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남쪽' 강상준 "고착되지 않고, 늘 새롭고 싶다"
'국경의남쪽' 강상준 "고착되지 않고, 늘 새롭고 싶다"
  • 조나단
  • 승인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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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서 주연 배역을 맡은 배우 강상준.
뮤지컬, 연극을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채워나가는 그를 만났다.

지난 4월 27일 남한의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 남북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달라진 모습의 남북평화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오는 6월 29일 남북 분단의 아픔과 탈북을 다룬 작품이 무대 위로 올라간다. 현재의 남북 평화무드에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을까?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게된 배우 강상준은 앞서 소개한 작품 <국경의 남쪽>에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예술의 전당 1층 카페 '리나스'에서 만난 그는. 188cm의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 조그마한 얼굴을 가졌다. 2010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대니 역할을 열연했던 김산호 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상준은 이번 작품 <국경의 남쪽>이 첫 주연 작품이다. 기대가 큰 모양이다.  

인터뷰를 하는 날 그는 연습실과 공연기획팀 등 서울 예술단원들에게 떡을 돌렸다고 했다. 첫 주연을 맡은 배우가 떡을 돌리는 것은 서울 예술단에 전통 중 하나라고 한다. 옛날 서당에서 책거리로 떡을 돌리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보인다. 그는 "선배님들이 다 계실 때 떡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드리게 됐다. 다들 맛있게 드셔주셔서 좋았다"라며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짓는 얼굴 속에서 나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배우 강상준의 팔색조 매력을 알아봤다.  

 

- 첫 주연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한다. 배우 혹은 사람 강상준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달라 

▲ 일단 저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기본적인 몇 살이고 어디에서 뭘 하고 어떤 사람인지 보다 중요한 게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벤트, 사건·사고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들이 살아가면서 일어나게 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은.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궁금해야 된다고 믿는 그런 사람 혹은 배우인 것 같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 그럼 작업에 들어가기 전 많이 준비도 하고 고민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  

▲ 솔직하게 아직은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니, 고민을 할 시간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을 먼저 채우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내 부족함을 채우고 더 고민을 하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공연을 시작하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에서 내가 맡은 배역에 대해 나 스스로 호기심을 잃지 말자, 이걸 잊어가면서까지 하진 말자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같다.   

공연에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내가 하는 일들이 매번 똑같다 보니,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것들이 뭔가 고정되어있는 듯한, 박제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상대방이랑 하는 연기나 내가 하는 연기도 '이게 정답이야', '이렇게 가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지나면 계속 그렇게 하고 있더라. 그런데 영화와는 다르게 무대예술은 한 번 하면 사라지고 다음날 또 새로운 공연이 시작된다.  

그런데 뭔가 매번 똑같은 나를 보게 되니 매번 매 순간이 새로 쓰여지면 좋겠는데 나는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이 부분은 이러지 말고. 저 부분은 저러지 말아야지. 항상 새롭게 보자'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에 가는 길에서도 정리했던 부분을 다른 시각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고민해보고 공부하고 있다.  

 

 

- 이번에 새로 작품을 들어갔다. 이번 작품에 대해 소개하자면  

▲ 새로 들어가게 된 작품은 <국경의 남쪽>이다. 영화로도 제작됐고, 2016년에 이미 한 번 무대에 올라갔던 작품이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 하게 됐다. <국경의 남쪽>은 선호라는 북한의 한 청년이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온 가족이 탈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들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남과 북으로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한에 불시착하게 된 북한의 청년 선호는 북한에 남겨진 연인을 탈북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엇갈린 소식통 때문에 사랑했던 여자를 잊고, 남한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에서 청년을 기다렸던 연인이 탈북을 하게 되고 '운명의 장난'처럼 청년 앞에 나서는 그런 작품이다.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남녀 역할이 주는 갈등과 슬픔, 사랑 이야기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고,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분단이 돼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그런 지점에서 작품을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 이번 작품 <국경의 남쪽>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 맞다. 기회가 있었고, 주인공 배역을 맡게 됐다. 사실 부담감이 엄청났다. 즐거움은 사실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진짜 1시간도 안 갔던 것 같다.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구누구 어떤 역할로 캐스팅했습니다'라는 소식을 듣고는 한 30분 정도 즐거웠는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부담감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부담감. 부담감. 부담감.  

부담감이 없다고 하는 건 진짜 다 거짓말이다. 주연 배우라는 자리는 내가 잘해야 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감독, 연출가, 작가, 선배, 동료 들의 중심이 되어 모두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물을 만들기 전 땅을 다지고 튼튼한 기둥을 세우듯 나 또한 기둥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면서도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부담감을 잊으려고 마인드컨트롤도 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주연을 맡은 만큼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실수 없이 잘 끝낼 수 있도록 더 연습하고 노력할 예정이다.

