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 그들 탓이 아냐" 감독 정형석이 그린 '청춘'
"청년 문제, 그들 탓이 아냐" 감독 정형석이 그린 '청춘'
  • 조나단
  • 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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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날인 5월의 어느날, 햇볕이 뜨거웠던 대학로 마로니에의 길가 옆 한 카페에서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정형석 영화 감독을 만났다. 지천명(知天命)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 그 였기에 영화<성혜의 나라>에서 사회적 문제를 청년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성혜의 나라>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예술가는 젊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정형석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엿보았다.

- 전주국제 영화제 한국 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받은 소감은

▲감사하다. 소감은 영화제서 말 했던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독립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도 그렇고 출연진·연출진 등 모두 고생해서 어렵게 만들었다.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는 지원이 하나도 없이 만들다 보니 더 크게 느껴졌다. 대상을 수상하고 보니 고생한 대가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드는데 고생한 친구들과 도움을 줬던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거니 보람도 있고,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영화 성혜의 나라 포스터
영화 성혜의 나라 포스터

- <성혜의 나라>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썻다고 들었다. 감독이 말하는 <성혜의 나라>는 어떤 영화인가

▲ 영화 <성혜의 나라>는 어찌보면 우울한 청춘 영화이기도 하고, 현재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을 다루고 있는 영화기도 하다. 제목을 보면 성혜의 '나라'다. 청년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나라'와 그 안에 사회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청년들이 사회 시스템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힘들고 어렵지만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보다 앞서 걸어온 사람으로 지금 사회 시스템이 잘 적용되고, 유지가 되어 청년들이 잘 걸어올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와 걱정도 하게 됐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사회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청년들이 문제라고도 이야기한다. 힘들어하는 청춘 남녀가 문제인가 이들을 힘들게 만든 사회의 문제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직시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 영화를 찍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을 것 같다

▲ 일단 영화를 찍으면서 아쉬운 점은 역시나 제작비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건 촬영을 다 끝마치고 하는 후반 작업이다. 제작비는 완성도와 정비례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영화속에 다담아 냈지만, 그걸 영화적으로 세련되게 디테일한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편집하는 시간들에 전부 돈이 필요하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향이나 장면 등 기술적인 부분들을 수정·편집하지 못했던게 아쉬웠다. 작품을 좀더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영화 성혜의 나라 스틸컷
영화 성혜의 나라 스틸컷

-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 영화의 내용이 여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갈등선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랑하지만 두 사람 다 너무나 가난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보니 여자는 어쩔수 없이 우리는 헤어져야된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사실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보는, 듣게되는 상황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많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또 현실을 놓고 본다면 헤어지는게 맞다고 본다.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같이 살게 되면 답이 없다. 결혼을 하고 같이 살게 된다면 둘이 너무 고통스러워 질거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이 "우린 헤어지는게 답"이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 장면이 제일 가슴이 아프고, 가슴에 남아있다.

영화 성혜의 나라 스틸컷
영화 성혜의 나라 스틸컷

- 영화 감독 이전에 작가로 활동을 했었다고 들었다. 아쉬움이 남거나 기억나는 작품이 있나

▲아쉬운 작품은 당연히 있다. 이번 작품 전에 영화를 준비하려고 했었던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수년 동안 자리 잡고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던 연극 <그놈을 잡아라>다. 

- 대학로, 그것도 연극에서 20만 명이란 숫자는 대단하다. 대박난 작품인데 왜 아쉬운가

▲대학로에서 롱런하면서 흥행도 잘된 작품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려고 준비를 했었다. 상업적으로 상업 영화를 가려고 보니까 진행이 제대로 안됐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영화화를 준비하던 시절엔 내가 영화적 인지도가 없었다. 그 작품에 대해서 의심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 작품이 가장 아쉽고 아까워, 지금도 그 작품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창작자 라는게 그런 것 같다. 나는 내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러나 투자자나 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갖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맞는 부분인건 인정한다. 창작자는 끊임없이 자기 확신에 대해서 증명해야 된다. 나는 내 선택이 맞다고 본다. 20만명의 관객들이 바로 그 믿음의 결과다.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어느 부분 인정한다. <그놈을 잡아라>는 어려운 작품이다. 스릴러 추리물인데 이걸 상업 영화로 만들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어려우니까 된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니까 영화를 보는거다.

관객들이 머리를 쓰고, 영화가 어려우니까 머리를 써서 풀고자 하는 그 재미때문에 좋아한다고 본다. 그러나 영화 투자자들은 그 점을 자꾸 해체하려고 해서 우리의 합점이 맞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진전이 없다. 내가 만약 이걸 해체해 버린다면, 이 작품이 가진 메리트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딱 기로에 서있다. 뒷편의 나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영화제에서 대상을 타는등 확실한 성과를 보인 감독이 됐다. 작품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최대한 살려보고 싶다.

-작가 이전에는 배우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고 들었다. 배우를 하게된 계기가 있나

▲ 배우를 하게된 계기는. 내가 지금은 청년과 청춘들의 이야기를 했지만 그 당시엔 내가 청춘이고 청년이었다. 80년대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한참을 방황했던 시기였다.
그러는 와중에 어떤 기회에 연극쪽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때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순수했었다. 난 어떤 계산이나 이 런것 보다 순수하게 무대 위에 올라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좋았다. 그것 때문에 공연계로 발을 들였다. 그 당시 많은 연극을 시작했던 배우들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비슷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때는 청춘이라는게 그랬었던 것 같다. 계산보다는 순수한 열정이 나를 움직였던 세대다 보니까 역시나 마찬가지로 그렇게해서 발을 들여서 무대를 오르고, 그렇게 그때가 좋아서 20대 때는 그냥 그 열정으로 20대를 살았다. 

30대가 되니 현실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내가 이대로 살아갈 것인가, 열정만 가지고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을 해보니 무언가 변화를 주려면 지금 해야지 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뭘 하려고 하면 안될거같았다.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보고자 대학로를 떠나게 됐다.

- 어떤걸 시작했나.

▲사실 대학로를 떠나고 나서 뭘 해야하나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해왔던 것과 비슷한 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충무로로 넘어와 글을 공부하고, 영화계로 발을 담갔다.

나는 창작이라는 걸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배우 또한 창작과 연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지점에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연출을 한다는 것은 좀 더 확장된 것이라고 본다. 한 작품에 나의 세계관을 넣을 수 있고, 내가 바라보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은 배우로 연기로 하고 싶고 감독으로서 영화를 찍고 싶다. 계속 끊임없이 작업들을 하고 싶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고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욕망과 본능이 있는 것 같다. 

- 마지막 질문이다. 향후 목표나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 

▲사실 영화 등 작품은 계속 준비 중에 있다. 이번 영화 <성혜의 나라>의 해외 영화제 출품도 준비 중이다. 배우의 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꾸준히 할 예정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글을 쓰고 영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연극과 뮤지컬도 하고 싶지만,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지원을 받거나 하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든다. 나는 이전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내 사비를 전부 투자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한 출연비로 공연비용을 메꾸기도 했다. 지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받기가 어렵고 힘들다.

작업은 계속 할 예정이지만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는 못 할 것 같다. 못 하는게 아니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이걸 발판삼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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