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리앙투아네트' 장은아, "미래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인터뷰] '마리앙투아네트' 장은아, "미래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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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EMK뮤지컬 컴퍼니는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무대, 의상, 안무는 물론 대본과 음악까지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대대적 수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마리 앙투아네트>로 탄생시켜 평균 객석 점유율 92%, 총관객 수 1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신화를 기록했다.


다시 돌아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 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번 재연 공연에서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와 대척점에 서서 '정의'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해보는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맡은 배우 장은아를 만나 그녀가 그리고 있는 '정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마리와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면서 카리스마가 놀라운 것 같다.


A. 초연이 있던 작품이고, 대본상에서 정확하게 인지가 되어 있고 설정이 되어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려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그리드라는 인물은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작품에서 가장 복합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인물이거든요. 주인공인 '마리' 같은 경우에는 워낙 많은 자료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참고할 부분들이 많지만 저는 초연 때 그려졌던 마그리드라는 캐릭터밖에 없었기 때문에 처음 준비하는 과정에서 초연부터 말이 많았던 '마그리드' 역의 서사의 부족함이라던가 캐릭터가 외치고 있는 '정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사회가 현실의 사회와 이 시대의 사이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난 이후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은 평등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거든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못 지나가고 그래요 제가. 그래서 이런 세상을 두고 작품을 바라보니까 쉽게 다가갈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마그리드를 바라보니 저와 교차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표현하고 말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던 것 같아요.


Q. 초연과 재연의 마그리드에 대해서 많은 관객들이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평이 많다.


A. 초연과 재연 사이에 우리 사회의 대통령, 왕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죠. 작품을 바라보자면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빈부격차와 실제로 마리가 말하진 않았지만 마리가 한 것으로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는 이야기'처럼, 그 간극에서 악이 생겼던 것 같아요. 잘못된 나라에 대한 고발과 사회의 변화를 주고자 하는 움직임. 백성과 시민들이 소리치는 목소리.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들의 욕망과 거짓, 선동. 이걸 느끼게 되는 사람들. 이 모든 걸 마그리드는 직접 느껴요. 마그리드는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면서도 나약한 한 인간이라는 걸 전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하는 말이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았지만, 내가 하는 말속에서도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마그리드는 그걸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거든요. 마리가 단두대에 올라갔을 때 그녀는 혼란을 겪죠. 내가 가는 길이, 내가 알고 있던 길이 맞을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게 제가, 그리고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작품에서 품고 있는 정의라는 단어가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현시대의 촛불집회라는 것도 누군가에겐 좋은 영향이 갔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악플을 남길 수 있는 요소가 된 것처럼요. 그래서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우리가 꿈꾸는 정의란 무엇이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의에 대한 정리를 해보셨으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Q. 그 메시지를 담고, 작품에 임하고 있는 건가


A. 그렇죠. 이 메시지를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과 함께 마그리드가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그리드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당신의 정의란'. 그래서 매회 마지막에 단두대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정말 마리 역할을 맡은 소향 배우나 소현 배우의 눈빛만 봐도 눈물이 흘러요. 서로의 눈빛이 너무 간절하기 때문에 눈이 마주치자마자 몰입도가 더 올라가고 실신할 것처럼 초집중하게 돼요. 그런데 우리들이 그렇게 작품에 임하고 있는 만큼 관객분들도 그 장면에서 집중하고 계셔서 더 열심히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Q. 체력 관리하는 부분에서 힘든 점은 없나.


A. 사실 배우들마다 일상생활과 무대를 연결하는 부분이 다 달라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공연을 위해 살고 있지만, 공연이 힘들다고 해서 실제 생활에 가져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저 만의 방법은 기독교라 기도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지금도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마그리드를 씌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서 무대에 올라가요. 정말 힘들 때도 기도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을 이겨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 무대에 올라갔을 때 집중해서 그때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내려오는 게 저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주위에서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작업을 하거나 공연을 하고 있으면 주위의 연락을 다 안 받고 작품에 올인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나마 친한 엄기준 배우님의 볼링 멤버들한테는 공연 때문에 만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다들 이해해주시거든요. 오히려 '그래, 이럴 때 열심히 노를 저어라'라고 말씀들 하세요. 그런데 사실 좀 외로운 게 제가 공연 때문에 연락을 잘 안 받아서 그런가 연락도 잘 안 와요. 친한 배우들은 제가 만나지 않아도 연락을 잘 해주는데 연락도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슬플 때도 있어요. 김지현 배우님이나 임강희 배우님 같은 경우에 몸보신시켜준다고 매번 연락 주시고, 용숙 언니도 먼저 연락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웨이크 보드나 스노보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공연을 하면서 그런 걸 다 끊으니까 장비들이 녹슬어가고 있어서 슬픕니다.

 

 

 

Q. 올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A. 두 달 이상 쉰 적이 없어요. 예전에는 술을 정말 좋아해서 이틀만 공연이 없어도 술을 마셨었거든요. 지금은 그것도 안 해요. 그래서 진짜 연락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지금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는 것도 좋아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약간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혼자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해서 하와이다 태국, 필리핀도 혼자 여행 갔었거든요. 쉴 때 배우들끼리 시간을 맞추기가 힘드니까 혼자 있는 삶을 즐겼던 부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요즘엔 조금 외로워요. 이번 작품들을 다 끝내고 내년엔 조금 쉴 수 있지 않나 싶어요.


