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김기문 중기중앙회의 사명과 현실
[이원두 경제비평] 김기문 중기중앙회의 사명과 현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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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김기문 회장체제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김 회장은 이미 지난 2007년부터 8년간 2기에 걸쳐 회장을 맡았었기 때문에 이번이 3기 체제가 된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회장 재임기간에 비해 올부터 4년간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김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계 요인을 예방, 현안 해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외국 신용평가기관은 올 경제성장률을 2.1%로 까지 낮추어 잡았을까? 따라서 각 경제주체는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단의 각오로 전선을 다질 의무와 책임이 있다. 중기중앙회는 대표적인 5대 경제단체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대통령 탄핵과정에 정치적으로 심한 내상을 입어 위상이나 영향력이 지난날과 비교가 되지 않으며 경총은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의 한 쪽 당사자 입장이어서 행동범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기중앙회는 대한상의, 무협과 더불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3대 경제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로 중기중앙회를 맡은 김기문 회장의 사명과 업계의 가 걸고 있는 기대 또한 종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중하다. 김회장 역시 이런 점을 자각, 이낙연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⓵최저임금의 소상공인 구분 적용 ⓶탄력근로 단위시간과 특별연장근로 대상 확대 ⓷가업승계활성화를 위한 요건 완화와 증여세 특례확대 등을 건의했다. 이는 김회장이나 중기중앙회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계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또 이 지리에서 김회장이 강조한 노동현안에 대한 정부의 특단 대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김회장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경제계가 당면한, 그리고 갈망하고 있는 과제를 중소기업 대표자격으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데서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대기업이 아니라 기업계, 나아가서 경제계의 중추가 되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법정 단체 이름으로 건의 또는 요구한 사항은 그만큼 무게와 절박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난제들이 한꺼번에 그것도 단 시일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는 김회장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건의를 받은 이낙연 총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렇다면 이러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이른바 ‘합법적인 우회로’를 모색하는 것도 유력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임기에서 이미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우회로’를 개발한 실적이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도입한 ‘단체 수위계약’제도가 운영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일단 폐지했으나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에 따른 소액수의계약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조합추천 소액수의계약제도’이다.

이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김기문 회장이며 세계무역기구(WTO)제재를 합리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상한을 2억 원으로 제한했다. 경제 규모와 상황이 바뀐 지금 2억 원 상한을 현실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이 제도의 효과는 훨씬 역동적일 것이다. 이와 함께 업계 숙원 사업의 하나인 중소기업 전문 은행 설립은 김 회장이 지난 임기 중에 출범시킨 홈앤쇼핑의 상장과 연계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앙회가 최대 주주인 홈앤쇼핑의 상장으로 확보되는 자금을 활용, 문자 그대로 중소기업 전문 은행을 추진한다면 금융계의 반발이 아니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금융기관은 투자은행 형태의 대형화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IBK은행까지 기업 중심 은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 공제회 차원을 벗어난 중소기업 전문은행의 필요성은 여전히 살아있음으로 결코 불가능하다고만 보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중견기업과 하청관계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인건비와 연동한 적정 수준의 납품단가를 확보할 수 있는 ‘표준원가센터’설립도 김 회장이 중심이 되어 역동적으로 추진, 가시화시켜야 할 것이다.

김 회장이 이낙연 총리를 만나 건의, 강조한 사항은 경제계 전반, 나아가서 정치적인 고려까지 연계된 것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소액수의계약 한도 확대, 표준원가센터 설립, 홈앤쇼핑 상장과 전문은행 설립은 중기중앙회 차원을 벗어난 문제임에는 다르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장애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김 회장은 우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분열을 수습, 단결된 자세로 세 번째 맞는 임기 동안 이러한 과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김기문 회장에게 주어진 사명인 동시에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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