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유혹 ‘ELS', 증권가-은행 투자자 잡는 ’개미지옥‘?
악마의 유혹 ‘ELS', 증권가-은행 투자자 잡는 ’개미지옥‘?
  • 이남경
  • 승인 2018.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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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H지수 폭락 이후 외면받다 올해 1분기 다시 흥행 中
- 현재 은행신탁이 비중 높지만 ‘불완전거래’ 위험성 존재해
증권사와 은행의 ELS 홍보
증권사와 은행의 ELS 홍보

홍콩H지수 폭락사태로 국민 재테크 수단이던 ELS가 국민들의 눈 밖으로 밀려났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ELS의 수요가 증가하며 투자자금이 몰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LS란 Equity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주가연계증권이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 동안 미리 정해 놓은 범위에 있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금융 상품으로 알려졌다. 홍콩H지수 등 2~3개의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가 다수다.

보통 이들 지수가 투자 기간에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4~8%씩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떨어지면 원금이 손실되는 위험성이 내포됐다. 이 때문에 ELS 광풍주의보가 내려졌다.

파생결합증권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원유나 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ELS와 DLS의 원금 보장형 상품인 ELB·DLB 등이 포함된다. 이중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금융상품이 ELS다. ELS는 올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지난 18일 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금액은 31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올 1분기 발행된 ELS는 23조 4000억 원(ELB 포함)으로 전체 파생결합 증권 발행액의 74%에 달한다. ELS는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며 보통 연 4~8%수준이다.

ELS 열풍과 홍콩 H지수

이런 매력으로 ELS가 이전에도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5월 1만 5000선에 육박했던 홍콩H지수가 급락해 2016년 2월에는 7500선으로 반토막이 나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ELS를 외면하기 시작해 2016년 ELS발행액이 78조원으로 급감하기까지 했다.

이랬던 상황에서 최근 다시 ELS 수요가 증가하며 1분기 최대치를 찍은 것이다. 이는 홍콩 H지수의 회복 덕에 다수 ELS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며 환매됐고, 이 돈이 다시 ELS 재투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홍콩 H지수 폭락 후 금융위에서 상환되는 ELS 투자금의 90%까지만 새로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도입했다가 지난해 말 이 규제가 풀린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ESL판매가 늘며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정 지수가 폭락하면 원금이 반토막 날 수 있지만 ELS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수익만을 강조해 파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사와 은행 대격돌

ELS의 판매경로는 은행신탁이 58.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증권회사 일반공모(19.8%), 자산운용(9.7%)가 뒤따랐다.

먼저 증권사의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금액이 올해 1분기 31조원 넘겨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수형 ELS 발행액이 21조 8000억 원으로 93.8%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중 2개 이상의 기초 자산 결합상품이 89.0%로 집계됐다.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별 발행규모는 유로스탁스 50지수가 19조 2000억 원으로 제일 컸고, 뒤로 H지수, 코스피 200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500지수, 니케이225지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3월말 기준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의 자체헤지와 백투백헤지의 비중은 각각 50.7%, 49.3%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 발행자금의 74.1%를 채권으로 운영했다. 채권은 국공채(34.7%), 장기신용등급 A 이상(51.1%), 단기신용등급 A2 이상(7.7%) 등 대부분 우량 등급 채권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1분기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투자이익은 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00억 원 줄었다. ELS투자이익률은 2.6%로 전년동기보다 악화됐다. 반면 증권사의 발행·운용이익은 368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56억 원 증가했다.

은행을 통해 판매된 ELS는 지난해 1분기 10조 5000억 원으로 전체의 52.6%였다. 올해 1분기는 13조 7000억 원으로 3조 2000억 원정도 늘며, 비중도 58.4%로 늘었다. ELS를 팔면 은행은 1%가량의 수수료 수입을 얻어 조기 상환될 경우 고객이 ELS에 재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은행이 수수료 수입을 계속 얻을 수 있기 때문에 ELS를 권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상환된 ELS의 연 환산 수익률은 3.6%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 비해 0.9% 줄어든 수치다. 이는 외화발행 ELS 등에서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수료가 높고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실질 수익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가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현명한 판단 필요한 시기

ELS 투자에 있어 기초자산 안정성 여부가 중요하다. 기초자산 안정성이란 기초자산에 포함된 기업들의 이익 증가 여부다. 홍콩H지수가 ELS의 기초자산인 것이고, 홍콩 H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이익 증가 여부가 해당 ELS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 H지수 폭락으로 ELS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현재는 국내외 기업들의 이익이 무난한 흐름을 타고 있어 ELS투자가 당장은 원만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ELS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만한 흐름을 보인다고 해서 섣불리 투자를 하다가는 앞서 홍콩 H지수 때처럼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에 ELS 투자에 주의를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자산의 이익 증가 여부 검토가 필수적이다. 투자자는 되도록 증권사에 최근 해당 기초자산에 속한 기업들의 올해 포함 3년간의 이익추정치 변화과정, 각 분기 이익 추정치의 증감 변화 등의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이를 보고 이익추정치 추세가 긍정적이면 ELS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와 반대면 손실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 ELS 설정 이후 기업 이익이 줄면 대응이 마땅치도 않아질 것이기에 사전에 기초자산 향후 이익 전망을 검토해야만 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수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앞서 말했듯 전문가들이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불완전거래’가 되기 쉽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도 여러 위험성을 간과한 채 수익을 보고 투자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증권사 간담회 실시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 은행 신탁 판매가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 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파생결합 증권 발행자금 운용자산과 고유자산의 구분관리 적정성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까지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현명한 판단과 사전 조사 후 ELS에 투자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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