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4화 - 직장 정사 타임은 15분?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4화 - 직장 정사 타임은 15분?
  • 이상우
  • 승인 2019.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 오늘은 내가 개발한 특별 식사를 한번 하자고. 아가, 그거 준비되었니?”
박운혁 회장이 비서실 여 직원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조그만 연못가에 모여 박 회장을 바라보고 있는 비둘기 떼를 향해 다시 피리를 불었다.
전에 조민지가 듣던 가락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달콤하기고 하고 경쾌하기도 했다.
이 멜로디가 나가자 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한 곳만 바라보고 있던 비둘기들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던 비둘기들은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수백 마리의 비둘기 중 약 절반이 다른 비둘기의 등 위로 올라탔다.
“어머! 쟤들이 왜 저래요?”
조은지는 말을 해놓고는 낌짝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비둘기들이 일제이 교미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 회장님도.”
박 회장은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조민지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비둘기들의 사랑은 몇 초도 걸리지 않고 끝났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갔다.
박 회장이 다시 다른 멜로디를 내보내자 비둘기 들은 일제히 하늘로 나라 올라 멀리 사라졌다.
“비둘기 말과 두루미 말은 같아요?”
신기한 모습에 정신을 잃고 있던 조은지가 물었다.

“한국말과 미국 말이 다른 것과 같지.”
“그러면 회장님은 새들 세상의 모든 언어를 다 아세요?”
“한 스무 가지 쯤 알아들을 수 있지.”
“와, 20개 국어를 하는 셈이네요.”
“하하하. 그렇게 되나?”
그 때 마침 식사를 가져왔다.
“이거 팥죽 아닌가요?”
조민지가 담백하게 보이는 물김치와 냉수 그리고 팥죽이 놓인 밥상을 보고 말했다.
아주 검소한 밥상이었다.
“이게 회장님이 개발한 식단이여요?”
조민지가 실망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한 숟가락만 떠 먹어보아.”
조민지가 팥죽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런데 팥죽 치고는 아주 특이한 맛이 났다. 입에 착 달라붙는 새큼 달콤한 맛이었다.
“어때?”
“맛이 별나요.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아주 쉬워, 팥죽에 카레를 넣은 거야.”
“예? 그런데 이런 맛이나요?”
두 사람이 팥죽 한 사발을 다 먹어갈 무렵 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내가 민지 승진을 축하하는 뜻으로 선물을 하나 주기로 했어.”
“고맙습니다.”
“영종레저 개발이 회사로 출발하면 수지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야. 회사란 돈을 못 벌면 망하거든,”
“그래서 실은 걱정입니다. 나무로 만든 골프채가 고가 기념품 역할을 제대로 해줄지 걱정입니다. 제가 좀 무모했지요?”
조민지가 마음속으로 우려하던 일을 털어 놓았다. 큰 소리는 쳤지만 정말 제대로 될지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원가를 줄이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야. 골프채를 가공하고 예술적 가치를 입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돈도 만만치 않게 들지. 그래서 우리 그룹의 목재 가공회사가 민지의 일을 돕기로 했어.”
“예? 정말입니까?”
조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모든 제품은 우리 회사에서 가공해서 제공하기로 하지. 그리고 비용은 무상 투자로 하고 제품이 흑자를 낼 때 까지 투자하기로 결정했어.”
엄청난 배려였다. 어떤 상거래에서도 있을 수 없는 특혜였다.
“그러시다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회사가 망한다면 어쩝니까? 회장님이 배임으로 고발
당하는 건 싫어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야.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야 민지 하나 우리 식구로 건지는 것이지.”
“회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조민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기는, 마음 약하게...”
박 회장이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비둘기들의 놀라운 사랑 쇼를 관람하면서 먹은 카레 팥죽은 박 회장의 선물만큼이나 조민지의 가슴에 남았다.
조민지는 돌아와 회시의 인적 구성 초안을 만들어 홍 회장을 방문했다.
조민지의 인사 초안을 본 홍 회장은 대단히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조민지의 인사안의 핵심은 고분자 소재 연구소를 영종 레저 개발이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성혜린 박사와 여영진 연구원, 박민수 본부장이 조민지 산하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천기주, 이규명, 피용자, 강연숙을 달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되면 간부가 일곱 명 평사원이 두 명이 되는 구먼. 엄청난 과분수 회사야.”
“기형적이긴 하지만 효율성은 뛰어날 것입니다. 평사원이 두 명밖에 없으니까 노조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노조가 없다? ㅋㅋㅋ.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
홍 사장은 묘안이라는 듯 감탄의 말을 여러 번 했다.
“모두 개인적으로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소문이 나게 되고 성사가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장님 께서 김 부사장님과 회장님의 결심을 받아 주십시오.”
“이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러나 우리 조민지 전무님 명령이니 한 번 해보자.”
홍 사장이 결심을 보이자 조민지가 허리까지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날 저녁 조민지는 약속대로 ‘이 풍진 세상’에 여영진을 만나러 갔다.
여 박사는 미리 와 있었다.
“바쁠 텐데 시간을 잘 지킵니다.”
“회사 일이야 퇴근 전에 다 해야죠. 나는 칼 퇴근을 지킵니다. 새로 생기는 우리 회사 사원들 도 칼 퇴근을 권장할 것입니다.”
“와, 그 회사 나도 갔으면 좋겠네.”
“그럼 성 박사와 데이 타임 데이트는 어쩌구요? 나는 점심시간 한 시간 외는 근무 중 섹스는 막을 텐데요.”
“근무 중 섹스라... 남녀의 평균 성교 시간은 15분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성 박사와 내가 투 타임을 뛴다 해도 40분이면 충분, 식사하는 데 5분 어때요?”
“그럼 여영진 씨와 성 박사 모두 우리 회사로 발령 낼 게요.”
이외로 쉽게 한 사람의 동의를 받아낸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