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리안그레이의초상' 김주원, "내 삶의 모든걸 예술로 표현중"
[인터뷰] '도리안그레이의초상' 김주원, "내 삶의 모든걸 예술로 표현중"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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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발레리나, 교수 그리고 배우까지...
네 명의 '유진'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김주원과의 인터뷰


누군가는 말한다 '예술가'를 두고 편하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고. 정말로 예술가들은 편하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걸까. 실제로 많은 예술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누군가의 후원을 받아 활동을 하거나 직접 발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예술가'라고 불리는 인물을 비롯해 예술가를 만들고 키워주는 인물들까지 다양한 형태로 '예술가'를 그려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공연 기획사 페이지 원(PAGE1)이 제작하고, 공연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카카오가 투자한 공연으로 영국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의 원작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리언'이 올바른 표기이나 공연 제목은 '도리안')을 배경으로 현대의 감성을 담아 제작했다.


한 가지 장르로 점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제이드'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발레리나 김주원을 만났다. 발레리나와 교수, 그리고 배우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주원과 이번 작품 속 '제이드'와 작품을 맡게 된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인데,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A. 안녕하세요. 발레리나 김주원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조금 낯설지만 배우 김주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알고 있던 작품이었을까.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이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극 혹은 총체극 형식의 작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처음엔 작품이 올라가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출님이 저를 찾아주셨죠. 연출님이 생각하고 있는 작품의 의도와 생각, 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확신은 아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참여했죠.


Q. 그동안 발레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등에 출연했었다. 과거에 했던 공연들과 지금 출연하고 있는 공연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면?


A. 제가 고선웅 연출님의 라빠르트망이라는 연극에 출연한 적은 있는데, 당시에 출연했던 작품 속 캐릭터는 배우들보다 조금 한정적인 캐릭터였어요. 그냥 김주원처럼 대화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면 됐었죠. 그런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그려지는 제이드는 음악이나 춤뿐만 아니라 영상과 조명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죠. 사실 저한테는 익숙한 부분이긴 했어요. 그런데 전에 했던 작품들과 다른 점은 대사가 많았고, 그 가운데 양극성 장애라는 걸 표현하고, 여러 가지의 감정선을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정말 낯설었어요. 제가 사실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도 소리를 질러내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작품 속에서 대사를 말하고 표현하는 게 힘들고 낯설었죠.


Q.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이나 캐릭터를 차용하거나 참고했던 부분들이 있을까?


A. 일단 제가 작품에 들어가면, 특히 춤을 출 때는 안무가의 의도를 100% 모두 담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연출님과 예술 감독님들의 생각을 들었어요. 이지나 연출님이 생각하고 있는 작품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죠. 그리고 정재일 감독님이 만드신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춤도 음악에서 이야기가 많이 되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서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안무감독님이 의도한 안무와 그 속에서 손짓 같은 부분들의 의미를 체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장면과 장면, 그리고 장면 속에서 조명의 모양이나 위치, 색감을 캐릭터에 그려 넣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저 나름의 색깔을 부여하기보다는 창작진이 만들어둔 의도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이 극에 맞는 제이드 일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A. 배우 김주원이 바라본, 제이드는 어떤 인물인가


A. 사실 저하고는 반대 선상에 서 있는 사람이죠. 저는 사실 화가 날 때도 있고, 슬플 때, 기쁠 때가 있어도 감정의 곡선이 심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이드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부분이 극과 극을 오가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가 오는 거잖아요. 그런 감정이 널뛰는 부분을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내가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제이드라면, 너무 힘들고 아프고 슬플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다 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적게나마 있더라고요. 예술가적으로는 아주 공감 가는 인물이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Q. 표현을 하는 것에 있어서 연기보다 무용이나 춤이 더 편하나


A. 저는 춤이 당연히 편하죠. 사실 저는 언어 없이 춤으로 움직이고 표현하는 게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언어에요. 사실 처음 연출님이 이번 작품에 저를 캐스팅하시면서 '그냥 무대 위에서 왔다 갔다만 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그런 어떤 약속을 하셨었는데, 이게 이렇게 대사가 많고 연기를 많이 해야 하는 건지 몰랐었어요. 그래서 저는 춤으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합니다.


