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최수진, "10년차 배우,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인터뷰②] 최수진, "10년차 배우,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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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인터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데뷔 10년 차가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저한테 10년이라는 숫자는 주변에서 생각해주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제가 뮤지컬 전공도 아니었고, 처음 데뷔할 당시 많은 공부를 거쳐서 온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데뷔 이후에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데뷔 이후 몇 년간은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생과 지망생처럼 정말 많이 공부했고 고뇌했던 시절을 겪었거든요.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배움을 통해 지금의 저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10년 차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말하기엔 조금 모자란 느낌이 들어요. 20년 정도는 돼야 와닿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Q.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언제 알게 됐고 입문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저는 아이돌이 꿈이었어요. 그리고 아이돌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연기가 하고 싶었죠. 동생이 먼저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에 저도 똑같은 일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침 그때 당시에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 수업도 들었거든요. 그때는 아는 분께 소개를 받아서 어떤 영화감독님한테 연기 수업을 받았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같이 수업을 받는 언니, 오빠들도 너무 기가 세서 저는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연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걸 알았을 때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뮤지컬이란 장르는 조금을 알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때 당시에 엄마가 연기를 해서 배우를 하는 것도 좋은데, 네가 노래를 좋아하니까 뮤지컬도 해보라고 말해주셔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시에 성가대를 하고 계셨던 엄마가 같은 성가대에 있는 집사님에게 성악을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집사님이 소프라노로 활동하셨던 성악가 선생님이셨거든요. 생각해보면 엄마도 성악을 전공하셨어서 저한테도 시키고 싶으셨나 봐요. 그래서 처음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으러 갔는데 저보고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라는 질문을 먼저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게 있구나라는 정도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선생님이 물어보셨을 때 저는 '네'라고 답했어요. 선생님은 제 말을 들으시고는 '나한테 성악은 한 달만 배우고 음악감독을 소개해줄 테니 그분에게 가서 보컬 레슨을 제대로 받아'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한 달만 성악을 배우고 선생님이 소개해준 음악감독님한테 레슨을 받았어요. 그런데 음악감독님도 "너 2년은 나한테 배우는데, 1년은 노래만 배우고 2년째에는 노래랑 연기, 춤을 같이 배워라. 그리고 2년 후에 데뷔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네'라고 답했는데, 정말로 2년 후에 데뷔를 하게 됐어요. 물론 그 사이에 오디션에 떨어지기도 하고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뮤지컬 배우가 됐던 것 같아요.

Q. 첫 연극 도전,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A. 연기에 대해서는 정말 '답이 없다'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 안에 진심을 담지 않으면 그냥 말만 하고 있는 애들이나 다름없거든요. 물론 기술도 좋아야 하지만 진심을 담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아요.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제가 뛰어나게 연기를 잘한다라는 것보다 많은 관객분들이 제가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받는 부분들에 있어서 너무 기쁘고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진심을 전달하고,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 진심을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고 감사해요. 제가 이번 작품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전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웃음)

Q. 이후에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연극을 할 생각은?

A.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말 재밌고 너무 행복한데, 또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사실 지금도 '아, 연극 또 할 수 있을까?'이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론 뮤지컬을 할 때는 감기라도 걸리면 엄청 걱정을 하는데, 연극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장단점을 있죠. 뮤지컬은 노래를 해서 좋고, 연극은 노래를 안 해서 좋기도 하고요.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오펀스>라는 작품처럼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하지 않을까요? 아니 꼭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또 재미를 느꼈거든요.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더 많은 부분들에서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뮤지컬도 마찬가지지만요. 뮤지컬에서의 연기와는 또 다른 재미잖아요. 좋은 작품들을 꼭 하고 싶어요.

Q. 많은 작품들을 맡아왔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A. 앞서 말했던 배움의 과정에 있었을 때 했던 작품들은 모두 아쉬워요. 특히 데뷔 작품이요. 그게 트라우마까지는 아니지만요. 제가 지금 <귀환>이란 작품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게 남산에 있는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여러 연습실이 있는데, 그곳들 중 한 곳에서 <살인마 잭>을 연습했었어요. 그 연습실의 특유의 향기가 있는데 지금도 그곳을 지나갈 때면 그때 생각이 떠올라요. 당시에 너무 힘들었거든요. 솔직히 비웃던 선배도, 냉랭했던 선배님도 계셨었죠. 그런데 몇몇 선배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많은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이 제가 하고 있는 배역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도움을 주셨어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치열했던 생각이 나요. 그때 연출님을 붙들고 "연출님, 저 노래나 연기 둥 중에 하나만 할게요"라고 말했을 정도였어요. 정말 모든 게 어렵고 아무것도 몰랐던 스물네 살이었죠. 그런데 요즘 스물네 살의 친구들을 보면 정말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너무 어렸구나, 너무너무 몰랐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속상하면서도 저한테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됐던 경험이어서 <살인마 잭>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증의 작품인 것 같아요. 

Q. 나 '최수진'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A. 저는 신앙이요. 종교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걸 피하고 싶지 않아요. 저에겐 신앙이 굉장히 절대적인 힘이고 이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많거든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기도에 많은 의지를 담고 있어요. 옛날에 어렴풋이 약간 기복 신앙처럼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이런 믿음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저는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잘 것도 없고 위태로운 인간이지만, 하나님을 통해 제가 겸손해지고 담대해질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물론 가족들도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저를 믿어주고 있죠. 이들이 있기에 힘들거나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Q. '내가 이것 때문에 배우가 됐구나' 혹은 '이것 때문에 배우가 되길 잘 한 것 같다'라고 느껴질 때가 있었을까

A. 너무너무 많죠. 예를 들어서 저에게 전해주는 편지 일 수도 있고, SNS나 퇴근길이나 이벤트를 통해 만난 분들이 전해주는 말 때문인 것 같아요. 그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저 때문에 하루를 살았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었거든요. 그게 정말 저한테 너무 힘이 되더라고요. 그게 여운이 남아있어요. 관객분들이 제가 하고 있는 공연을 보시고 자신이 느낀 여러 감정이나 기분을 전달해주실 때 '내가 한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관객들에게 혹은 동료 배우들에게 기억되고 싶나

A. 일단 모든 배우들은 비슷하게 답하지 않을까요? 같이 공연하고 싶은 사람이요. 누군가에게 같이 공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싶지는 않거든요. 말을 할 때 편하다거나, 시너지가 좋거나, 성격이 좋아서 연습을 하거나 우연하게 만나더라도 좋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이번에 <사의 찬미>라는 작품에서 작품 프로그램 중에 전 배우들한테 하나씩 말을 쓰는 란이 있었거든요. 그 코너에서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 '수진아 함께 공연하게 돼서 기쁘다', "또 만났네'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같이 공연하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40대가 된 내가 지금의 이 인터뷰, 텍스트를 다시 보게 된다면 뭐라고 말을 할 것 같나.

A. 내가 정말 진심을 다해서 솔직하게 인터뷰를 했구나. 저는 인터뷰가 되게 재밌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정말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인터뷰였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Q. 다행입니다.

A.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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