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성사된 南·北·美 세기의 만남
66년 만에 성사된 南·北·美 세기의 만남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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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뒤 66년만에 판문점에서 서로를 맞이한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국 대통령
韓美 정상회담 → 北美 정상회담 → 韓北美 정상 회동까지, 세계인 시선 집중
각양각색 평가와 예측 내놓고 있는 정치·언론·애널리스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에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지난 30일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세기의 회동'을 가졌다. 남북미 정상 간 '톱 다운' 외교로 재가동된 북미 대화가 실무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북미 양 정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남북 군사분계선을 두고 인사를 나눈뒤 함께 북한 쪽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남한 쪽으로 건너왔다. 문 대통령은 남측 판문점 앞에서 이들과 함께 회동하는 모습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시작된 북미 정상 간 '톱 다운' 소통은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란 성과로 이어졌다. 북미 두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최근 친서 외교를 재개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속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촉구하며 북미 대화를 촉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대화의 틀은 여전히 유효하고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톱 다운 방식에 대한 강한 회의론, 나아가 6자회담 필요성까지 거론돼온 상황에서 이번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톱 다운 외교와 비핵화 협상은 다시 힘을 얻게 됐다. 

북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 앞으로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회동에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르면 7월 중순부터 북미가 협상 팀을 꾸려 실무회담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실무협상 재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지만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노이에서 북미가 확인한 비핵화 개념과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그대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물론 (대북) 제재가 해제되진 않았지만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포괄적으로 좋은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동시적 미국의 행동조치를 요구하며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대화 재개의 동력을 다시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실무협상을 해봐야 한다"면서 "비핵화를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해 북미가 여전히 입장 차가 있어 실무협상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사이는 좋다고 하면서 제재 완화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관심 있는 부분이 제재 완화인데 미국의 기존 원칙에 변함이 없어 한 두번 실무회담은 할 수 있지만 비핵화와 제재 완화가 되겠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공식 석상 첫 등장
北 장금철 '통전부장'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맡고 있던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이어받은 장금철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에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통전부장은 지난 4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위원회 위원, 그리고 당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호명됐으나 공개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 통전부장 교체 사실은 같은 달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영철 후임으로 장금철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이 임명됐다고 보고하면서 알려졌지만, 그의 모습이 공개 석상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남측 자유의 집으로 이동할 당시 장 통전부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과 함께 서 있었다. 

그러나 장 통전부장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 배석하지 않았다. 김영철 전 통전부장이 한반도 관련 문제 전반을 총괄했던 것과 달리 대남 업무에만 역할이 한정됐음을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장 통전부장은 수행원들과 함께 판문점 자유의집을 방문했으나, 수행원 이상의 특이사항을 감지할만한 접촉이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민정수석
'사실상 종전선언'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세 지도자의 비전과 용기와 결단의 산물'이라며 "사실상 종전선언을 천명한 역사적인 날이다. '비핵화 협정'과 '평화협정'을 향한 또 하나의 의미있는 발걸음"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조국 민정수석 이외에도 노영민 비서실장, 고민정 대변인 등도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노 비서실장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정전선언 이후 꼭 66년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한번은 남에서 북으로, 또 한 번은 북에서 남으로 남북미 정상들이 함께 손을 잡고 평화를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때론 덜컹거리기도 하고 때론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평화를 일상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 평화를 향한 거대한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걸 실감한 오늘이다"고 밝혔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잠시 주춤거린 북미 협상도 탄력을 받을 걸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진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韓北美 정상회담
日 좌불안석?

일본 주요 신문들은 1일 전날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일제히 1면 톱기사 및 사설로 비중있게 다루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제히 이번 회동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1면 톱기사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는 사진과 함께 판문점 회동에 대해 보도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월경해 북한 땅을 1분 정도 밟았다며 "미군을 통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은 김정은이 요구해온 체제보증을 인정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사히는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뒷전"이라며, "두 정상은 이번 판문점회담에서 실무회담 재개만 결정했을 뿐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회담 결과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견지했다.  

아사히는 이날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진전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판문점회담에 대해 "파격적인 즉흥적 정상외교가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진정으로 역사적 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첫걸음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머리기사로 판문점회담을 다루며 "북미관계의 진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싶은 양측의 의도가 일치했지만, 회담 성과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의 재개에 그쳤다"라고 했다. 

사설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미 실무급 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정도였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정상간의 밀월관계는 북한의 시간벌기와 작은 양보를 거듭해 보상조치를 극대화하려는 살라미 전술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1면 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판문점에서 회담한 것은 전쟁 상태에서 전환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2020년 미 대선에서 외교 성과를 어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사설에서도 "단순한 정치쇼에 그치지 말고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실무급 협의를 통한 합의의 축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산케이신문도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담을 회면서 친밀함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가장 중요한 비핵화 협상의 호전으로 이어질지는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고 했다. 또 이번 판문점 회담은 "내년 미 대선 재선을 위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유권자들에게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들러리?
韓美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과 확대회담을 마무리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 나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책이라는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한다면 한미 동맹은 그야말로 '위대한 동맹'으로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한미 동맹은 큰 발전이 있었다. 안보 면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고, 경제 협력 면에서도 교역의 확대, 호혜적인 발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 등 다른 분야의 교류도 아주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분쟁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기를 내주신 두분 정상에게 감사드리면 오늘 평화로 가는 방법을 한반도가 증명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매우 벅차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비핵화 해법과 관련된 양국의 입장이 일치하며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북미 정상간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적·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1일 통일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정상회담은 북미 협의로 결정됐으며, 정부는 이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이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린 배경에 대한 질문에 "어제 자유의집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된 사실은 북미 간의 어떤 협의에 의해서, 그리고 정부의 어떤 협조에 의해서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어제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그간 해왔던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면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강화해 나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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