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김남구 ‘현대증권’ 놓고 재격돌, 변수는 ‘가격’
윤종규·김남구 ‘현대증권’ 놓고 재격돌, 변수는 ‘가격’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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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한국금융 인수의향서 제출, 키움증권도 참여 검토

국내 5대 증권사인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다시 맞붙는다. 두 회사는 최근 KDB대우증권 인수경쟁을 벌였다가 미래에셋에 패했다. 나란히 쓴 잔을 마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은 또다시 현대증권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섰다. 온라인 전문사인 키움증권도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인수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리딩투자증권과 LIG증권 입찰에 참여했던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현대증권의 인수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시장은 현대증권의 적정 매각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한국금융 재대결

증권업계 마지막 대어라 불리는 현대증권을 놓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연장전에 들어갔다.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현대증권 매각 절차(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 모두 실사를 통해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의 가세도 예상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수 자체의 가능성과 인수 시 시너지 등을 알아보는 초기 단계에서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차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던 파인스트리트를 비롯한 사모펀드들과 국내 금융사에 눈독 들이고 있는 중국계 자본도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되면 이르면 내달 초 인수적격후보자(숏리스트)가 가려지게 되고 이후 실사,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자가 선정된다.

현대그룹, 매각의지 진정성 의문

최근 투자은행업계(IB)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증권과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 3개사의 패키지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매각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의 지분과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0.13%등 총 22.56%의 지분과 경영권이다. 최종적인 인수자는 현대증권 자기주식 7.06%를 자동적으로 얻게 돼 실질적으로는 29.62%의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대그룹 측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인 1조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오릭스프라이빗에퀴티(오릭스PE)와 지분율 22.56%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6474억원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100%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의 장부가치만 2800억원이 넘는 다는 점을 들어 패키지 매각가가 최소 1조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현대증권 지분 22.43%의 장부가는 6935억원으로 현재 평가액은 3000억원 가량이 된다.

여기에 현대증권은 당분간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대형 증권사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증권주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현대증권 주가도 연초 대비 18% 이상 하락해 가격 메리트도 존재한다.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 등의 매력도 갖고 있다.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가 절실한 KB금융과 미래에셋이라는 초대형 증권사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금융지주 모두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선 현대증권 매각 흥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 매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제3자에 매각되기 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작년에 진행된 현대증권의 매각 과정에서도 현대그룹의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KB금융지주는 현대그룹이 가진 우선매수청구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금융 관계자는 사전에 현대그룹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등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우선매수청구권은 매매에 가장 큰 결격사유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해결되지 않으면 참여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가격이 제일 중요

그러나 현대그룹은 우선매수청구권은 저가 매수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보유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또 지난해 현대상선이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파킹딜 논란으로 매각이 불발된 만큼 이번에는 진성 매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증권업황 자체의 실적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라 대우증권 때만큼 인수의지가 강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가격이 제일 중요한데 대우증권 때처럼 베팅할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올해 증권업 전체 실적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하회하는 상황에서 양 사가 현대증권 인수로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달 29일까지 LOI를 받아 3월 초에는 인수적격후보자(숏리스트)를 선정하는 한편 늦어도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매각 자문은 EY한영 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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