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판사출신 유선주 항명사태로 리더십 땅끝 '추락'
김상조, 판사출신 유선주 항명사태로 리더십 땅끝 '추락'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감장서 판사출신 유선주 국장 작심 金 위원장 성토 폭로
퇴직자 재취업 비리 혐의 전직 위원장 등 구속기소 위상 추락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리더십이 추락하고 있다. '재계검찰'공정위의 수장인 김 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이 보는데서 항명사태를 맞이했기 때문. 판사출신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이 김 위원장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교수ㆍ시민운동가 출신인 金이 공정위원장을 취임 1년 4개월 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도 ‘부처 설립 이후 최대 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상조 vs 부위원장·국장 충돌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지 1년4개월여 만에 공정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부처 설립 이후 최대 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펼쳐졌다. 김 위원장에 의해 직무정지를 당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전원회의와 소회의의 속기록과 표결 결과를 공개하고 상임·비상임위원과 기업·로펌의 면담을 금지하려는 시도를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막았다”고 폭로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답변하는 동안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이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답변하는 동안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이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다수의 직원이 유 국장의 ‘갑질’을 신고했다며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심판관리관실의 직원들이 유 국장을 공정위 내부 갑질신고센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신고 사실을 접한 김 위원장은 이달 10일 유 관리관에 대해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어기면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판사 출신인 유 관리관이 정의감을 갖고 일한 것은 맞지만 사건 절차나 법령 개정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조정되지 못했다”며 “신고에 따라 일시적으로 직무를 정지한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갑질을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7월에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조치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유 국장은 법무법인으로부터 법에 근거를 하지 않은 직무 정지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받아 김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유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법적 절차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상위 권력자가 마음대로 부하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구두로 직무정지를 한 것은 위법이므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장과 직원 간 초유의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 의원들도 “신고만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건 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직권남용”이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유 국장은 사법연수원 30기로 지난 2014년 대전지법에서의 판사 생활을 끝으로 공정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기가 끝난 지난 2016년 10월, 유 국장은 임기 3년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유 국장은 “공정위에 와 보니 전원회의와 소회의 등이 끝나면 회의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로펌에 간 퇴직자에게 전화해 중간보고를 하듯 내용을 알려주더라”며 “과징금 규모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 그런 정보까지 알려주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화를 바꾸려고 애썼는데 그것 때문에 조직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철호 부위원장도 과거 중소기업진흥공단 재취업 과정의 문제로 지난 8월 검찰로부터 재취업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김 위원장의 지시로 보고 및 결재 라인 등에서 모두 배제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업무 배제라기보다는 자제를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 부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업무 배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조속히 해소돼 대기업·중소기업 전문가로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전속고발권 폐지·검찰 수사로 직원 동요
공정위 상층부 갈등을 두고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내부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뚝 떨어졌다. 한 공정위 직원은 “공정위가 출범 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공정위 직원은 “선배 공무원들의 재취업 비리가 터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정위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둘러싸고 검찰과의 싸움에서 공정위가 졌다는 데 대해 내부 불만이 터지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검찰이 줄곧 요구해온 전속고발권 폐지를 ‘가격·공급 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한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입 사무관들의 공정위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행정고시 2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부처 선호도 설문조사를 보면 공정위는 8위로 처졌다. 2016년 2017년 있은 같은 조사에서 모두 4위를 차지했다.

이러다 보니 하반기 공정위에서 타 부처로 전출을 희망한 사람은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이 6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이 전출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출신 퇴직자들의 재취업 문제도 공정위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 8월 16일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 불법취업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정위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이 임박했으나 퇴직 후 독자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고 있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 시행하고, 공정위가 이들의 퇴직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직적으로 불법취업에 가담한 정재찬, 노대래, 김동수 등 전 공정위원장 3명을 비롯해 12명을 입건했다.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9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 처리한 바 있다.

시험대 오른 김상조 리더십
불과 1년 전만 해도 ‘사기충천’하던 공정위다. 정권 실세가 위원장이 되면서 경제부처 맏형 격인 기획재정부보다 힘이 더 세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김상조 위원장의 인선은 작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이뤄졌다. 경제부총리보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명됐다. ‘공정 경제’를 전면에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참여연대 출신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김 위원장 발탁으로 공정위 내부에서도 ‘실세 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제와서 이러한 기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과연 안팎의 위기를 김상조 위원장이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