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무역전쟁에 ‘정치’ 덧입히는 트럼프-시진핑
[이원두 경제비평] 무역전쟁에 ‘정치’ 덧입히는 트럼프-시진핑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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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이루더라도 ‘기술협력차단’은 안 풀 듯

중국과 무역전쟁이 한 창인 와중에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느닷없이 ‘중국과 합의 초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서 세계 증시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G20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적으로 다가 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중간선거(미국)와 19기 중국공산당 중앙위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무역전쟁보다는 국내정치를 우선시킬 필요에 따른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그칠 수도 있다, 국내 정치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양 정상이 언론이 보도한 대로 트럼프가 ‘시 주석과 무역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핵심 관료들에게 가능한 조항들에 대한 합의 초안 작성을 지시’한 데 이어 시진핑이 밝힌 ‘미중 간 경제무역 갈등으로 양국 산업과 전 세계 무역에 끼칠 불리한 영향을 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극적 타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간단하게 풀릴 사안이라면 애초부터 판을 이처럼 크게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며 또 벌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근본 원인은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업 2025’를 견제하는 데 있다. ‘중국제조업 2025’는 2025년까지 제조업을 세계정상 수준으로 끌어 올려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의 ‘굴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중국이 최첨단 기술력까지 갖춘다면 미국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G2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시대 소련과의 G2시대를 경험한 미국은 소련을 붕괴시킨 이후 어느 나라도 G2로 부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소련 붕괴직후부터 급부상하던 일본을 환율전쟁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으로 몰아넣은 것은 유명한 예화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구소련에 버금가는 규모의 중국이 ‘제조업 2025’을 들고 나온 것을 좌시할 턱이 없다.

‘협상초안 마련 지시’보도 직후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커들로 위원장이 이를 거의 즉각적으로 부인한 것이나 다른 고위 관리가 ‘막후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무역합의 징후는 없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의 ‘초안 작성지시’가 있었다는 그 시점에서 미 법무부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기술탈취’혐의로 기소한 점이다.

이들이 훔친 기술을 미국에 되돌려주고 그 기술로 만든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민사소송도 병행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른바 ‘기술안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얼마나 강경한지 알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지화에 대한 장비와 기술 수출을 금지한 것은 ‘기술탈취’에 대한 응징의 대표적 사례다. 2016년부터 57억 달러를 집중 투자하여 내년부터 D램 양산한다는 계획은 물 건너가게 되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유출과 중국의 이 분야 ’굴기’를 ‘미국 군사용 칩 공급업체 생존에 심대한 위협’으로 보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중국은 이미 올 들어 세 번째로 엑사급(1초당 100경의 연사능력)수퍼 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이 쓰고 있는 서밋보다 적어도 5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미국은 2021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슈퍼컴퓨터는 D램 메모리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툴에 속한다. 중국이 슈퍼컴퓨터에 이어 반도체까지 자급체제를 갖추는 것을 미국이 앉아서 보기만 할 까닭이 없다. 트럼프가 ‘협상초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해서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트럼프 외교는(미국내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돌발성이 특징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으나 계산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일 것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국의 하나인 우리로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수출시장의 다변화와 기술안보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고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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