Q. 만약 이번 작품 이후에도 비슷한 작품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만나볼 수 있을까


A. 김주원이 그 작품에 들어가서 그 작품을 훨씬 살릴 수 있는 인물이라거나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접점이 있다면, 그 작품에 출연하는 데 있어서 분명한 명분이 있다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Q. 사실 외국, 특히 대형 작품들 같은 경우에 발레리나 혹은 무용수를 통해 한 장면을 꾸며나가거나 비어있는 무대를 채우는 작품들이 많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이번 작품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A. 한국에서도 없지는 않아요. 그런데 외국처럼 다양하지는 않죠. 그리고 무용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무대들이 한정되어 있어요.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자리가 드물죠. 그래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재밌는 것 같아요. 뮤지컬과 연극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춤, 노래, 음악, 영상을 한데 모았거든요. 저는 이런 어떤 장르의 영역이 없는 작품들을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외국의 많은 극단들이 무용수와 연극인, 성악가의 구성을 3:4:3 정도 구성해서 작품을 만들거나 올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국내 같은 경우에는 외국과는 다르게 단원들이 많은 극단들이 드물기 때문에 올려도 자연스럽지 않다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 작품도 이지나 연출님이 다양한 작품들을 맡아왔기 때문에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부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국내에서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Q. 이번 작품에서 춤 그리고 무용과 관련해서 음악이나 영상, 연극적인 특성에 비해 퍼센티지가 너무 낮은 느낌을 받은 관객들이 있었다. 특히 무용수들의 숫자도 그렇고, 디테일적인 부분들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A. 저도 그런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이 춤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발레 전공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가끔 특강으로 연극 영화과나 연기를 전공하는 친구들을 가르치거든요. 그 친구들이 표현하는 움직임에서 오는 날것의 움직임이 있어요. 그 가운데서도 분명하게 진정성을 담고 있죠. 그래서 그런 면에 있어서 저는 이번 공연에서 연극배우들이 만드는 움직임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무용수들 보다 테크니컬 한 움직임이나 섬세한 움직임은 부족할지언정 배우들이 표현하는 선에는 날 것의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피지컬적인 움직임에 직설적인 진정성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보면서 많은 배우들이 연기뿐만 아니라 춤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Q. 이번 작품 이후, 비슷한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A. 실제로 많은 작품들에서 이러한 부분을 캐치하고 시도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많은 작품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 작품 이후에 이런 시도나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배우님은 그런 작품들을 연출하거나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A. 예술감독직은 많이 맡아왔는데 연출은 저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감독이라는 역할은 각 요소에 필요한 사람들을 채워 넣고, 그들의 창작적인 요소들을 잘 캐치하고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죠. 그런 면에서는 저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고, 저희 회사랑도 지난해 <탱고 발레>라는 작품을 한 것도 하나의 일환이었죠. 이후에 많은 작품들을 올려보고 싶어요. 제가 연출이라는 역할은 아니지만 예술감독으로, 창작 스태프들과 에너지 넘치는 아티스트, 무용수, 연주자 등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Q. 다시 작품으로 들어와서, 제이드가 바라보고 있는 '유진'. 네 명의 배우가 너무나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A. 저는 네 명의 유진을 다 너무 사랑합니다. 우선 자람 배우님은 정말 함께 연기하는 게 편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표현하는 게 저한테는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발레라는 게 항상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걸 평생 해왔기 때문에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한다는 게 걱정도 있었고, 기대감도 있었죠. 그런데 정말 걱정이었을 뿐이고 직접 대화를 해보니까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자람 배우가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다 품어졌어요. 그래서 처음 대화를 한 이후로 연습을 하고 공연을 올리기까지 특별하게 결속되는 느낌들을 받았어요. 또 보면 사회적으로도 한 장르에 평생을 받쳐온 예술가로서도 공통분모나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영수 배우님. 나이로 보면 영수 배우거든요. 사실 정말 깜짝 놀란 게 배우라고 했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무용수 같더라고요. 몸이라든지 움직임이라든지 몸은 관리하는 모든 모습에서 무용수의 태가 났어요. 그런데도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충도 무용수들처럼 춰서 '뭐 이런 사람이 있지?'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으로서도 정말 너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영수 배우랑은 제가 발레리노랑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만큼 편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표현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이질감 없이 어떤 각도에서든 빛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정말 영수 배우랑 무대를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면서 가장 편하게 무대에 서고 있게 해주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비주얼적으로도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스탠더드 한 유진과 제이드 관계 같은 느낌을 받아요. 정석 같은? 제가 뭘 해도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성민 배우는, 저에게 되게 새로움을 주는 배우인 것 같아요. 제가 제이드로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을 떠나서 다른 부분들을 캐치하고 건드려서 뭔가 새로운 느낌을 나올 수 있게끔 만드는 배우에요. 그래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매력적인 유진을 만들어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죠.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매번 기대가 되는, 설레는 유진인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긴장을 하고 들어가야 되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준석 배우는 너무 귀엽죠. 사실 첫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유진이었어요. 작품 속에 들어갔을 때 나이 차이가 느껴지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공연에 올라갔을 때 준석 배우가 그리고 있는 유진의 눈빛이나 연기를 딱 바라보면 제가 바로 제이드가 돼요. 앞으로 연준석이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가 될지 기대가 큽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진에 가장 가까운 유진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나이에서 오는 에너지도 있겠지만, 제이드를 생각하는 맹목적인 감정이나 그냥 사랑만 생각하는 정말 순수한 유진의 모습이 보여요. 사실 현실에서 저의 삶은 제이드보다 유진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준석 배우랑 연기를 하고 있으면 제가 정말 제이드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배우들이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로 넘어오면 너무 귀여운 동생들이지만요.(웃음)

 

