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트럼프 노림수는?
[이원두 경제비평]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트럼프 노림수는?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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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마감과 3월 전인대 겹쳐...시진핑 정치력 시험대 오를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일(한국시간 2일 새벽)미 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했다. 끝없이 전선을 넓히던 두 나라의 ‘휴전’은 일단 각국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으나 기대와 달리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무역 투자를 중심으로 142개 항목에 달하는 개선책을 제시했으나 트럼프는 ‘중요한 4~5개항목이 빠졌다’고 냉담을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해온 40%관세를 내리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서 90일 휴전을 이끌어 내는 데 일조를 하게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저자세로 트럼프를 우쭐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통상협상을 앞두고 있는 EU,일본 등은 90일 휴전에 높은 점수를 주거나 기대감을 부풀리지 않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생각과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의 핵심은 보복관세가 아니라 첨단기술 지키기에 있으며 ‘제조업 2025’에 운명을 걸다 시피한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한 한 한 걸음도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항인 만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을 잘 알고 있는 양국은 ’보복관세부과를 유예‘한 90일 동안 합의점을 찾아내기란 처음부터 무리한 이야기임을 모를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선 뜻 이를 받아드린 것은 90일 기한이 끝나는 시점에 중국의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국회에 해당)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종신제 주석 자리를 굳힌 시진핑으로서는 내년 3월 상순으로 예정된 전인대에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예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굴기’의 핵심인 ‘제조업 2025’를 지키는 것은 곧 바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직결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계산한 끝에 트럼프가 관세유예를 핵심으로 한 무역전쟁 90일 휴전에 합의한 것을 하나의 ‘함정’으로 보는 이유다. 다시 말하면 시진핑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제조업 2025’, 다시 말하면 첨단 기술 굴기 계획을 어떤 형태로든 양보하거나 미국을 상대로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거나 양자택일의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 부동산 재벌 총수로서 갈고 닦은 딜 기술, ‘밀당’ 고수다운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가 귀국 직후 ‘90일간의 대중국 협상’의 책임자로 미 통상대표부(USTR)의 라이트 하이저 대표를 선정함으로서 그 동안 무누신 재무 등 온건파가 뒤로 밀려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 캐나다와의 NAFT협상에서 미국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성공한 하이저는 트럼프의 신임이 높은 보호무역주의의 최선봉이다. G20정상회의 까지 중국 문제를 주도한 온건파를 대신해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을 경우 ‘90일 휴전’이 트럼프의 함정이라는 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마련이다. 강경파가 협상에서 다룰 주제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비롯한 중국의 구조개혁 핵심사항들이다. 강경파들은 ‘중국이 미국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공격으로 기업비밀을 도둑질 하고 있다’(나바로 대통령 통상담당 보좌관)고 주장하면서 한걸음도 물러 설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선봉이 바로 하이저이다.

 ‘90일 휴전’의 기점이 2019년 1월 1일이라고 밝혔던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대표가 이를 올 12월 1일로 정정한 것도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 역시 이번 휴전이 트럼프의 함정이란 점을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강경파가 주도한다 하더라도 미 중 양국이 파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휴전이후의 시나리오는 백지상태’라는 백악관 당국의 코멘트는 미국 내, 특히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둘러싼 강온 양파의 갈등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따라서 90일 이후에 파국을 맞느냐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공존이 성립되느냐 여부는 일단 미국 내 강온 양파가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리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2020년 대선을 눈앞에 둔 트럼프로서는 잃는 것이 거의 없는 반면 시진핑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경제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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