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초대형 IB 대전, 유상호 첫 승기 잡았다
증권사 초대형 IB 대전, 유상호 첫 승기 잡았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투 발행어음 사업 선점효과 기대...증권가 “사업 빠르게 확대할 것”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첫 초대형 투자은행(IB)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특히 경쟁사들을 제치고 초대형 IB 제도의 핵심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향후 한국투자증권의 선점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초대형 IB 5곳 지정안과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했다. 지금까지 초대형 IB로 신청한 곳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이날 증선위는 이 가운데 자기자본 200%까지 발행어음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 인가안으로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상정했다.

 

한투 먼저 웃었다...선점효과 기대

 

오는 8일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를 준비해 온 경쟁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의 1호 초대형 IB 등록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은 금융감독원이 인적·물적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등에 대해 심사하고 있어 이날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대주주격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으로 지난 8월 심사가 보류됐다. 나머지 증권사 3곳은 금융감독원이 단기금융업 심사를 계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발행어음 업무 인가로 선점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환 부사장은 IB 선정을 준비하면서 2020년까지 발행어음 사업으로만 2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종합금융투자실이라는 별도의 운용부서를 신설해 신사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 전 부서별로 투자 모형을 만들어 우수한 사례를 선별해왔다. 지난 6월에는 10명으로 구성된 종합금융투자실을 신설했다. 금융위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이를 정식 부서로 바꿀 계획이다.

강 연구원은 초기 단계에서도 1조원 규모까지는 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IB 및 트레이딩 영역에서의 대형사 집중 현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수익성 지표 개선도 순항 중

 

초대형 IB 사업은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로 한 사업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돈으로 기업대출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자기자본이 44020억원(상반기 말 기준)인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어음 발행을 통해 우선 4조원 이하 규모로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어 투자금 규모를 내년 6조원, 20198조원 등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초대형 IB 1호 간판으로 유상호 사장의 연임 여부가 확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유 사장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예고로 이미 11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지난 2007년 업계 최연소인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브로커리지 수입에 의존하던 한국투자증권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부문을 양대 축으로 키우면서 종합금융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간 것이다. 체질개선의 효과는 곧 실적으로 나타났다. 능력을 입증 받은 유 사장은 현재까지 총 10연임(1년 단위)에 성공, ‘최장수 증권사 CEO’의 역사를 쓰고 있다.

수익성 지표 개선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연환산 ROE(자기자본이익률) 12.7%를 기록, 대형사 중 1위를 기록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평균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벌어들였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초대형IB 대전에서 첫 승기를 잡은 유 사장은 다음 주 발행어음 인가가 최종 확정되면 미리 확보해 놓은 투자처를 대상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기업금융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리스크 관리를 위한 ‘ALCO(자산부채관리위원회)’ 조직을 구성한 뒤 발행어음 금리와 만기, 발행규모 등을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