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준규, "인간미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인터뷰] 배우 이준규, "인간미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 조나단
  • 승인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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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연약한'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 이준규

6월의 어느 날. 햇살이 내리째는 날이다.  서울 성신여대 근방에 있는 치과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한옥 카페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의 직업은 배우다. 그는 흰 티에 운동복을 입고 안경을 착용해 지적인 이미지를 피력했다. 헤드셋을 통해 음악을 듣고, 한 손에는 음료를 들고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을 만나길 좋아한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눈을 마주치길 피하지 않는다. 그는 당당한 자기 세계를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빛이 살아 있다. 배우는 눈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 그에게서 무언가 색다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 이준규는 신작<깨끗하고 연약한>으로 대학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인터뷰가 처음이라 어렵다는 그. 배우 이준규의 예술세계를 들어봤다.

 

- 배우는 다양한 삶을 연기한다.  이준규는 어떤 색깔을 가진 배우인가. 

▲ 이준규를 소개하기에 앞서, 배우 이준규와 사람 이준규로 나눠야 할 것 같다. 배우 이준규는 인간미가 넘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스타가 되기 전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인간미 넘치는 배우이고 싶다. 일반인 이준규는 정(情)이 있는, 정이 가는, 정이 깊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제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스타일이다.  평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한다.  

 

- 인간미 넘치는 배우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 인간미 넘치는 말 그대로이다.  인간미 넘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아 저 사람, 저 배우는 우리 집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옆집 아저씨, 형, 오빠 같은 사람이다" 등을 듣는 배우이고 싶다.  

 

 

 

-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공부를 못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갈 성적이 되지 않았다. 어느 고등학교를 갈까 알아보던 중에 예체능 고등학교(예술고)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혹시 모르니까 고등학교 지원서를 넣어봤다.  시험을 봤는데 붙어버렸다. 잘했었나 보다. 그렇게 예술을 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전공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간다는 소리를 듣고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갔다.

<리어 왕>이라는 작품이었다. 그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전율을 느꼈다. 배우가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 올라 혼자서 대사를 읆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아 나도 배우가 하고 싶다.", "나도 저 자리에 서보고 싶다", "배우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 <리어왕>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배경이 됐다. 배우 이준규는 대학로의 <리어왕>으로 성장하고 있다. 

▲ 예고를 졸업하고 예대에 입학했다. 대학교 1학년 때에 첫 무대에 올랐다. 당시  4학년 선배들이 연출 수업 중의 하나로 후배들과 함께 연극 무대의 한 씬을 만들었다. 어설픈 연기 때문에 선배의 작품을 망쳤다. 선배가 점수를 거의 최하점을 받았다. 그때 배우의 길이 내 길이 나리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력이 부족한 상태로 무대에 오른 나 자신에 많이 실망했다. 빈둥빈둥 놀고먹고가 군대를 가게 됐다.  

 

씨어터 낭만오빠
씨어터 낭만오빠

 

- 세상 모든 사람은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 군대를 전역할 때까지만 해도 배우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군대 전역한 뒤 방황을 많이 했다. 동기가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라고 헀다. 거기서 고등학교 때처럼 한차례 충격을 받았다. 동기들이 무대에 올라서  멋지게 연기했다. 무대에서 빛나고 있었다. 다시 연기에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배우가 되기 위해 쳬계적 연기공부를 하기 위헤 복학했다. 이후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고, 배우로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연극 깨끗하고 연약한

 

- 신작 <깨끗하고 연약한>을 소개를 하자면 

▲ 작품의 줄거리는 체육관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도 있고, 자영업을 하면서 세상사를 떠드는 사람, 세상에 아픔을 가지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깨끗하고 연약한>에서  맡은 배역은 

▲ 이번 작품에서 40대 초반에 자영업자. 미싱 공장을 운영하는 그런 사람 역할을 맡았다. 지금 제 나이랑 별 차이가 없어서 조금 쉽게 역할에 심취할 수 있었다. 제가 또 수염도 살짝 기르고 하면 충분히 이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다. 

감정 이입은 사실 뭐 따로 준비한다거나 그런 점은 없다. 하지만, 사실 배우라는 게 항상 내가 맡은 배역에 대해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직업이라 그냥 물 흐르듯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정이 많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 후배들에 잘 삐지는 편이다. 그런 느낌을 살려보니 이번 배역에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해방공간 포스터

 

- 그동안 많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기억에 남는 공연은 

 

▲ 기억에 남는 공연은 이 작품이다. <해방공간>. 사실 맨 처음엔 오경숙 선생님이 계신 우석 레퍼토리라는 곳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 거기에 있다가 상업극이 하고 싶다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됐다. 그래서 몇 년간 상업극을 했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다시 밀도 있고 작품에 대해서 고민을 더 심도 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상업극이 밀도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상업극이 주는 밀도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소개로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김제민 연출님을 만나게 돼서, 거기서 <해방공간>이라는 작품을 하게 됐다.  

 

 

거기서 이제 <호접, 66년간의 침묵>이라는 작품에 들어가게 됐다. 이 작품은 김제민 연출가님과 김사랑 작가, 극단 거미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그 작품에서 역할이 희극적이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축지법을 쓴다던가. 그런 인물과 진지한 인물, 두 역할을 하면서 김제민 연출가와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김제민 연출가의 극단 거미의 작업을 쭉 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쭉 작품 활동을 하다가 <이기동 체육관>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이국호라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렇게 같이 작업을 하다가 이국호 연출가와 작년부터 <낭만 오빠>라는 곳을 만들어 작업을 하고 있다. 

