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저승사자’라고 불렸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취임 일성으로 금융감독기구의 권위 회복을 내세웠다. 금융감독에 있어선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 하면서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참여연대와 야당 국회의원 출신인 그가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최근 금융권은 금감원이 반(反)시장 규제 일변도로 갈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김 원장은 이날 “저는 저승사자가 아니다. 오해다. 외부자가 아닌 식구·동료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며 “든든한 벗이자 방패막이·조력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강성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다만 금융감독 현안에 있어 대수술의 메스를 쥔 김 원장은 그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김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며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건정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선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금감원 조직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금융업계는 김 원장이 향후 금융위와의 관계에서 금감원의 감독권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원장은 그간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책-감독기구로 각각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국민이 부여해 주신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시절 ‘저격수’로 통하며 기업·금융권을 긴장시켰던 김 원장은 이날 금융권에 대한 압박보다 신뢰를 언급했다.
그는 “금감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감독당국으로서 영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란 요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감독당국으로서 (금감원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을 향해선 “규제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규제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국회 정무위 시절 자본시장과 관련된 규제들을 주도해 풀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 역할을 했고 이제는 금감원장으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