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보험테크] 자살과 재해사망, 입증 여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달라진다
[강형구 보험테크] 자살과 재해사망, 입증 여부에 따라 보험금 지급 달라진다
  • 강형구 보험전문변호사
  • 승인 2019.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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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고는 원칙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하나는 보험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뒤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보험 약관에 규정된 경우다. 이럴 경우 종전에는 자살이 무슨 재해냐 하여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고, 소송을 제기하여도 법원이 보험회사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다 본 변호사가 2007년 대법원에서 자살사고가 재해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약관에 규정한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언론에 보도되지 아니하여 묻힌 채 지나갔다.

본 변호사가 홈페이지에 대법원 판례 요지를 올려놓았지만, 그 뒤로도 자살이 무슨 재해사망이냐고 무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어떤 의뢰인은 집안 어른이 그 변호사 사기꾼 같다면서 의뢰를 말린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경 소비자 단체에서 대법원 판결을 입수하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칫 수천 억 원이 보험금이 나갈 대형 사건이었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이 거대 로펌들을 총동원하여 다시 한 번 소송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대법원은 또 다시 계약자 쪽에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지금은 일반인도 이런 약관이 있는 경우 자살도 재해사망보험금을 탄다고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2017년 이전 만해도 보험회사와 정말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했다.

두 번째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다.

술에 만취하여 인사불성 상태에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또 정신분열증 환자가 귀신한테 쫒기고 있다면서 농약을 먹고 자살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판례를 보면 만취하거나 정신분열이 아니라도 부부 싸움 끝에 흥분한 아내가 갑자기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린 경우도 자살이지만 재해사고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실제 사안에 마주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강 둔치에서 술을 마신 어느 중년여자가 양말과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해놓고는 행방불명됐다가 나중에 한강에서 익사한 시체로 발견된 경우가 있었다. 과연 자살인지 입증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 사건도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아냈지만 보험회사와 팽팽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일반적으로 유서를 작성하고 목을 맨 경우는 재해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서를 작성하거나 목을 매는 행위가 자유로운 의사판단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 변호사가 처리한 사건 중에는 알코올중독자가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술을 마시고는 집 앞 고목나무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례가 있었다. 이틀을 꼬박 새워 술을 마셨으므로 술에 만취하였으리라 짐작은 됐으나 만취여부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 사체 부검을 통해 혈중알코올 수치를 확인했다면 만취 여부가 드러났겠지만 부검을 하지 않고 화장해버려 증거를 내세울 수 없었다. 더구나 자살 사망자가 유족에게 유서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목을 매고 유서를 남겼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의사 결정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큰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재해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하라는 조정으로 결말났다.

목을 매 자살하였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재해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정신 분열 환자가 자살하였다하여 법원이 반드시 재해 사고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여하튼 재해사망보험금이 일반 사망보험금에 비하여 보험금이 비교할 수조차 없이 거액이다 보니 자살 사고에 대하여 재해인지 여부에 대한 분쟁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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