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사 인식 부재, 안중근의 ‘울림’ 전합니다"
[인터뷰] "역사 인식 부재, 안중근의 ‘울림’ 전합니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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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충 대한국인 기념사업회 회장 인터뷰

- 테러 예방 홍보물에 안중근 손도장 경찰의 역사 인식 참담

- 초콜릿에 가려진 안중근 기일과 서거일도 가슴 깊이 새겼으면

 

▲ 윤충 대한국인 기념사업회 회장

지난 12일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를 지나던 시민들은 게시판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천 부평경찰서가 제작·홍보한 테러 예방 포스터에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 포스터에는 네 번째 손가락이 단지된 안 의사의 손도장과 함께 ‘STOP! 테러’, ‘테러!! 여러분의 관심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190910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 의사의 손도장을 경찰이 테러 예방 포스터에 사용해 테러리스트라는 뉘앙스를 풍기게 한 것이다.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단체인 대한국인 기념사업회의 윤충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끄럽고 참담한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영웅안중근이 남긴 손도장

 

이 논란은 한 시민이 한국에서 안 의사의 손도장을 테러 예방 포스터에 넣는 게 적절한가라는 글과 함께 포스터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확산됐다. 사진은 인터넷 상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충격적이다.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말인가?”, “위대한 안중근 의사를 욕보였다”, “일본 경찰도 아니고 한국 경찰이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 손도장도 모른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등의 비판글이 쏟아졌다. 부평경찰서에도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평경찰서는 12일 인천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논란이 된 손도장은 테러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포스터에 사용한 것으로 안중근 의사를 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측은 담당 직원이 손바닥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다가 실수로 안 의사의 손도장을 사용한 것 같다해당 포스터는 전부 수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214)을 앞두고 이런 포스터가 붙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 거세졌다.

14일 윤충 대한국인 기념사업회 회장은 본지와 만나 대한민국 국권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는 1910214일 일제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늘은 대부분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확인하는 발렌타인데이로 여겨지고 있지만 서른 살 청년이었던 안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 의사는 19091026일 하얼빈역에 잠입해서 이토를 사살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 의사는 일본 측에 넘겨져 뤼순(旅順) 감옥에 갇혔고 1910214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옥중에서 자신의 철학을 담은 동양평화론을 집필한 안 의사는 그해 3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청소년이 쓰며 그리는 안중근

 

윤 회장은 앞서 경찰서의 부적절한 포스터 문제를 언급하며 안 의사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결사대 단지동맹을 결성하면서 혈서를 쓰고자 약지를 단지했다. 안 의사의 손 모양이 무려 관공서가 제작한 포스터에서 테러리스트처럼 묘사된 것은 이루 말할 데 없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안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은 일본 극우 인사들의 논리다. 오늘날의 발렌타인데이 문화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나라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안 의사의 사형선고 107주기를 맞은 가운데 상술로 얼룩진 발렌타인데이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렌타인데이는 처음에는 편지 등을 주고받던 날이었으나 1840년대 영국에서 초콜릿을 함께 건네면서 초콜릿이 처음 등장했다. 이를 1950~1960년대 일본의 한 제과업체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홍보했다. 이런 문화가 1990년대 국내로 유입되면서 초콜릿을 주고받는 현재의 발렌타인데이가 됐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그래도 발렌타인데이와 겹치는 안 의사의 사형선고일은 이러한 면에서 많이 언급이 되는 편이지만 정작 많은 학생들이 안 의사의 기일인 326일과 안 의사 의거일인 1026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법정이 선고 내린 사형선고일보다 기일과 의거일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젊은이들이 안중근 의사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 심지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른다는 설문조사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안 의사를 비롯한 많은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땀,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제 36년간 식민통치하에 맞서 싸우고 대한민국의 광복을 이뤄낸 순국선열을 기리는 마음이 희미해졌다면 이것은 모두 어른의 책임이다.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역사왜곡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른들이 나서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도 모자란 시국이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형편없는 교육 실정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국인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안 의사 의거 107주년을 기념하는 애국심 함양 전국 학생 백일장 및 사생대회, 시낭송 발표회를 개최했다. 안 의사의 역사적 발자취를 청소년들의 시와 그림을 통해 재조명해 다시 한 번 정립한다는 취지다. 해당 백일장 및 사생대회는 안중근 관련 콘텐츠를 대중에게 새롭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단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올해 10월에도 안 의사의 애국열정을 뒤돌아보고 바른 역사관을 함양하는 백일장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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