 

 

- 부담감이 컸나 보다. 그래도 연습을 하다 보면 많이 없어질 것 같은데, 연습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나  

▲ 생각나는 에피소드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에서 북에서 온 청년 선호라는 배역과 남한에서 살고 있는 박형사라는 배역을 맡았다. 매 공연마다 하루하루 바꿔가면서 연기한다. 연출님 의도는 연화라는 그 역할이 어찌 되었던 선호와 연결이 되었으면 한다고 해서 그렇게 설정을 하셨다. 그런데 북한 말이라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연습하고 익숙하게 하다 보니 연습하는 도중에 박형사의 대사를 내가 어딘가 북한 말로 말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야 너네 대가리 어딨어? 어? 빨리 안 불어? 아 이 새끼 의리 있네" 이런 대사가 있는데, 내가 막 집중해서 하다 보면 "야 너네 대가리 어디서? 빨리 안부네? 아 아새끼 의리 있다야" 이렇게 말하더라. 

뭔가 대사가 묻어 나오니까 그런 부분에서 연습을 하면서 재밌었던 것 같다. 평상시에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일 없습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 요즘 급격하게 남북 정세가 평화와 화해무드로 급격하게 변했다. 남과 북 이야기가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이 갔을 거라고 예상된다. 어떻게 생각하고, 영향을 입는다거나 그런 것이 있나.  

▲ 잘 모르겠다. 그런데 밥을 먹거나 우연하게 라디오를 듣더라도 요즘 '북한은 어떻고', '김정은은 어떻더라' 등등 너무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다. 장면을 분석하고 사람들을 분석하면서 탈북민과 북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꼭 공연을 보러 와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보더라도 '이건 아니다'라고 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 영화과를 나오고 중앙대학교 음악극과를 나왔는데, 사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배우가 될 사람이야 나는 배우야 하는 그런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뭔가 재밌고 그냥 흥미로워하는 상태였는데, 졸업할 때쯤 한 작품을 계기로 뭔가 내 생각이 확 바뀌었던 것 같다. 최인훈 선생님의 <옛날 옛적에 훠이훠이>라는 작품이다.

 '아기장수'가 나타나 핍박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기장수가 두려운 악당이 나타나 사람들을 억압한다. 아이를 낳아 기른 아비는 사람들을 위해 아기장수를 죽이고, 어미와 아비 모두 자살을 해 죽는다. 죽은 아기장수 가 말을 타고 내려와 엄마 아빠를 데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데, 그런 그들을 두고 핍박받고 있던 백성들이 "이 험한 세상에 다시 오지 말고 훨훨 날아가라. 다시 돌아오지 말아라 훠이훠이" 하고 떠나보낸다. 세상 사람들, 백성들 모두가 구원을 원하면서. 영웅을 원하지만, 그들로 인해 나와 가족, 친구들이 더 힘들어지고 그들 또한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이런 거지 같은 인생이라도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는 오지 말아라.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랄까. 이 작품을 보고 나니까 아 내가 배우가 돼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 재밌겠다. 이건 재밌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게 계기라면 계기가 아닐까 싶다.  

 

-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작업을 할 때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작업이 있다면?  

▲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기보단,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대학로에서 1년정도 극단에 들어가서 활동하던 당시 '세월호'를 주제로한 작품을 맡은 적이 있다. 같이 공연을 준비하던 사람들과 매일같이 모여서 고민하고 노력했었던 작업이었던 것 같고, 생각을 많이 하게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 매년 공연계에선 수많은 작품들이 무대 위로 올라간다. 배우로서 올라가 보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 있을 것 같다. 강상준이란 배우가 꿈꾸는 배역과 작품이 있다면  

▲ 테네시 윌리엄스라고 미국의 극작가가 있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이 분이 만든 작품 <The Glass Menagerie>이라고 우리말로 하면 <유리 동물원>이라는 작품에 '톰'이라는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다. 톰이라는 캐릭터는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고뇌,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배역이다. 극에서 보이는 가족 간의 모습이 우리나라 정서에도 맞는 것 같다. 일단은 내 마음속에서 제일 첫 번째로 생각하는 작품이고 배역인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는  

 

▲ 일단은 운동을 더 많이 해서 건강해졌으면 한다. 더 건강하고 단단한 신체를 가지고 싶다. 그리고 일단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아 생각난 게 있는데, 예술단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싶은 거?(웃음)   

 

- 강상준이란 배우가 혹은 사람이 생각하는 10년 뒤 공연계의 모습은?  

▲ 10년은 너무 긴 것 같다. 일단은 짧게 5년이라고 본다면, 5년 뒤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미 공연이나 문화계에서 주 소비층이 굉장히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기 때문에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5년 뒤 나는 좀 더 뭔가 생활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 두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데 A라는 작품은 500원을 받을 수 있고, B라는 작품은 50원을 받을 수 있다면. 내가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B라는 작품을 선택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내가 더 노력해서 그런 능력을 갖추고 싶기도 하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다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아무나 추천해도 상관이 없나. 그렇다면 김수연이라고 어렸을 때같이 살았던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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