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찬구 ‘피붙이가 더 무섭네’ 재격돌 내막
박삼구-찬구 ‘피붙이가 더 무섭네’ 재격돌 내막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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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화해무드 조성...결국엔 ‘남보다 못한 형제’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찬구 금유석유화합 회장

박삼구(7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68)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갈등이 재점화 됐다. 아시아나 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주식을 저가로 매매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위법성까지 지적했다. 금호석화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과 관련한 사항들의 질의 및 자료 요청 공문을 아시아나 항공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 인수 직후 박삼구 회장이 형제간 갈등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재차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금호터미널 매각, 법 위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지분 100%(1004771)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했다.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이 작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다. 금호아시아나는 연휴 전날인 지난 54일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12.6%)인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금호터미널 지분을 처분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왔다.

금호석화는 이번 합병은 정상적인 인수합병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의 현금자산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박삼구 회장의 개인 회사인 금호기업에게 금호터미널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금호석화는 금호기업과 같이 부채가 과다한 SPC와 우량한 자산을 가진 금호터미널이 합병하는 방식은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호터미널의 경우 실질적인 자산증가없이 금호기업의 채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금호석화에 따르면 금호터미널은 현금성 자산을 약 3000억원 보유하고 있고 전국 대도시 요지에 위치한 터미널 부지의 수익 부동산과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

이에 금호터미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 등이 합병을 통해 금호기업의 차입금 상환 및 배당금 지급에 사용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재산상 손실은 물론 금호터미널로서도 부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라는 게 금호석화의 주장이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의 외부감사법인인 KPMG삼정회계법인이 이번 매각 관련 주식 가치 평가를 수행했다면서 독립성 확보를 위해 외부감사인이 동일 법인의 주식가치 평가 업무를 수행한 것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룹에 요청했다법적 문제가 없다고 금호석화의 주장을 반박했다.

올해도 갈등 양상 계속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등을 돌린 이후 줄곧 갈등을 빚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20097월 동생 박찬구 회장과 동반퇴진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동생과 사이가 틀어지자 동생을 해임하고 자신도 퇴진하는 초강수를 둔 것.

양측의 갈등은 송사에 휘말리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박찬구 회장은 20148월 형 박삼구 회장을 배임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명의의 기업어음(CP)4200억원어치 발행해 계열사에 떠넘기는 부당지원을 했고 두 회사의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해 부실이 우려되는 CP를 사들이도록 해 손실을 입혔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20156월 박찬구 회장이 배임혐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형제간의 법정다툼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그 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공식석상에 함께 참석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맏형 박성용 회장의 10주기 추모행사도 각자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금호석화그룹이 지배하는 8개 계열사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그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완전히 갈라섰다. 그러다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 지은 박삼구 회장이 형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형인 제가 먼저 다가가겠다고 화해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박찬구 회장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해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으나 물거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재수사해달라며 검찰에 항고하면서 다시 불씨를 지폈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선 갈등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당시 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주주총회에 대리인을 보내 서재환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에 공개 반대하고 경영 부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일각에선 화해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반응을 내놓았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금호그룹의 부끄러운 형제의 난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그룹간의 갈등은 이번 자산 매각으로 더욱 심화될 위기에 처했다. 공개적인 문제 제기와 법정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이 이끄는 기업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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