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품앗이, 한국 글로벌 리더십에 발전될 것”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품앗이, 한국 글로벌 리더십에 발전될 것”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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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가 품앗이를 적극 함양해야한다고 말해 이목이 쏠린다. 최 교수는 국회품앗이포럼 공동대표이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언론학계의 원로다. 최 교수는 품앗이 공동체는 오랜 농경사회를 통해 상부상조의 정신이라며 “ '함께, 더불어' ()을 나누며 살아가던 선현들의 삶의 지혜라고 말했다. '품앗이'는 그 의미가 복합적이고 중층적이어서 한마디로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다음은 품앗이에 대한 최 교수의 설명이다.

품앗이란 무엇인가

최 교수는 품앗이의 ''은 기본적으로 일, 노동, 수고를 일컫는다. ''은 수(:받는다)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품앗이'는 상대방이 제공하는 수고를 고맙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은 능동적인 '주는 행위'이며, ''은 이를 대가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받는 행위이다. 주고받는 나눔(sharing)의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피상적인 의미의 내면에는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농경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이웃 간에 희로애락으로 표현되는 각종 애경사에 서로 사랑과 정, 나눔과 봉사, 배려하는 선한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삶의 양식이 깔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쉽게 표현하면 몸으로 도와준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받고자 함이 아닌 주는 것이 우선이다. 품을 주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으로부터 준 것에 대해 올 것을 기대하는 영어권 문화의 기브 앤 테이크(give &take)와는 맥락을 달리 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농경사회에도 어려운 경우 ''을 파는 '품팔이''품삯'을 받는 형태도 있었다. 그러나 ''''을 더하면 잣대가 전혀 다른 의미로 변주된다. 하루 벼 베기 ''을 했으니 다음에 반드시 같은 양의 하루 벼 베기를 기대하는 유의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수고해 줘서 고맙소'라는 정이 오가는 배려와 나눔과 봉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 노동에 대한 대가를 갚는 형태의 것이 아니란 얘기다. 품앗이는 이웃 간에 정을 주고받으며 행복을 구가했던 선현들의 차원 높은 두레 공동체를 지탱해 온 정신적 바탕이었다.

문화속의 품앗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장문화는 품앗이의 대표적 사례다. 최 교수는 현대인의 삶은 분절된 공간에서 고독하다이제까지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선현들의 '품앗이 정신'을 오늘의 삶속에 '품앗이 문화'로 재현하는 노력이 간절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도시화·산업화로 서서히 잊혀져가던 품앗이 정신을 되살려 각박한 우리 사회를 정이 넘치는 나눔의 사회로 만들자는 생각들을 모으기 위해 최 교수는 경인일보를 통해 '품앗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 교수는 한민족의 DNA인 품앗이의 전통문화를 발굴, 재현하는 '품앗이(K-Pumassi) 글로벌 캠페인'을 선언한 것은 역사적인 거사로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품앗이 운동의 미래는 국제화(글로벌)와 전국화(로컬) 확산전략에 달려있다.

국내에서는 간헐적이나 품앗이의 흔적이나 현대적으로 변형된 도시형 품앗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품앗이라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경기도 의왕시 왕림마을의 공동 김장 담그기나 오메기 마을 나눔 밥상, 전남 신안군 만재도 섬마을의 공동 미역 채취 작업 풍습, 수원시 행궁동의 자동차 없는 마을 운동, 서울 산새마을의 공동체 텃밭운영 등은 틀림없이 품앗이 전통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이 마을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신바람 나게 함께 어울리는'신들림'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벽화마을을 꾸며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봉사정신은 품앗이가 청소년 인성 멘토링의 근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세계 속의 품앗이