 

- 기억에 남거나 혹은 아쉬웠던 배역이 있을까 

▲ 배역은 좀 다른 것 같다. 이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다. 제일 기억에 남고, 제일 아쉬운 배역은 <생존 도시>라는 작품이다. 초연 때는 조광화 연출가님이 맡았어고, 이후에 초연 때 주연을 맡았던 배우 이국호가 연출가가 돼서 지난해 다시 무대에 올린 작품이었다.  

연극 <생존 도시>는 폐허에 가까운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자원 고갈로 인해 벌어지는 비열한 전쟁을 담은 이야기로, 인간계와 신계가 있다고 치면 인간들이 살기 위해서 힘들게 몸부림칠 때 신들은 그들을 보면서 조종하기도 하고, 가지고 놀고 한다. 

거기서 박쥐라는 배역은 그 신들 중 하나로 그 역할을 맡았다. 그런 역할이었는데, 이게 되게 힘들었다.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그게 힘들었고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갇혀있었던 것 같다. 그 역할의 무게감에 짖눌려있었 던 것 같다. 

 

생존도시 포스터
생존도시 포스터

 

- 맡은 역할이 중요했었나 보다 

▲ 맞다. 인간을 데리고 놀기도 하고 조종도 하지만, 그 인간과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갖게 되고 거기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박쥐라는 역할은 제3자의 입장이 돼서 해설자 역할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되게 뭐랄까 무게감을 그전까지 가져본 적이 없다 보니 내가 연기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국호 연출가한테 미안함을 느꼈다.  

 

- 아쉽다고 했는데, 같은 작품이 다시 올라가게 된다면 똑같은 배역을 맡아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가 

▲ 사실 다른 배역이 탐났었다. 인간 쪽에 나와있는 배역인데, 유일하게 사랑을 하는, 로맨스를 갖게 되는 인물들이다. 사실 로맨스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로맨스가 들어가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그 역할이 되게 찌질하면서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강한 그런 캐릭터기 때문에 그 역할을 맡게 된다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했던 작품들을 제외하고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드라마나 방송 등에서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나 작품이 있나. 

 

▲ 글쎄 요즘에 공연을 보지 못해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냥 방금 이야기했듯이 무거운 역할보다는 뭐랄까 밝고 즐거운 로맨스 역할의 주인공이 돼보고 싶다. 뭔가 절절하게 혹은 뜨겁게 사랑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요새 연극들을 보면 모두가 다 주인공이다. 이전엔 주연을 맡았던 배우 한 명의 감정을 따라간다고 했다면 요즘엔 모든 캐릭터들이 다 주인공인 작품이 많이 올라가다 보니 한 연극을 봐도 다양한 감정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보더라도 매번 보는 재미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목표나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건가.  

▲ 일단 아직 다음 작품이나 작업은 예정된 게 없다. 다만 이번 작품이 좀 잘 된다면 이 국호 연출가가 다음 작품을 하자고 할 것 같다. <백중사 이야기>라고 그 작품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이야기해서 그 작품을 같이 올라가고 싶다. 목표는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소원이다. 계속 작품 하지만 되게 배고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작품이 많이 들어와서 부담스럽지고 않고, 그냥 딱 분기별로 한 작품씩 꾸준히 하는 게 꿈이자 목표인 것 같다. 늘 재밌게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 배우 이준규가 생각하는, 바라보는 5년 혹은 10년 후 문화 공연계 혹은 연극계는 어떨까 

 

▲ 5년 후는 너무 짧고, 예를 들어 20년 후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사실 연극이라는 어떤 그 예술계의 하나가 대학로에 있는 연극이라는 무엇이 사실은 입문 단계였다. 그런 곳이었는데, 저는 사실 최종 목적지가 연극계가 됐으면 한다. 뭔가 다른 곳에서라도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그런 곳이 됐으면 한다. 복지가 되었던 돈이 되었던 배우들의 차별 없이 모두가 다 즐겁게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공연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경계가 조금 없어졌으면 좋겠다. 어려운 점과 불편한 점, 힘든 점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뭔가 극단적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배고픔에 대한 극단 적임 같은 것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도를 생각할 수 없지만, 평균치가 너무 밑바닥에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을 포기하고 방송이나 영화계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발전하고 좋게 좋게 바뀌어서, 대학로란 장소가 좀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 연기를 연극을 시작하는 학생이나 연기를 하고 있는 후배들에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 사실 이 질문을 제일 많이 고민했다. 아직도 못 정한 것 같다. 고민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만약에 지금 현역에 있는 후배들이라면 내가 "이건 맞고, 이건 아니야"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그들에게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뭘까. 무슨 이야길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지금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요즘엔 뭔가 예의와 범절에 대한 문제가 연극계에 포커싱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의·범절과 정도에 대한 선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어떤 선이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연극에 대해서 뭔가 정도나 예의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걸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이국호 연출가를 추천한다. 대학로의 유일한 무술 감독이다. 낭만 오빠의 대표이기도 하다. 배우지만 지금은 작품의 연출도 하고 계신다. 끼가 넘치는 만능엔터테이너이기 때문에 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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