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協, 고교감독 국가팀 새감독 내정 '꼼수' 논란
배구協, 고교감독 국가팀 새감독 내정 '꼼수' 논란
  • 박현서 기자
  • 승인 2016.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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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공고 4일만에 지원자 없다며 고교감독 새 감독 내정

대한배구협회(회장 서병문)가 차기 여자배구 대표팀의 새 감독에 박기주 수원여고 감독을 내정하면서 편법과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조선일보는 '대표팀 새 감독에 고교 감독 앉힌 배구협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협회가 전임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정철•IBK기업은행 감독)의 사퇴 사실도 공지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4일간 신임 감독 지원자 모집 공고를 올린 뒤 '지원자가 없다'면서 수원전산여고 배구팀 감독인 박기주씨를 차기 감독으로 내정한다. 박 감독 선정에 협회 고위층 K씨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됐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두 사람은 수운을 연고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 신임 감독은 오는 9월 14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여자AVC(아시아배구연맹)컵에서만 사령탑을 맡아 활동한다.
고교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을 맡긴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 올해 5회째인 AVC컵 여자배구대회는 1~4회 모두 전•현직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배구협회는 "이정철 감독은 리우올림픽까지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었다. 당장 9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표팀을 맡겠다는 프로 감독이 없었다. 차기 모집 감독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9월에 열리는 프로배구연맹(KOVO)컵 일정이 AVC컵과 겹쳐 프로 선수 차출도 쉽지 않다. 결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를 대거 발탁해야 하는데 지난달까지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어 선수를 잘 아는 박기주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후협회가 감독 선임 작업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졌다는 비판이다.

협회는 지난 18일 '차기 감독 모집'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기간은 17~22일까지 5일에 불과했다. 통상 10일 이상 지원서를 받는 것에 비해 모집기간이 짧았다. 그것도 올림픽이 끝나지 않은 때였다. 당시 대표팀의 네덜란드 전 패배로 4강 진출이 좌절이 협회의 열악한 지원에서 비롯됐다면서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모집공고 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이다.

모집과정에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한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이 치러지는 과정에 모집공고를 한 것부터 협회 홈페이지공고, 감독 내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특히 협회가 공고를 올린 시작은 18일 오전 11시 58분이다. 17일부터 뽑는다고 해 놓고, 공지는 하루 늦게 올린 것이다. 실제 지원 기간은 주말(20•21일)을 포함해 4일도 안 됐다.

협회는 조선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24일 홈페이지의 모집 기간을 '17~21일'에서 '18~21일'로 바꿔 놓아 의혹을 자초했다.

국가대표 감독 선발 과정을 총괄하는 김찬호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수원 경희대 배구부 감독)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달 14 ~2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대회 출전을 위해 다음 달 12일 출국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다"며 "지원자가 없어 지난달까지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던 박기주 수원전산여고 배구부 감독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배구계의 한 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AVC컵에는 통상 프로 1~2년 차와 고교 유망주가 출전한다. 이들은 차기 도쿄올림픽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라면서 "어느 때보다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구협회는 AVC컵이 끝난 뒤 대표팀 전임 감독 선임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표팀 사령탑은 모든 지도자들이 탐내는 자리지만 현재 여자 배구 대표팀을 맡겠다는 지도자는 없다. 전임회장 시절 배구회관 건물을 무리하게 166억 원에 매입하면서 막대한 재정 손실을 보고 대표팀 에 대한 충실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령탑을 맡게 되면 승리를 통해 지도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협회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대회를 치르는 것 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귀국 후 회식자리 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김연경 선수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번에는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회식은 없었다. 다음에는 가능하면 고깃집 같은 곳을 가서 선수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눌 자리만 있어도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경 선수의 ‘고깃집’ 발언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의 ‘김치찌개’ 사건을 빗댄 것. 당시 여자 배구 우승을 일군 여자 배구 대표팀은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김찌찌개 회식을 가졌다.

그 당시 ‘맏언니’ 김연경 선수가 자비를 털어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에게 고급레스토랑에서 2차 회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스태프는 감독•코치•트레이너•전력분석원까지 단 4명만 동행했다. 김연경 선수는 이런 실정에 경기 출전과 함께 영어 통역 등을 도맡아야 했다. 김연경 선수를 필두로 한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원 부족에도 불구하고 8강까지 진출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여자배구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는 지도자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향후 협회는 대표팀 전임 선발문제로 애를 먹는다면, 행정능력까지 또 한번 도마 위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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