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감독, 마음을 움직인 30년 광고장인의 ‘소녀상 나비야’
김한수 감독, 마음을 움직인 30년 광고장인의 ‘소녀상 나비야’
  • 어승룡
  • 승인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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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아픔 노래하는 영상시인 김한수 감독
30년 경력의 광고장인 CF감독 김한수
30년 경력의 광고장인 CF감독 김한수

소녀상을 주제로 한 영상을 시리즈로 만드는 CF감독이 있다. 1988년 세종문화프로덕션에서 CF 제작을 시작해 지금까지 30여년간 한국 광고 시장에서 영상시인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김한수 감독이다. SK텔레콤의 “01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시리즈, SK엔크린 시리즈 그리고 가장 최근에 LG텔레콤 광고에 이르기까지 그의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런 그가 ‘평화의 소녀상’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있다. 그를 만나 그의 영상 철학을 들어보았다.

김한수 감독이 직접 제작한 '소녀상 나비야'
김한수 감독이 직접 제작한 '소녀상 나비야'

평화의 소녀상
2019년 미국 한인회 3.1절 행사 그리고 2017년 애틀란타 한인회에서 개최한 소녀상 제막식에 소녀상을 주제로 한 영상이 상영되었다. “왜 누군가는 이 소녀상을 그토록 치우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는 그토록 소중히 지키려 하는 걸까요? 소녀상은 우리에게 진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역사를 지키지 못하면 사람을 지킬 수 없고 사람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 거라고.... 잃고 싶지 않다면 잊지 마세요” ‘나비야’란 배경음악과 함께 상영된 소녀상에 관한 영상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이 영상은 김한수 감독의 작품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조각가인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의뢰로 제작했다. 최초의 건립 위치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이었다. 2012년 첫 제작 이후 구미, 부산, 의정부, 고양, 수원, 세종, 광주 등 국내 여러 지역에 세워졌다. 해외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미시간 주에 세워졌으며, 2015년 11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 식민지하에 일본인들의 거짓선동에 이끌려 외국에서 일본군인의 위안부로 산 우리의 어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다. ‘위안부 소녀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김한수 감독이 소녀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원에서 영상학 강의를 하던 중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공익광고를 만드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주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소녀상을 주제로 광고를 만들어 평가하기로 하면서였다. 그 당시 2015년 겨울, 일본의 요구로 평화의 소녀상이 강제로 철거당할 위기에 처하자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 어린 여학생들이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광화문에 설치된 소녀상을 사수하고자 천막도 없이 밤샘 농성을 하던 때다.


그때 그 모습을 보며 기성세대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껴, 소녀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몇 몇 사람들이 모여서 소녀상 지킴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가 준 소녀상 미니추어로 소녀상에 관한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드라마와 광고 배경음악 전문가인 최왕국 교수에게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성우, 녹음실에 재능 기부를 받아서 제작을 하였다.


김한수 감독은 ‘소녀상 나비야’에 대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할머님들이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비를 바라봅니다. 나비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지만, 그래도 날아갈 수는 있으니 나대신 고향에 다녀와서 소식좀 전해 달라는 애달픈 할머니들의 마음을 감정이입법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노래입니다.”라 말했다.


‘소녀상 나비야’는 아무런 홍보도 없이 현재 2만명 넘는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고, 광복절마다 국내 각 지방의 행사 때도 연주되며, 백화점 등의 공공장소나 TV 방송에서도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4편을 시리즈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소녀상 나비야’는 유튜브를 통해 현재 2만명이 시청
SK텔레콤 011 광고 시리즈로 국내외 유명 광고대상 수상

 

#CF감독 30년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김한수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광고제작 프로덕션인 세종문화에 1988년도에 입사했다. 임인규 감독(훗날 광고방 대표감독), 윤석환 대표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할 정도로 능력이 있었다. 7년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감독 데뷔를 남들보다 빠른 4년 반 만에 아식스 광고로 데뷔를 했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사 1호인 SK텔레콤 011 광고 시리즈로 1996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동상’, 1998년 ‘런던 국제 광고제 파이널리스트’, 1999년 ‘뉴욕 국제 광고제 파이널리스트’ 등 국내외 유명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였다. 김감독의 영상에 대한 감각은 탁월했다. 다름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그의 장기였다.


011 광고는 원래 외국감독이 해외에서 촬영하기로 했었다. 김감독은 진행 프로듀서로 관리와 진행만 담당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주연인 채시라의 스케줄 때문에 외국에서 촬영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김감독은 용기를 내어서 자신이 찍겠다고 나섰고 3일동안 촬영을 한 광고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당시 광고회사 기획책임자였던 이용찬 국장과 함께 011 광고캠페인을 계속 제작하였고, 엔크린 시리즈, 현대증권, 청정원, SK기업 광고 등 수없이 많은 광고를 제작하였다.


김한수 감독이 만드는 광고는 현란한 테크닉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아닌 사람을 주제로 영상화하는 따듯한 광고를 만든다. 현대증권 ‘노루’편, SK '재춘이네 횟집‘,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LG유플러스 ‘구필화가’편 등 사람을 주제로 한 따뜻한 광고를 만들어 왔다.


#영정 사진
김감독은 1년에 한두 번씩 어르신 영정 사진을 틈나는 대로 찍어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어르신들을 찍어 드렸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 남자분들에게는 셔츠를 사이즈 별로 준비하고, 할머니들에게는 한복을 화려한 것, 고상한 것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몇벌 준비해 사진을 찍어 드린다. 헤어, 메이컵 아티스트들도 함께 나가서 사진 촬영을 돕는다고 한다. 촬영된 사진은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해 액자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드린다. 이런 김한수 감독의 따듯한 마음은 언제나 영상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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