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2화 남자의 센스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2화 남자의 센스
  • 이상우
  • 승인 2020.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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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조민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전에 검사한 결과를 알려준다고 해서 보호자가 꼭 와야 한다기에 내가 갔더니 의사가 따로 나만 불러 하는 말이...”
고모가 머뭇거렸다. 조민지는 고모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에 이식한 신장이 거부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서 다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구나.”
“예? 이를 어째.”
조민지의 눈에서 금세 눈물이 팍 쏟아졌다.
“자세한 것은 네가 다시 의사를 만나 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조민지가 준 신장이 적응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의사들이 말했으나 크게 걱정 할 일 아니라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순자가 알고 있나요?”
“말하지 않았다.”
조민지는 순자가가 있는 문간방으로 뒤어 갔다.
“언니 왔어?”
순자가 누워 있다가 일어나 앉았다.
“병원에 갔었다면서? 나한테 이야기 하지 그랬어. 멀리 있는 고모님까지 부르고.”
“별 이야기도 아닌 걸 가지고 보호자 오라고 그런다니까.”
“알았어. 고모한테 이야기 들었어. 내일 내가 다시 병원에 가볼게.”
조민지는 순자를 보자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의붓아버지에게 시달리다 못해 둘이서 도망쳐 나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조민지는 순자를 볼 때 마다 마음이 아련했다. 불쌍하고 가엽고 마음이 짠했다.
순자의 불행이 마치 자신이 잘 못해서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고모를 바래주고 조민지는 순자와 나란히 누웠다.
“언니 자러 안 가? 내일 일찍 출근 할 거 아냐?”
순자가 걱정했다.
“나 오늘 밤은 너하고 잘 거야. 괜찮지?”
“응, 내 이불 가져 올게.”
순자가 벌떡 일어나 조민지 방에서 이불과 베개를 안고 왔다.
자매는 나란히 누웠다. 조민지가 손을 내밀어 순자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언니하고 같이 자는 것 정말 오랜만이다.”
순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순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니?”
“아니, 난 언니가 엄마잖아.”
“순자야.”
조민지는 순자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순자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이튿날 조민지는 일찍 회사에 나깠다. 여덟시로 예정된 간부 회의를 주재했다.
“해외 팀은 새로운 보고가 없습니다.”
일상적인 업무 보고가 끝난 뒤 박민수가 마지막으로 보고했다.
이날 논의 된 것은 제품이 시장에서 크게 환영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됩니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는 실제로 우리 제품이 약점 보다는 강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 오늘도 열심히 달립시다.”
회의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 온 조민지는 한 없이 우울했다.
순자의 일에다가 회사 일까지 순조롭지 않으니 걱정이 더 많아졌다.
불행은 혼자오지 않는다는 옛말을 생각했다.
어찌 불행한 일이 동시에 닥친단 말인가.
조민지는 병원 의사를 만나러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가려고요?”
복도에 기다리고 있던 박민수가 물었다. 조민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병원에 좀 들리려고 조퇴 했어요.”
“순자 일 때문이죠? 저하고 같이 가요. 나도 그쪽으로 가야 하니까 차 좀 태워 주세요.”
“개인 용무라서 택시타고 갈 겁니다.”
“그럼 잘 되었네요. 나도 그쪽 방향으로 가니까 태워 드릴게요.”
박민수가 꼭 같이 가야겠다고 결심 한 것 같았다. 조민지의 기분을 감지한 남자의 센스. 조민지는 못 이긴 체 박민수의 차에 올라탔다.
조민지가 병원에 들어가 의사를 만나고 오는 동안 박민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순자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혈육인 조민지의 신장이 맞지 않아 거부 반응을 일으켰는데 또 누구의 신장을 기증 받는다는 말인가?
조민지는 앞이 캄캄했다.
조민지가 심각한 얼굴로 병원에서 나오자 박미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왜 일보러 가지 않았어요. 태업하는 거예요?”
조민지는 일부러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저도 조퇴 했습니다. 자, 이제 조퇴한 두 사람이 점심이나 하러 갈까요?”
박민수가 우울한 조민지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요. 어디 가서 맛있는 것 싫건 먹어요.”
두 사람은 경인가도를 달렸다.
“너무 걱정 마세요. 백삼식 회장 개발 팀에서 새로운 드라이버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기발한 제품이 나올 것입니다.”
박민수가 조민지를 위로 하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은 부평 차이나타운에서 줄을 서서 유명한 자장면을 사 먹었다. 동화의 거리를 걸으며 동심의 세계에 흠뻑 젖기도 했다.
조민지는 기분이 좀 풀려 박민수가 하자는 대로 따라 갔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두 사람은 영화관에 들렀다.
‘강남의 꿈’이라는 영화였다.
미성년 관람 불가라는 영화 가운데는 꽤 심한 노출 장면이 많이 나왔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벗은 채로 침대 위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너무나 리얼해서 조민지는 민망할 지경이었다. 남자의 성기가 얼핏 노출 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여자의 신음 소리가 모든 관객의 침을 삼키게 했다.
박민수가 조민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촉촉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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