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엘리펀트 송', 강한 몰입감 여전..재미·긴장감 더했다
[리뷰] 연극 '엘리펀트 송', 강한 몰입감 여전..재미·긴장감 더했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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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인스토리
사진 나인스토리

 

암전 속 배경음악이 시작되면 무대 위 나란히 마주한 두 배우가 등장한다. 전과 변치 않은 서막은 여전히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공연을 보기 전 '마침내 마주 선 진실'이라는 카피는 <엘리펀트 송>의 흥미를 더 끌어올렸다. 단 세 명의 배우만으로 꾸며지는 작품은 처음부터 무수히 알 수 없는 단어들과 이야기로 머리 속을 자극하는데, 이는 말과 말끝으로 오가는 대사로 연극의 재미를 최고치로 올렸고 팽팽한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

캐나다 브로크빌의 한 병원의 병원장실. 오직 한 공간에서 100분간 꾸며지는 무대다. 간호사 피터슨은 병동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마이클이라 말한다. 이를 증명하듯 마이클은 병원장 그린버그를 들었다 놨다 하고 긴장감과 어우러지는 뼈 있는 한마디는 관객의 실소를 터뜨렸다.

농익은 연기라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걸까. <엘리펀트 송>의 초연부터 함께하고 있는 피터슨 역의 고수희의 진중한 연기가 무대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한다. 특히, 극의 말미 죽음을 앞둔 마이클 앞에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눈물과 '아가'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은 더욱 폭발 친다. 

마이클을 연기한 정일우는 단 한 번의 퇴장 없이 많은 양의 대사를 빈틈없이 풀어낸다.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연기는 자유분방하다.

공연 제작사 나인스토리가 2년 만에 올린 연극 <엘리펀트 송>이 한 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014년 캐나다 초연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된 극은 프랑스 몰리에르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수작이다. 국내에는 2015년 아시아 최초 대학로에 상륙, 흥행에 성공 믿고 보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엘송 신드롬은 출연한 배우들까지 매료시켰다는 것을 증명하듯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배우 이석준, 고영빈, 고수희 그리고 곽동연이 다시 한번 뭉쳤다. 여기에 9년 만에 무대에 서는 정일우, 활발한 무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승호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클을 연기한다. 마이클을 아끼는 간호사 피터슨 역에는 박지아, 이현진, 병원장 그린버그 역에는 양승리가 새로 합류했다.

실종된 로렌스 박사를 찾기 위한 그린버그와 마이클의 대면. 박사의 마지막 목격자 마이클과 진실을 찾는 그린버그의 치열한 공방전의 끝에는 코끼리 인형 안소니가 언제나 함께다. 알 수 없는 코끼리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마이클의 말에서 하나 둘 씩 나오는 단서는 추리 게임을 완성한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배우들의 눈물이 마음을 울린다. 

오밀조밀하게 잘 만들어진 연극 <엘리펀트 송>은 16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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