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의 작가산책 ①] 시인 박순옥 "시는 삶을 행복하게 하는 예술"
[정병국의 작가산책 ①] 시인 박순옥 "시는 삶을 행복하게 하는 예술"
  • 정병국 시인
  • 승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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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아름다운 영혼을 엮는 언어의 연금술사
▲ 박순옥 시인.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서 열린 시화전에 참석해 자신의 시<가을을 팝니다>앞에서 사진을 찍다.

9월 16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서 만나자는 박순옥 시인(60.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의 말에 실망했다.

시인의 집이 부산이라 인터뷰를 핑계로 바닷가의 횟집에서 소주라도 나눌 참이었던 계획이 무산됐다.

약속한 날, 약속한 시각에 정확히 나타난 박 시인은 많은 사람과 동행했다. 모두 시인이란다. 제1회 다솔문학 관악산 걸개시화전에 작품을 출품한 박 시인, 그제야 왜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이해됐다.

관악산 계곡의 물가, 작은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세상에 태어나 기자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잔뜩 긴장한 박 시인에게 대답하기 쉬운 듯싶으면서도 난처한 질문부터 던졌다. 첫 질문을 받은 시인의 눈빛에 미소가 스몄다.

늦깎이 시인…첫 시집이 환갑 기념

-왜 시인이 됐어요?
“꿈 때문에요. 시인이 되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으니까요.”
-꿈을 꾼다고 모두 시인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저도 그게 참 신기해요. 혼자 시 공부한답시고 가슴앓이했는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나이에 비로소 시인이 됐어요.”
-원로 시인에게, 아니면 시 창작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겠군요?
“웬걸요. 사는 게 급급해서 엄두도 못 냈죠. 오히려 공부는 등단한 후에 시작했으니까 전 시인의 길을 거꾸로 걷고 있는 셈이죠.”

박 시인은 올해로 개원 30주년째인 ‘부산문예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시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 막상 등단하고 보니 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부끄러웠다고 했다. 부산문예대학 입학은 남편의 격려와 권고에 용기를 냈다.

▲ 박순옥 시인

-등단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운이 좋았나 봐요. 다솔문학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서정문학 시부문 신인상 원고모집에 응모했는데 뜻밖에 당선됐어요. 너무 꿈같아 한참 동안 울었어요.”
-그렇게 울게 만든 시는 박 시인에게 무엇인가요?
“제가 언제든지 기대어 쉴 수 있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만약 시인의 꿈이 없었다면 우울증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였을지도 몰라요. 시인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시는 제게 삶의 생명 같은 겁니다.”
-삶의 생명이라……박 시인의 시 세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늦깎이 시인의 시 세계를 말하기 부끄럽지만,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누가 읽어도 공감하는, 과장되게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과 감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시는 삶의 진실을 노래하는 거니까요.”

"시인 등단 후 ‘부산문예대학’ 입학
남편과 아들 격려로 시와 그림 몰두
시인이 독자에게 다가가는 노력 절실"

-모든 시인이 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떤 시는 난수표보다 더 어려워서 화까지 나던데.
“글쎄요? 무조건 누구나 다 이해하기 쉬운 시만 쓸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저도 그런 시를 대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무섭기도 해요.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서요.”
-지난 연말에 시집을 출간하셨죠?
“예! ‘커피 내리는 아침’을 냈어요. 첫 시집이 환갑 기념까지 겸하자 기쁘면서도 민망해서 혼났어요. 또 한편으로는 진즉 등단하여 여려 권 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욕심을 내려놓고 살 나이에 참 주책없다 싶더라고요.”

▲ 박순옥 시인

 ‘시화집’ 내고 싶다,

-그럼 대표작이 그 시집에 있겠군요?“
“대표작이라니요? 햇병아리에게 말도 안 되죠. 그냥 정이 많이 가는 시를 꼽으라면 ‘가을을 팝니다’와 ‘무상 집 한 채’를 선택하고 싶어요.
-이유는요?
“‘가을을 팝니다’는 시인의 꿈을 이루게 해 준 작품이고요. ‘무상 집 한 채’는 시집 제목처럼 아침마다 커피를 내릴 때 맡는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커피 향기가 내 마음속에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곤 해요.”

누가 내 마음 속에/ 무상으로 집 한 채/ 지어준 적이 있었던가 // 아무도/ 지어주지 않는 그런 집/ 매일 아침/ 만나는 커피가 // 찻잔 속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향기가/ 집 한 채를 선물로 준다 //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멋지고 편안한 집

시 ‘무상 집 한 채’ 전문이다. 시의 흐름이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한 마디로 꾸밈이 없고, 어려운 시어(詩語)도 없다. 그러면서도 커피 한 잔에서 찾는 행복이 참 따뜻하다. 뭐랄까?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으나 가슴에서는 아름다운 삶의 꿈이 묻어난다.

첫 시집 출간 후 ‘소녀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원숙한 시인’이란 평의 박 시인에게 시에 대한 사회 시각을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서점가에서 시집이 외면당하는데?
“독자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요. 아무래도 그 책임의 첫 번째는 시인이 아닐까요? 독자가 다가가기에 거리가 먼 작품들이라서……. 독자와 소통할 작품으로 다가서는 시인들의 노력이 필요한데……솔직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위 ‘시인사태’라는 사회의 빈정거림도 한몫 거드는 건 아닐까요?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이를테면 시의 수준, 작품의 진실성 등이 부족한 시집의 범람은 곧바로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아픔을 초래할 수밖에요.”
-그렇다면 시인의 길은
“시인은 아름다운 영혼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필요해요. 시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어떤 수단이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하는 순수한 예술이니까요. 순수한 예술의 길을 걷는 것이 곧 시인의 보람이자 행복이고요”

앞으로의 계획 질문에 박 시인은 가을이 깃들기 시작한 관악산 풍경을 바라보다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등산객이 가을 산을 사랑하듯 독자들이 애송하는 시를 꾸준히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 자신이 그린 그림과 시의 ‘시화집’도 내고 싶다며 가을 단풍처럼 얼굴을 붉혔다.

Interviewer 정병국 작가 소개

   
▲ 정병국 시인

시와 수상문학 발행인/도서출판 지식과 사람들 대표/스마트폰 전자책문학'파란풍경마을'대표 /한국문인협회 회원

산문집<귀가마니 세상이 조용해서 좋구나>외 다수

소설집 <이혼의 진실><강>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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