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참여 없는 스튜어드십 코드? 업계 '심드렁'
국민연금 참여 없는 스튜어드십 코드? 업계 '심드렁'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지침)가 지난 연말부터 도입됐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심드렁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자산운용사들이 연기금이나 금융 유관기관의 위탁운용사에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계획까지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8개 금융투자회사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성패는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참여에 달렸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둔 8개 금융투자사와 간담회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8개 회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제브라투자자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다. 내부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검토 중인 NH-아문디자산운용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금관리인이라는 의미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이 당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고 있었다면 최근 외압 의혹이 제기된 국민연금의 대응과 결정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스위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이미 10여개 나라가 도입했다. 국내는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됐지만 아직까지 이를 채택한 금융회사가 없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과 이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KDB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 유관기관과 연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중장기 성장을 중시할 것이라며 이런 중장기 수익 추구 성향을 감안해 산업은행, 증권금융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법적 강제력을 띠는 것은 아니다. 각 기관투자가들의 의사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할지를 결정하면 된다. 참여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명시된 원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결국 최대 기관투자자이자 자본시장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이자 책임투자를 이끌어야 할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