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배우 강지혜 "창작극 '안테모사', 고민없이 참여했어"
[인터뷰] 뮤지컬배우 강지혜 "창작극 '안테모사', 고민없이 참여했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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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모사'라는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너무도 건강하고 올곧아
"대본과 음악 모두가 매력적인 작품"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에서 개발된 창작뮤지컬 <안테모사>가 개막했다. <안테모사>는 세이렌 신화에 등장하는 꽃으로 뒤덮힌 낙원의 섬 ​‘안테모사(Anthemoessa)’의 매력적인 세 여인에 얽힌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송스루 뮤지컬이다.

115분 가량의 러닝타임동안 총 25곡의 넘버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나를 정의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강지혜는 '페이시노에', '텔레스'라는 두 할머니와 숲 속에 고물들로 지어진 조그마한 집에서 할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소녀 역을 맡았다. 그녀가 맡은 소녀 '몰페'는 피부부터 머리카락, 속눈썹까지 하얗다 못해 반짝반짝 빛나는 알비노 소녀다. 

오래간만에 창작 작품을 맡게된, 앙상블에서 주인공까지 꾸준히 성장해온 뮤지컬배우 강지혜를 만나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그녀가 그린 뮤지컬 <안테모사>와 몰페 역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지은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안테모사>에서 몰페 역을 맡게 된 배우 강지혜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웃음)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이번 작품을 연출하신 연출님이랑은 몇 작품을 같이했었거든요. 연출님이 "이런 작품이 있고, 여기서 주인공 몰페라는 역할이 네 이미지나 목소리랑 잘 맞는 것 같다"라며 이런 작품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셔서 알게 됐죠. 그래서 대본이랑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고, 직접 들어보고 대본을 읽어보니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건강하더라고요.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하겠다고 말하고 참여하게 됐어요.

Q. <완득이><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창작 작품은 오랜만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당시 초연에 참여했었죠. 그때는 제가 어리기도 했고, 앙상블로 참여했던 거라서 선배님들이 이끌어주는 길을 따라가기 바빴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인물이었고, 그 자리에 있다 보니까 정말 고민도 많이 하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출님이랑 정말 대화를 많이 했어요.

Q. 확실히 앙상블 때랑은 위치가 다르다.

A. 정말 정신이 없어요. 창작 작품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완벽한 텍스트라도 이걸 무대 위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정되는 부분들이 정말 많아요. 혼자 연습을 하다가도 뭔가 이상한 것 같으면 연출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자연스럽게 바꾸기도 하고, 선배님들이랑 같이 대사를 맞춰보거나 다 같이 런을 돌다 보면 수정해야 될 부분들이 생겨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정말로 신기한 게 우리들끼리 너무 재밌게 으쌰 으쌰 해서 작품을 만들다 보니까 정말 '아, 힘들다'라는 생각 자체가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아, 힘들었던 점이 있긴 한데 정말 극에 집중을 해서 연습을 하다 보면, 후반부에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거였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예원 언니랑 서로 '이상하다. 왜 눈물이 나?'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슬퍼서 울었다기보다는 뭔가 행복해서 나오는 눈물이랄까요?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눈물이 났어요.(웃음)

Q. 본 공연에서도 눈물을 많이 흘리던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은 없나.

A. 극에 집중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조절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 오르면 '오늘은 힘드니까 이 정도, 이만큼 해야지' 라는게 안되더라고요. 평소에 쉴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무리한 뭔가를 원천차단하는 편이죠. 술은 원래 한 잔도 안 마시고요. 예전에 한 잔 마셔봤는데 저랑은 안 맞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공연은 제가 원 캐스트라 정말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맡은 배역 '몰페'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 

A. 제가 맡은 몰페라는 인물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죠. 할머니들이 정말 사랑으로 키운 아이에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들은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야"라고 몰페에게 말했죠. 그래서 몰페라는 친구는 정말 해맑게 자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 때문에 비난하고 따돌릴 거라는 생각을 못 한 아이에요. 정말 밝은 아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내면을 바라보기보다는 자신들과 다르다는 겉모습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 하죠. 제가 좋게 봤던 것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상처 입고 집으로 도망쳐왔던 몰페가, 가족을 위해서 다시 한번 문밖으로 나간다는 점이었어요. 정말 힘들고 가슴이 아팠지만, 가족을 위해서 용기 내서 사람들 앞에 나서요. 그런 모습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이를 떠나서 사람들이 나를 밀어냈지만, 그 사람들 마저도 마음속으로 다시 품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Q. 실제 성격과 비슷한 점은? 

A. 자기 성격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음... 비슷한 점은 다름을 인정하고, 먼저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평소의 저는 딱히 큰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 다만 공연하기 전에 기도하는 게 있네요. 저는 항상 두 가지 기도를 하고 공연에 올라가요. 뭘 기도하냐면, 하나는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정말 힘들거든요. 제가 어디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다 울고 싶어도 쉽게 울지 못하는 세상인 것처럼 느끼거든요. 저는 관객분들이 이런 삶에서 위로를 받기 위해 공연을 보러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을 제가 정말 열심히 공연을 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와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이 정말 큰 위로를 받고, 사랑받는다는 걸 느끼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따지고 보면 이런 부분들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Q. 이번에 같이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A. 사실 이번 작품은 창작 산실에서 심사 받는 과정에서부터 참여했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전부터 연습을 하면서 호흡을 맞춰봤었죠. 예원 언니 같은 경우네는 <하이 스쿨 뮤지컬>이라는 작품을 같이하기도 해서 이번에 다시 만나서 더 좋았어요. 그리고 정말로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다들 너무 착하고 좋아서 정말 연습 때부터 즐겁게 연습실을 가고 무대 위에 오른 것 같아요. 정말 공연을 하고 있지만 행복한 하루하루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몰페라는 인물이 확실히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할머니들과 함께 있을 때 유독 더 밝은 느낌을 받았다.

A. 제가 맡은 몰페는 할머니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밝아져요. 세 명이 노래를 하고 이야기를 만들 때 그렇게 보이고, 확실히 그래야만 하죠. 이들은 정말로 가족이거든요.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 이들의 애틋함이 더 눈에 띄지 않나 싶어요. 예원 언니야 전에도 만나서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있고, 텔레스 역을 맡은 은영이도 정말 사랑이 많은 캐릭터에요.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 친구인지 몰랐는데 정말 사랑스럽죠. 그래서 공연 시작하기 전에 손잡을 때 빨리 오라고 매일 이야기해요.

Q. 손은 왜?

A. 공연 시작하기 전에 무대 뒤에서 다들 모여있거든요. 그리고 공연장이 암전되면, 무대 뒤에서 서로 손잡고 힘내라고 응원하거든요.(웃음) 우리는 가족이니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해야 돼! 하고 속으로 파이팅 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이번 작품은 '안테모사'라는 세이렌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작품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은 신화 속 세이렌들과는 전혀 달랐다. 신화 속 인물들은 뱃사람들을 유혹해 바닷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그런 모습들은 전혀 안 보였다.

A. 연출님은 세이렌 신화 속 이야기를 두고, 어떤 이상한 마력?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진짜로 있었다고 가정하고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신화 속에서 이들은 그저 이야기하고 서로를 알아봐 줬으면 했는데, 그 과정이 서로에겐 안 좋았던 방향이었던 거죠. 그래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고 하지만 작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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