품앗이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바탕을 둔 정신가치인 만큼 만국 공통의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에 최 교수는 얼마든지 국제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국 부탄의 높은 행복지수의 근원은 주민들이 돌아가며 상부상조하는 협동 정신에서 유래한다. 히말라야 부족들 사이에 전래되는 야생과 인간의 조화와 공동체 정신, 파푸아뉴기니의 오랜 '베풂' 풍습과 뿌리 깊은'더불어'정신도 때 묻지 않은 인간 심성의 뿌리를 보여준다. '고똥로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바이아니한'(필리핀), '아로파'(Aropa : 솔로몬제도), 'Co-op'(영어권) 등 다른 표현과 약간의 의미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품앗이와 같은 배려와 상부상조의 삶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품앗이 활동은 우리 세대의 재현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만 하는 간단없는 대장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품앗이 캠페인이 새 세대와 미래를 향한 '품앗이 씨앗뿌리기 운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당위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품앗이에 대한 예로 아프리카 어에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근처 나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도 한 바구니를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아이가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하며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뛰어가지 않고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가 포도를 나눠 먹었던 것이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먼저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갔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투"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우분투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가 자주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 당신이 있기에 내가 행복합니다. '함께 =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공식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풍경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나눔과 봉사와 배려의 집대성인 품앗이의 적확한 본보기라고 말했다. 면면히 이어지는 국내의 품앗이 전통,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품앗이 정신이다. 최 교수는 경인일보의 품앗이 캠페인은 선현들이 뿌려 놓은 '품앗이의 길'21세기를 이끌어가는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상징으로 변주하는, 그 출발점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앗이의 시작

최 교수는 품앗이의 시작은 본능적으로 인간육체와 내면세계인 마음·정신의 나눔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육체는 신경망과 혈관으로 이어지는 신체 각 부분의 유기적인 나눔과 조절체계로 건강을 유지하는 모범적인 품앗이 체계다. 최 교수는 인간은 천부적인 나눔의 본능으로 품앗이 사랑을 잉태하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생활을 통해 성장하는 동안 인성교육과 실천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 공동체(두레)를 형성해왔다한민족 농경사회 공동체는 모정에서 출발-인성-사색과 나눔의 지혜-품앗이 실천-두레-대동(大同)-홍익인간으로 이어지는 순환개념 속에 유지돼왔다.

품앗이 운동은 이 같은 공동체 유지 순환체계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자, 과거회귀형이 아닌 어제에서 내일을 창출하는 미래지향형 행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품앗이 캠페인의 기본 취지는 선현들의 상부상조 정신을 복원해 오늘의 삭막한 현실에 변화의 바람 불러 일으키고, 선현들의 과거에서 우리의 미래를 창출해내는 정신운동으로 품앗이를 승화시키는데 있다. 품앗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가 헤쳐 나가야 할 해결책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꾸는 펜의 힘을 통해 독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의 통찰을 제시하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결책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최 교수는 품앗이 운동 전개과정에서 품앗이 심포지엄을 통해 전국 272개 문화원 중심으로 전통적인 품앗이 자료를 발굴, 재현하고 이를 발표 및 정리, 발간하면서 전국적인 '품앗이 나들길'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지자체 품앗이 현장을 망라하는 여행가이드 책자 '품앗이 삶의 흔적을 찾아'(가제)를 발간할 수도 있겠다. 이런 가이드북을 바탕으로 인성-품앗이 나들이 수학여행을 지원하고, 품앗이 영상 다큐 비디오 교육용을 제작하여 전국 초중고에 배포해 단계적으로 교육계의 동참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했다. 최 교수의 품앗이 캠페인과 '품앗이 운동본부'와의 체계적인 연대를 통해 품앗이 운동본부가 추진 중인 제반 활동을 심화시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품앗이의 미래최 교수는 그동안 품앗이 운동본부는 각국 대사 초청 포럼, 6·25 참전 해외용사에 대한 감사편지 쓰기 및 'Thank you from Korea' 품앗이 사절단 방문, '국회품앗이동심한마당' 행사 등을 펼쳐왔다. 이런 행사들이 품앗이 캠페인과 연대하면 '품앗이(Pumassi)'가 글로벌 차원의 나눔 운동으로 확산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품앗이의 국제화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 함양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어렵던 시절 우리의 먹거리 해결에 큰 기여를 해왔고 이제는 저개발국의 빈곤해결에 일익을 담당하듯이, 이제는 품앗이 운동이 국제사회를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정신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품앗이에 대해 끝없는 희망으로 글로벌화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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