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주가조작' 에스아이티글로벌, 80억원에 매각
'희대의 주가조작' 에스아이티글로벌, 80억원에 매각
  • 박철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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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아이티글로벌을 인수하기로 한 현대디엘은 도어 록 전문 제조업체이다. (홈페이지 캡처)

 

희대의 주가조작으로 곤혹을 치른 에스아이티글로벌(644·거래정지)이 뽑아 든 개선안은 매각이었다. 도어 록 전문 제조업체 현대디엘이 8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에스아이티글로벌 매각은 지난 3, 대여형식의 계약금 2억 원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금전소비대차약정서라는 제목의 2억 원 영수증에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수도 계약에 따른 계약금으로 대체한다고 명시돼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의 매각은 그간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인수를 위해 매각 대금으로 100억 원을 제시한 K 모 기업과 80억 원을 제시한 현대디엘이 경합했다. 더욱이 K 모 기업이 당장 일시금 100억 원에 대해 에스크로(escrow)를 걸겠다고 나선 것.

매수에 나선 두 기업 간 금액 차이는 20억 원. 하지만 많은 액수를 제시했던 K 모 기업은 보호예수기간을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액은 적지만 보호예수 기간을 받아들인 현대디엘이 에스아이티글로벌의 새 주인으로 결정된 것이다. 매각 건은 현 경영진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 와중에 K 모 기업의 손을 드는 권 모 사외 이사와 현 경영진 간의 마찰이 시사저널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권 모 사외이사와 에스아이티글로벌 현 경영진 간의 대립은 음모론으로까지 불거졌다. “말도 안 되는 거짓이다” vs “회사에 잘못을 해 해임돼야 마땅하다는 이들의 진실게임은 지금도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투구 식 이들의 대립각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구치소 이사회로 눈길을 끌고 있는 남부구치소 (구글 지도 캡처)

 

이런 과정을 겪었던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일명 구치소 경영을 했다. 구치소 이사회, 세인에겐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구치소 이사회는 한 모 전 대표(41·구속기소)가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5~6차례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남부구치소(서울 구로구). 이날도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구치소 이사회가 열렸다. 한 평 남짓 접견실이 그들의 이사회 장소였다. 면회시간 단 10분 동안 진행된 이사회였다. 남부구치소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구속 수감된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이사회는 구속수감 중인 한 모 전 대표를 비롯, 김 모 현 대표와 사외이사 자격으로 전 주일 대사를 지낸 3선 국회의원 출신 권 모 이사 그리고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 백 모 이사가 참석했다.

장 모 사내이사도 동행했다. 하지만 면회 인원이 3명으로 제한, 장 모 사내이사는 접견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구치소 이사회는 오는 510, 임시주주총회(임총) 소집 정정 상정내용을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권 모 이사의 해임안과 사내이사 선임이 주된 내용.

이날 한 모 전 대표는 권 모 이사의 해임은 절대 안 된다면서 사임으로 처리하되 밀린 급여와 퇴직금 정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총 때 이사와 감사선임에 대한 상정도 결정, 이를 공시했다.

 

 

오는 10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될 이사·감사선임 명단. (금감원제공)

 

이번 임총에 상정될 선임 사내·외 이사와 감사는 모두 7. 공시를 통해 사내이사 4인과 사외이사 2, 감사 1인으로 확인됐다. 에스아이티글로벌 인수사의 대표와 관계자가 명단에 포함돼있다.

거래소에 제출, 단독 입수한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개선계획안도 이런 매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디엘이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아이티글로벌에 자금 수혈을 하고 이사로 선임될 박 모 씨를 통해 자금을 동원한다는 게 그 골자.

공시를 통해서도 이런 내용은 확인됐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지난 13, 현대디엘이 2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3자 배정증자를 통해 발생한 이번 유증에 대해 에스아이티글로벌 측은 긴급히 자금을 조달하여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기존사업의 강화(계약이행 보증 및 담보능력 제고 등) 및 인력충원 등, 신규 사업의 지원이 그 목적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로써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매각 계약금 2억 원과 대여금 형식의 중도금 8억 원, 이번 유증을 통한 20억 원까지 모두 30억 원의 자금이 발생했다. 매각대금 중 나머지 50억 원의 잔금은 개선 기간 종료 1개월 전에 유상증자를 통해 마무리한다는 계약이다. 또한, 유증은 모두 3년간의 보호예수기간을 두기로 정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개선 기간 종료일인 내년 312일부터 일주일 안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계획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부터 15일 안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결정하게 된다.

아무튼, 주가조작 사건으로 그동안 억장 무너졌던 개인투자자들에겐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요구되지만, 당장 상장폐지는 모면했다.

또한, 개선기간을 통해 향후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도 제시됐다.

한편 검찰이 IT업체 에스아이티글로벌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동 사채업계 '큰손' 최 모 씨(56)를 구속기소 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박길배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채업자 최 모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최 모 씨는 코스닥 상장사 에스아이티글로벌 이 모 전 회장(51·구속기소), 한 모 전 대표의 이 회사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최 모 씨는 주가조작에 사용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모 씨와 한 모 전 대표에게 범행에 필요한 150억 원의 '종잣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가로 넘겨받은 에스아이티글로벌 주식을 처분해 7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이 모 전 회장과 한 모 전 대표 등 주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일단락한 검찰은 핵심 인물인 최 모 씨까지 기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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