 인체에 좋은 의사이기도 하지요.”
“의사?”
“예. 인체 내에 있는 산소와 세포 조직의 활성화 뿐 아니라 피를 맑게 하고 유해 축적물 방지에도 도움을 주지요.”
“벌써 공부 많이 했군. 민지한테 내가 반한 것은 그 철저한 사전 준비의 정신이야. 장사꾼이 되려면 자기 상품의 장점을 줄줄 꿸 줄 알아야해. 민지가 말 한 것도 다 맞는 말이야. 옥이 의사라고 한 것도 홍보용으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근데 골프채에 썼을 경우 결정적으로 옥의 장점이 하나 있거든. 바이어가 군침을 삼키게 할 장점.”
“그게 무엇입니까?”
조민지가 바싹 달라붙었다.
“옥은 말이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학설이 최근 나왔거든. 골프 치는 사람 스트레스에 얼마나 시달리는데. 스트레스 해소 하려고 비싼 돈 주고 필드 찾는 사람들 많아. 퍼터 페이스에 옥을 붙이는 일 우리 공장에서 도와 줄 테니 괜히 비싼 중간 도매상 찾아다니지 말아라.”
“고맙습니다. 회장님.”
“그 일은 해결 되었으니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조민지는 회장을 따라 점심 먹으러 갔다.
회장 차르 타고 가는데 교외로 멀리 나가는 것 같았다.
차가 미사리를 지나 하남시 쪽으로 들어갔다. 시골 길 같은 곳을 한참 달리더니 허름한 어느 집 앞에 멎었다.
허물어져 가는 판자 담장 옆 대문 위에 먹 글씨로 ‘막국수’라는 막 글씨 간판이 보였다.
“들어와. 이집이 이렇게 허름해 보여도 값싸고 맛이 그만이야.”
박 회장이 천장이 낮아 허리를 구부려야 되는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아이구, 회장님 왔십니꺼. 그간 벨고 없었능교?”
경상도 말 같기도 한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가 반가워했다.
“예. 오늘 귀한 손님 모시고 왔으니 쟁반 막국수 특별히 부탁 합니다.”
“9천원짜리로?”
할머니가 반말을 했다.
“할마이요, 걔 소식 아직 없어요?”
“하모.”
조민지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곧 쟁반 막국수가 들어왔다.
정말 맛이 특별했다.
연간 매출 몇 조가 넘는 강원 그룹의 오너가 이런 시골집에 와서 9천 원짜리 막국수를 먹는다는 것을 본 조민지는 속으로 적잖게 놀랐다.
박 회장의 이런 철학이 성공을 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점심을 먹고 난 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회사일이 좀 어렵게 돼 간다면서. 한 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으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해외에서는 좀 진전이 있었다면서.”
“예. 몇 군데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사들여 놓은 감나무 밭이 전국에 꽤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지금 값이 내리고 있다는데 잘 못하면 큰 화가 될 수도 있으니 미리 대처를 해야 할 거야.”
조민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박 회장이 정확하게 지적을 했다.
우리 회사 사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회장님은 어떻게 제가 하는 일을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계세요?”
“천리안.”
“예? 그거 옛날 인터넷에 있던 PC 통신 아닌가요?”
“그게 아니고 천리를 내다 볼 수 있는 눈. 새들은 눈이 아주 좋아 수십 미터 하늘 위에서도 물고기의 움직임을 알고 쏜살처럼 내려와 낚아채지.”
“그렇지 않아도 그게 좀 신경 쓰여요.”
“땅 장사해서 돈 버는 재벌 시대는 끝났다. 그러니까 행여 그런 기대는 하지 말고 이제부터 땅 매입은 하지 말고 감나무만 입도선매 하는 것이다.”
“입도선매가 뭐예요?”
“입도선매(立稻先買)란 농민들을 돕기 위해 벼가 익기도 전에 정부에서 미리 구입해 주는 것을 말한단다.”
“빨리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조민지는 박 회장이 회사 사정을 거울 드려다 보듯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민지는 박 회장과 함께 회사 옥상에 올라가 비둘기와 까치들을 불러 대화하는 회장과 시름을 다 있고 한 참을 놀다가 해가 뉘엿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민지는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옥을 싸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데 감나무 밭 매입이 골치였다.
조민지가 집에 들어 왔을 때 뜻 박에도 박민수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 선배 웬 일이예요?”
박민수는 순자와 함께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자장면 시켜줘서 먹었어요.”
순자가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잘 했다.”
조민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순자를 훑어보았다.
“제 방으로 가요.”
조민지가 박민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민지야.”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박민수가 조민지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무조건 조민지를 침대에 쓰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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