Q. 커리어 우먼의 전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A 제가 남한테 피해 주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상대 배우들이나 장면에 맞추는 걸 열심히 하거든요. 그래서 누굴 만나도 맞춰주려고 해서 거기서 오는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혼자 있어야 저를 내려놓는 것 같거든요. 주위에 선배님들은 이런 상황을 다 지나갔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즐기면서 편하게 하라고들 말해주세요. 모두가 푸는 방법이 다르잖아요. 이제 남자친구도 좀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오디션에 붙는다면 다시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앞에 있을 일보다 지금 하고 있는, 할 수 있는 이들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거든요.


Q.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을까


A. 저는 일단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요. 한때는 인스타에 음식 사진만 엄청 올렸었거든요. 주변에서 먹는 거 말고 하는 게 없냐고 물어볼 정도로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맛있는 걸 좋아해요. 올해는 쉴 때가 많이 없어서 힘들기는 한데, 저랑 친한 배우들은 제가 먹고 마시고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걸 알고 있죠.


Q. 지금 활력소도 없이 공연에 올인 중인 것 같다.


A. 맞아요. 정말 너무 힘든데 너무 행복하고 뿌듯해요. 사실 처음엔 노래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가수를 할 때는 무대가 없었고, 밴드를 할 때는 홍대 클럽에서 두 명 앞에서 노래를 불렀었거든요. 바텐더와 사장님 앞에서 공연했어요.(웃음)

밴드를 할 때 정말 밴드 오빠가 무대 위에 세워달라고 홍대 클럽마다 돌아다녔었어요. 그렇게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다녔었는데, 노래를 맘껏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까 뮤지컬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에 도전했던 것 같아요.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뻐서 시작했는데 무대에 서고 나서 보니까 연기도 잘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무대에 서고 있는 것 같아요.

 


Q. 김소향 배우와 김소현 배우가 그리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케미가 다를 것 같은데


A. 두 배우님이 그리고 있는 '마리'는 정말 달라요. 같은 캐릭터지만 그걸 표현하고 있는 배우분들이 각자의 그리고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정말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을 마주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끼죠. 저는 이들의 힘을, 이들의 에너지 때문에 공연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들의 최고의 상대 배우라고 생각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능력 있는 사람이 노력하는 게 무섭다고 하잖아요. 이 두 배우님들은 정말 말 그대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정말 많이 노력을 하세요. 그래서 그 에너지를 받아서 상대 배우로서 더 열심히 공연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같은 배역을 맡은 김연지 배우. 어떻게 생각하나


A. 사실 연지 배우는 제가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죠. 왜냐하면 저도 정말 많은 시간을 방황하고, 올라갈 수 있는 무대를 찾는 등 힘들었을 때 <광화문 연가>라는 작품을 일본에서 만나서 무대를 갖고,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거든요. 사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어요. 현대 무용도 해야 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해야 되는데, 저는 대사 하나를 12시간 해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랬던 저인데, 이번 작품에서 연지 배우를 바라보니까 그때의 제가 너무 생각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너무 큰 역할을 같이 맡게 됐잖아요.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이게 정말 큰일이잖아요. 처음에 정말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그 마음을 이해했던 게, 본인이 얼마나 답답하면 이럴까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옛날의 제가 연지가 연습하는 모습에서 크로스 오버가 되다 보니까 정말 많은 부분들에서 말해줬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저를 이끌어 줬던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이끌어 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친구가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정말 뿌듯함을 느꼈어요. 걱정한 것과 다르게 너무 잘해서 기뻤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더 잘 되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Q.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A. 앞서 말했지만, 단두대에 올라가기 전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차도 아닌 수레에 실려왔다가 넘어지는 장면이요. 밧줄에 묶여서 일어나지 못하는 마리를 마그리드가 다가가서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우거든요. 그 장면이 제일 집중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고, 제일 힘들고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울어요. 마그리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넘어진 그녀를 일으키는 것 밖에 없거든요. 그녀가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 정말 억장이 무너져요. 속으로 '내가 무슨 직을 한 거지?', '내가 무슨 짓을 벌인 거야'라는 생각들이 오가죠. 그리고 처음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사람에게 경의를 표시해요. 그래서 그 장면이 제일 좋아하면서도 제일 슬픈 장면이에요. 사실 그때 제 마이크가 꺼져있는데, 1층에서 제가 혼자 꺽꺽대면서 우는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슬프고 의미 있는 장면이에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무대 위에서 실수는 딱 한 번 있었는데, 소현 언니랑 했을 때였어요. 사실 저는 제가 했던 게 기억이 안 났는데 무대에서 내려가니까 다들 말하더라고요. 저는 몰랐는데 그 장면이 편지를 뒤지다가 대답을 하는 건데, 제가 '네, 주인님'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진짜 몰랐어요. 사실 그때 소현 언니 표정이 이상한 지도 몰랐어요. 그냥 오늘따라 악에 받쳤구나 했었는데, 그게 이빨을 깨무느냐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주인님'이라는 게 계속 머리에 남아있어서 웃지 않으려고 이빨을 꽉 깨물고 대사를 이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습실 때도 어마어마한 참사가 있었는데, 연습 초반에 제가 되게 열심히 '굶주렸지만 멍청하지 않아요' 이런 대사였는데 제가 '멍청하지만'이 먼저 나온 거예요. 연출님이 바로 '노노노!'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연습실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이빨을 꽉 깨물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습 때 '멍청한 마드리드'라는 별명을 얻게 됐죠. 그런데 정말 배우들이 대단한 게 모든 배우들이 즐겁게 깔깔대면서 삼겹살을 사 먹고 연습실에 들어와서 장면에 들어가니까 다들 바로 집중하고 몰입하는 게 신기하고 당황스러웠죠. 모두가 다 미친 듯이 연습해서 그런가 똘똘 뭉쳐서 결집력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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