Q. 극 중 '오스카'가 말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정말 많은 장르를 오가는 배우로서 이 대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면 어떤 예술가나 그의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이 저를 통해서 또 다른 예술로 그려지는 것 등이 예술을 위한 예술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삶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었고, 얻어오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었으니까, 저는 춤을 추면서 많은 감정들을 배웠어요. 사랑을 알기 전에 사랑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랑을 배웠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죽음을 알게 됐죠. 그런 어떤 감정이나 단어를 눈으로 보기도 전에 춤을 통해서, 작품들을 통해서 배우고 표현해왔어요. 이제는 제 삶을 통해 예술을 표현하고 있죠. 예술을 위한 예술은 제가 생각하기에 모든 예술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한, 연륜이 쌓이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경험하고 표현하고 느꼈던 예술들이, 그 삶이 제가 연기하고 표현하고 있는 예술에 담겨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작품 속에서 제이드나 유진이나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죠. 모든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 서면 사람들의 성격이 연기를 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데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오스카가 강요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걸 제이드와 유진은 당연하게 알고 있고 그걸 표현하고 있는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Q. 작품이 다시 올라가게 된다면, 특히 이번 작품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다시 채워진다면 제이드 역할을 다시 맡고 싶은가. 아니면 오스카나 유진 역할을 맡아보고 싶나


A. 모든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지만, 일단 오스카는 노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제가 고음은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연출님이 제이드를 저한테 맞게끔 많이 만들어주시기도 했고, 저한테도 제이드는 소중한 역할이기 때문에 다시 공연이 올라가서 할 수 있게 된다면 제이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현실 속에서 저는 유진에 가깝기 때문에 아쉬울 것 같기도 해요. 작품이 올라가기 전에도 연출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제이드인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유진이 된다고요. 너무나 유진이어서 이걸 유진을 시켜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발레리나라고 하면 무대에서 평생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무대에 섰을 때 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 다시 한다면 제이드로 올 것 같아요. 제가 감히 뭘 하겠다란 건 아니고 연출님이 다시 불러주신다면요.


Q. 내가 생각하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란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혹은 이번 작품에서 절대 놓쳐선 안되는 장면은?


A. 사실 무대에서 그려지는 모든 게 다 좋은데, 제가 가장 찡하고 가슴이 아픈 부분은 오스카가 편지를 부를 때 유진이 혼자 서있는 장면이에요. 저는 그때 무대 뒤에서 옷을 다 갈아입고 커튼콜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정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오스카가 편지라는 노래를 부르고 유진이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그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쓸쓸해 보여요. 처음 연습실에서 이 노래가 나왔는데 너무 창피한데 처음 듣자마자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는 오스카들이 너무 다 다른 보이스 톤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 세 명이 부르는 '편지'가 다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어서 듣고 있으면 너무 찡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Q. 공연 중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A. 사실 웃긴 일들이 엄청 많았거든요. 저 말고 문유강 배우가 극 중에 코러스들이 머리에 뭘 쓰고 나와서 조각품처럼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뒤돌아 있는데 목 부분인가에 입술자국이 나 있어서 그걸 보고 웃음을 참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도 있고 저희가 틈틈이 웃긴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스카들이 가끔 선글라스를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웃음을 참아야 할 때가 있어요. 이런 걸 제외하고는 의자를 쓰는 장면에서 넘어지거나 실수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대사 실수도 있고요. 저도 대사를 실수했던 적이 있는데, 제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제가 제이드를 먼저 말한 거예요. 관객분들은 스쳐 지나갈 수 있는데 무대 위에 있던 배우들은 그 순간에 다 이를 악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외엔 큰 실수나 사고 없이 잘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작품이 올라가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A. 일단 이 시기에 이런 작품이 올라간다는 건 연출님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작품이 이 시기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여성에 대한 문제들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로 하여금 한 번쯤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아요. 성(姓)의 구분 없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젠더 프리라는 캐스팅이란 게 저한테는 매력적인 부분인 건 맞거든요. 발레라는 영역은 완벽하게 남자와 여자가 나눠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거든요. 여자 발레리나는 토슈즈를 신어야 하고, 남자들은 여자 무용수를 들어야 되기 때문에 어떤 힘의 논리에서 클래식하게 영역이 정해져 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영역이 완벽하게 없어진 상태에서 모든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하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여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나는 것도 매력적이고요.(웃음)


Q. 마지막으로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공연을 소개하자면


A. 이 작품은 정말 모든 장르의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에요.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담은 종합 선물세트죠. 그래서 이 공연을 많이 보신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날은 조명에 꽂혀서 조명만 보시고 감동받고 가실 때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어느 날은 음악이 너무 좋아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서 춤에서 감동을 받으신다고들 하세요. 여러 가지의 요소들이 담겨있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 보니 좀 이해하기가 어렵고,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선입견 없이 진짜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즐겨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어디 보자'라기보다는 이 작품이 가진 그런 매력을 보려는 마음으로 오셔서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골라서 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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