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해찬 리더십... 당 쇄신 타깃은 이해찬?
흔들리는 이해찬 리더십... 당 쇄신 타깃은 이해찬?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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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얼굴마담’ 시키려는 친이... ‘대타’ 원하는 친문
이철희 저격에 반격나선 당권파... 입각설에 靑 출신 출마 견제

조국 법무장관 사퇴 이후 민주당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철희 의원이 신호탄을 쐈다. 불출마 선언에 이어 이해찬 당대표를 저격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당쇄신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해찬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이 대표에 대한 비토론이 튀어나온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이 대표는 “아주 극소수”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핵심은 총선승리다. 친이해찬 당권파에서조차 이낙연 총리 복귀에 찬성하는 것도 결국 ‘이해찬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해찬 vs 이낙연 구도를 통한 여권의 총선 방정식을 살펴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흔들리는 이해찬 체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체제가 도전에 직면했다. 한때 ‘눈썹만봐도 움찔한다’던 카리스마는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시작은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한 지난달 15일, 이철희 의원이 전격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이 의원은 이어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이해찬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부분이 이해찬 당 대표에게 있다”며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이 의원은 “내부 분열로 가면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다. 너무 비겁하다”는 말도 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이 대표에 대한 비토론이 튀어 나온 것이다. 이해찬 체제로는 민주당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관측이다.

조 장관 사퇴이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해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약 2천여명의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해 이 대표는 “권리당원이 70만명 가까이 된다. 게시판에 들어와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다 합쳐서 2천명 정도다. 아주 극소수가 그러는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 다음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사퇴를 요구하는 2천여개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당원은 “계산 방법이 너무 돌머리 같다. 70만명 중 2천명만 반대하는 것이면 나머지 69.8만명은 대표님이 좋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권리당원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럼 박근혜 탄핵 외친 200만명 빼고 나머지 5천만명은 탄핵 반대했다는 거냐” 등의 비판도 나왔다.

이런 당원들의 집단 반발은 이 대표가 ‘조국사태’에서 뒷짐지고 있었다고 여겨지는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 당원들은 ‘이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호에만 당력을 집중시키고 불통을 일삼아 당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했다’며 당헌·당규를 근거로 인터넷에서 이 대표 소환에 대한 당원의 의견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은 선출직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소수일지라도 당원의 뜻을 받들어서 잘 하겠다고 해야 했는데 ‘극소수’라고 치부해버려 반발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오만한 태도로는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이낙연 총리 거취에 주목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차기 대권주자 1위’ 이낙연 총리의 거취문제다. 지난 10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에서 요구하고 또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물론 청와대 참모 일부도 총선에 차출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당의 요구가 있더라도 본인 동의 없이는 총선에 차출할 수 없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있다.

이낙연 총리 복귀설은 민주당 내부에서 계파를 막론하고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개각설이 불거질 때 마다 당내에서 이 총리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 총리 차출론이 나온 근본적인 원인은 이해찬 대표의 취임 후 행적 때문이다. ‘원팀론’에 의해 수면 아래에 놓여있던 불만이 이해찬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튀어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방북 당시 고위급 초대에 ‘노쇼’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구설수도 일으켰다. 장애인·외국인여성 비하성 발언은 망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당의 지지율이 그동안 너무 높았다”며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과는커녕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도 본인에 대한 안티를 늘리는데 한몫했다.

당초 밝힌 출마 이유와는 다른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대표 선거전 당시 이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보고 충격을 받고 상황의 엄중함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군인권센터의 계엄령 문건 추가 발표로 여당대표의목소리가 절실한 순간에는 이를 뒷전으로 한 채 러시아 순방을 강행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때도 황교안 대표 등 다른 정당 지도부들은 창원에 상주하며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는데도 베트남 순방을 떠나 빈축을 샀다.

이 총리 차출설에 대해 친문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언제는 이해찬 대표가 모든 선거에서 이긴 ‘선거의 신’이라더니 이 총리 당 복귀설 뿌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 대표로는 자신 없다는 것인가”하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친이 측에서는 “청와대의 무리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으로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빠진 것”이라며 “이를 메우려면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고 그게 바로 이낙연 총리”라고 반박한다. 이에 친문 측은 “당이 이재명 지사 지키는 것 반에 반만이라도 조국 장관에 신경 썼으면 조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조국 장관 사퇴와 이철희 의원의 저격으로 촉발된 사태는 일단은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대표를 겨냥하는 반대 진영의 반격은 12월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를 기점으로 해서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그때쯤이면 이 총리의 거취 문제도 어느 정도 교통정리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당에 ‘얼굴마담’으로 복귀할지 ‘대타’로 귀환할지 여부는 두 가지에 달려있다. 패스트트랙의 온전한 통과 여부와 12월 중 예정된 대법원의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위반 관련 판결이다.

먼저 공수처·선거관련 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해찬 지도부에 대한 당 안팎의 비토 여론은 확산될 것이다. 또한 이재명 지사의 재판에서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거나 유죄취지 파기환송이 이뤄질 경우 당력을 동원해 이 지사를 지원한 이 대표의 정치력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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