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모럴해저드 '심각'...혈세 6800억을 박사학위와 맞바꾼 사연
가스공사 모럴해저드 '심각'...혈세 6800억을 박사학위와 맞바꾼 사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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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 사장, 4억달러 제시한 공식 자문사 무시하고 5.65억달러 고가 매입
‘비선’ 고교후배 개입 의혹에 퇴임후 후배 알선한 캐나다 명문대 명예박사 받아
주강수 전 가스공사사장
주강수 전 가스공사사장

2017년말 기준 6억불의 손해를 본 가스공사의 ‘웨스트컷뱅크 사업’에 가스공사 주강수 전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비선이 개입했고, 그 결과 매입 가격이 수천억원 비싸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주 전 사장이 퇴임후 캐나다 명문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받는 과정에 비선이 알선한 사실도 확인됐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공개한 가스공사 법률자문 자료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가스공사의 법률자문서에는 당시 가스공사가 캐나다 자원회사 ‘엔카나’의 광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자문사 이외에 주 전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C자문사가 개입해 비공식적인 조언을 하거나 엔카나와의 회의를 주선하였던 점이 확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주 전 사장이 퇴임 직후 캐나다 명문 댈하우지 대학교에서 명예박사를 받는 과정에 이씨와 엔카나가 개입해 사업 추진 관련한 대가로 학위 수여를 알선했다는 점이 문제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가스공사가 엔카나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었으나 주 전 사장의 지시로 2차 협상과정에서 공사가 제시한 4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5.65억달러로 협상이 타결됐다”며 “공사의 투자의사결정 절차에 비추어 보면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절차가 불과 8일 만에 종료되었을 만큼 이례적으로 급히 추진됐다”고 나와 있다.

셰일가스전 개발 사업인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은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가스공사를 맡았던 주 전 사장이 2009년 12월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주 전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과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등을 지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이뤄진 가스공사 자체점검 결과 이 사업은 “동일 기관이 거래자문과 사업평가를 수행해 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 가능성”, “추가광구 매입시 자체 기술평가 미실시 및 기술평가기관의 가채자원회수율 23% 대신 운영사가 제시한 회수율 50%를 그대로 사용해 결과적으로 고가매입 논란”, “삼성물산 등 국내외 기업과 공동 지분 매입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실패하고 무리하게 사업 추진” 등이 지적됐다.

권칠승 의원은 “MB정권의 자원개발 비리를 이제는 털고 나가야 한다”며 “부실사업은 적기에 구조조정해 추가손실을 최소화하고, 당시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던 책임자들에게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2015년 당시 자원 공기업 3사(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의 징계 조치 현황을 홍영표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 해외자원 개발 실패와 관련된 징계 대상자는 모두 2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4명을 제외하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감봉이 2명, 근신 및 견책 3명, 경고 1명, 주의 10명을 받았고, 나머지 5명은 시효가 지났다며 징계가 아닌 단순한 인사자료 통보 대상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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