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9화 - 썸 타는 사이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9화 - 썸 타는 사이
  • 이상우
  • 승인 2019.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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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는 박민수의 차를 타고 서울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민수의 집에는 가지 않았다. 자유로를 달려 마포대교를 나와 공덕동에서 내리고 박민수는 그냥 보냈다.
조민지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선 내일 출근해서 여영진과 성혜린을 함께 출장을 보내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다.
조민지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새벽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꿈에 성혜린 박사가 나타났다. 무조건 자기 옷을 벗기고 유방을 만지고 신체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바람에 깜짝 놀라 깼다.
- 무슨 이런 망측한 꿈을 꾸었을까?
조민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사에 나가자 백삼식 회장으로부터 급히 오라는 전갈이 와있었다. 핸드폰을 받지 않아 회사로 연락 했다는 것이다.
“회장님, 저 왔습니다.”
조민지가 백삼식 회장 방에 들르자 백 회장은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은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가자.”
백 회장은 조민지를 차에 태우고 영동 고속도로로 나갔다.
“회장님 어디 가시는데요?”
가만히 있던 조민지가 너무 궁금해 입을 열었다.
“가보면 알아,”
백삼식 회장의 차는 이천 인터체인지로 들어갔다. 곧 산길을 조금 가다가 어느 공장으로 들어갔다.
“다 왔어 내려요.”
백 회장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 작업장으로 조민지를 안내했다.
“여기는 우리 그룹에서 정교한 목제품을 만들어 내는 ‘자연대로’라는 공장이야.”

여러 사람이 나무를 켜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고 있었다.

“김 부장 그거 가지고 와 봐.”
김 부장이라는 사람이 들고 온 것은 모양을 처음 보는 골프채의 하나인 퍼터였다.
모양이 보통 퍼터와는 완전히 달랐지만 형태는 전통적인 퍼터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어때?”
백 회장이 조민지에게 퍼트를 내 밀었다.
“이게 우리 공장에서 시제품으로 만든 것인데 한번 보아.”
퍼트는 헤드가 나무로 되어 있고 샤프트도 나무로 되었는데 샤프트에는 용의 모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헤드의 크기도 다른 골프 퍼터와 비슷했으나 헤드 자체에 꽃무늬의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예쁘고 아름다워 가지고 싶을 정도의 조각품이었다.
“와!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골프채라면 꼭 하나 가지고 싶겠는데요.”
조민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게 모양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사용 할 수가 있어. 김 부장 설명 좀 해봐.”
“예. 이 채를 가지고 여자 프르 골프 협회 소속 선수 20명에게 그린에서 실제 공을 쳐보라고 했습니다. 골퍼들은 아이언  퍼터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했습니다. 20명중 세 명은 아이언 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무게가 적당하고 촉감이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특히 여자 선수가 프로 경기 때 이것을 사용하면 갤러리들의 관심을 집중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부장은 태블릿을 켜서 녹화한 장면을 보여 주면서 설명했다.
“시타에 응모한 프로들에게 사례는 했나?”
“예. 회장님 말씀대로 금일봉씩을 드렸습니다.”
“이 헤드는 무슨 나무 인가요?”
조민지가 손으로 헤드를 만져 촉감을 느껴보면서 말했다.
“감나무지, 샤프트는 대추나무야. 김 부장 어때? 대추나무가 좋은 가 박달 마누가 좋은가?”
“샤프트는 대추나무가 좋았습니다. 탄력과 강도 시험을 해 보았는데, 강도는 박달나무가 좋고 탄력은 대추나무가 좋았습니다.”
“이 조각은 유명한 한국화 지망 미대생이 그린 것을 입체화 한 것이야. 헤드의 조각은 신사임당의 그림 중 에서 모양을 딴 것이지. 만약 대량 생산을 한다면 컴에 입력해서 AI를 이용해 자동 조각을 할 수 있지. 생산 단가가 아주 싸게 될 거야.”
“회장님 고맙습니다.”
조민지는 정말 기뻤다. 그동안 말이 없던 백회장이 자기를 위해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에 감동했다.
“이 작품이 성공하면 순전히 백회장님의 공로입니다.”
“작품이라고 했나? 생산 제품을 작품이라고 까지 하다니. 민지는 경영의 단수가 한 수 위야.”

조민지는 나무 퍼터 하나를 받아들고 공장을 나왔다. 가슴이 뛰었다. 이 작품이면 틀림없이 성공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회장님,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아직 성공 한 것이 아니야. 이제 시작의 시작이야. 이제 이 물건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설득시키느냐 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야.”
“저는 절반은 성공 했다고 생각합니다. 꼭 명품으로 대박 나게 하겠습니다.”
“다른 골프채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나대로 연구를 하고 있으니 다른 일이나 열심히 해, 그래 점심은 무엇으로 할까?”
“여강가에 가서 매운탕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거 좋겠다. 오랜만에 미인과 강바람이나 쐬자. 여강가도 철새는 꽤 모이는 곳이지.”
그날 오후 늦으막 해서 조민지는 회사로 돌아왔다. 먼저 박민수를 불렀다. 그리고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다룬 퍼터 시제품을 보여 주었다.
“누가 봐도 골프 도구인데 놀라운 조각품입니다. 백 회장 공장에서 만든 것입니까?”
박민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골퍼들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 하는 것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골퍼들은 모양 보다는 성능을 택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박민수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 때 성혜린이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내가 방해 했나요? 둘이 썸 타는 건 아니죠?”
조민지는 성혜린의 말투가 싫었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성 박사님 어서 오세요.”
“여영진 박사를 데리고 가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여영진, 정력하나는 놀랍죠. 인간 물개,수컷. 크크크...”
조민지는 점점 불쾌해 졌으나 한 번 더 참았다. 누가 누구를 데리고 간다는 말인가. 출장에 대한 허락은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기들끼리 결론을 낸 것이 기분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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