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 보험업계 살얼음판
'저승사자'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 보험업계 살얼음판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8.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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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기식 전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 금융권이 잔뜩 긴장한 가운데 특히 보험업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참여연대와 야당 국회의원 출신인 그가 최근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금융권은 금감원이 반()시장 규제 일변도로 갈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김 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저는 저승사자가 아니다. 오해다. 외부자가 아닌 식구·동료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든든한 벗이자 방패막이·조력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강성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다만 금융감독 현안에 있어 대수술의 메스를 쥔 김 원장은 그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동안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그는 이날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다. 우선 제2금융권 계열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재벌, 의원시절 주창했던 약탈적 대출 문제 등이 취임사에 반영됐다.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김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건정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선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업계는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입법에 실패한 과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장부 가격으로 평가하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대표적이다. 이것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소신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계열사의 채권이나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만 소유할 수 있다. 이때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의 평가 기준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정한 게 보험업 감독규정이다. 감독 규정은 금감원이 개정안을 건의하면 금융위원회 의결로 확정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의 한도가 대폭 줄어들고 대기업 지배구조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보험업법 개정에 나섰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법안이 폐기됐다.

이 규정이 바뀌면 삼성생명의 경우 20조원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일정 기간 안에 내다팔아야 한다.

금융업계는 또 김 원장이 향후 금융위와의 관계에서 금감원의 감독권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원장은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책-감독기구로 각각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부여해 주신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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