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카카오, 택시와 상생...4차산업 플랫폼 만들어라
[이원두 경제비평] 카카오, 택시와 상생...4차산업 플랫폼 만들어라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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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요금0 택시’로 도전하는 1.4조달러 시장 도전
- 20년 뒤 자동차 보다 배차 서비스 플랫폼 경쟁

카카오가 택시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풀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의 택시업계가 아니라 세계의 IT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카카오로서는 배차서비스 플랫폼의 업그레이드에 회사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자가용 승용차가 유료로 손님을 태워주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본격화 된다면 택시 업계가 받을 타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한 택시 기사가 분신으로 목숨을 끊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카카오가 카풀의  1일 운행 회수와 운행 시간 대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달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미 세계 시장이 승차공유제로 급격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가 그 날 번 돈 가운데서 일정액의 사납금을 내야 하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버를 비롯하여 미국과 유럽이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 라이드 세어 등 이동수단을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마스(NaaS)’의 2030년 시장 규모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 지역세만 1조 4천억 달러나 될 것이라고 컨설팅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대형 IT기업이 배차 서비스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와 운행 실적의 양과 질은 곧 바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배차서비스에 불꽃을 튀기고 있는 곳은 일본 택시 업계다.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모바일과 상업용 웹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는 데나(DeNA)이다. 참고  삼아 덧붙이자면 일본 프로야구 데나 베이스타스의 모기업으로 더 유명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가용 승용차의 유료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데나가 창안 것은 바로 ‘요금제로 택시’이다. 배차 서비스 앱의 대상을 택시 하나로 좁히면서 광고를 유치하여 택시마다 차 안에 동영상과 고정 광고물을 부착하여 손님이 이동한 거리(승차시간‧광고시청시간)에 따라 광고주가 요금을 대신 내 주는 시스템이다.

닛신(日淸)식품의 즉석 면 광고를 부착한 50대를 미나토구와 주오구 등 도쿄 도심에서 시험 운행하면서 앞으로 성과에 따라서는 도쿄 전역으로 확대시킬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5개 택시회사와 제휴 약 4천대에 배차서비스 앱 모브(MOV) 운용에 들어갔다. 모브는 ‘앱 지도상으로 타고 싶은 택시와 장소를 선택하면 도착시간과 택시 넘버를 호출 손님에게 알려준다. 도쿄에서 성공하자 곧바로 요코하마를 비롯한 가나가와 현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도요타 자동차, NTT도코모가 출자한 재팬택시가 약 7만대를 묶어 배차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 관광객의 경우 한국의 앱으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소니도 배차 앱 서비스 회사 설립 나섰으며 우버도 나고야 오사카 택시 회사와 손을 잡고 서비스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구글 계열의 웨이모, GM, 혼다도 동일한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마사에서는 이용자의 운행실적과 축적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하는 구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세계 각국의 배차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소프트 뱅크 손정의 사장 말처럼 세계는 ‘자동차가 아니라 배차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으로 승부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장규모가 앞에서 앞으로 20년 뒤면 1조 4천억 달로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영세한 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하는 카풀 보다는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택시 업계는 영세하기 짝이 없어 법인 체제로 체력이 강한 일본 택시처럼 ‘요금제로’가 설 땅이 없는 것은 사실이며 사납금을 걱정해야 하는 기사가 장거리 손님을 선호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최첨단 디지털 업체가 아직도 아날로그, 그것도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디지털로 새 지평을 연 기업이라면,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정부라면 참신하면서도 가성비가 높은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데나가 요금제로 택시를 창안한 것처럼.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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