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새 판 짜기' 증권계 '빅뱅' 시작
박현주 회장 '새 판 짜기' 증권계 '빅뱅' 시작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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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의 꿈 이룬다” 도전의 ‘완결점’ 찍을까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또다시 한국 증권시장에 새역사를 썼다. 지난해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1위 증권사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 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한국 증권업계 사상 유례없는 자본금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세운 지 18년 만에 일궈낸 쾌거다.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도 산재해 있다. 박 회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로서 뿌리를 내리고 승부사의 화룡점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돌아온 승부사, 뚝심 배팅

박 회장은 한국 금융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전인미답의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다.

박 회장이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이던 20대 초반이다. ‘자본시장의 발전 없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에 투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원생이던 27살에 자문회사 형태인 내외증권연구소를 만든 게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일구는 초석이 됐다.

이후 1987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샐러리맨 생활을 시작한 그는 11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990년에는 32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전국 1위의 약정액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977월 구재상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서초지점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운다. 1998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를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박 회장은 이듬해인 1999년 고객에게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고 2005년 미래에셋생명을 출범시켰다.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적립식 펀드 위주의 투자문화로 바꾸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이가 박 회장이다. 또 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사하며 급성장했다.

성공가도를 질주해온 박 회장에게도 좌절의 시기는 있었다.

지난 2007년 시중 자금을 싹쓸이하며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펀드가 중국 몰빵 투자논란 속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박현주라는 브랜드를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원금이 반토막 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박 사장 역시 명성에 상처를 입었다. 이후 박 회장은 언론 등과의 접촉을 일체 단절한 채 은둔형 CEO로 지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단시일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입지를 굳힌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장기간 정체에 빠지며 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선두권 진입이 좌절돼 온 것도 박 회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러나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박 회장은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

최근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28일 그는 대우증권 인수 관련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대화했다. 8년만이다.

이날 박 회장은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박 회장은 KDB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스스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설정했다. 일본 노무라를 뛰어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미래에셋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노무라는 자기자본 24조원의 아시아 1등이자 골드만삭스 등에 비견되는 글로벌IB.

자기자본 규모에서 업계 4인 미래에셋증권이 2위인 대우증권을 안으면 자기자본 78000억원의 거대 증권사로 변신한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던 NH투자증권(46044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대우증권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양사를 독립적인 상태로 유지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투트랙으로 운영, 통합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모든 조직과 사명, 기업이미지(CI) 등을 통합해 뉴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역량과 해외 네트워크,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경쟁력을 결합해 글로벌IB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물론 미래에셋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로 성장하려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쳐도 자기자본이 91조원에 이르는 골드만삭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의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중국 중신증권 등에 비해서도 아직 중소형사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개 평사원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의 금융투자그룹을 일군 박 회장의 인생 역정에 비춰 아시아 1위로의 도약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최종 인수를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24000억원대 인수대금 납부 등이 남아있다. 이중 최대 과제는 대우증권 노조를 포용하는 것이다.

대우증권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본입찰 최고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노조는 미래에셋이 인수전에 활용한 LBO(차입매수) 방식이 향후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점포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증권사끼리의 합병인 만큼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와 직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이 첩첩이 쌓인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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