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애널리스트 및 매니저 '더티플레이' 줄소환
증권가 애널리스트 및 매니저 '더티플레이' 줄소환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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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검은 공생 관계’가 연이어 검찰에 적발되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금까지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은증권사와 자산운용사만 해도 수십 곳이 넘는다. 수사 과정에서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추가로 비리 의혹이 드러난 증권맨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이들의 불법적인 정보 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보를 미리 듣고 업무 활용뿐 아니라 본인 계좌로 직접 주식을 매매(선행매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금융당국이 CJ E&M의 실적 정보 사전 유출 혐의로 해당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증권사들을 무더기로 제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너만 알고 있어”

최근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이용 불공정거래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으로 운용사 10여 곳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십 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간 학연과 지연 등 친분으로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유통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검찰은 지난 2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소속 펀드매니저인 박모(35)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차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주식리서치팀에서 IT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중순께 주가 조작 세력으로부터‘디지텍시스템스’의 주식을 매입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수천 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차장에게 주가 조작을 청탁한 3명은 이미 구속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현재 수사를 받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박 차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인 컴퓨터에서 당시 작성한기업분석 보고서 등 자료를 복사해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회사 차원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압수수색도 회사가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아닌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당시 어떻게 주가조작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게 됐는지 확인 중”이라며 “당시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문제가 된 종목의 비중도 미미한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 2012년 2월 자본이 전혀 없던 ‘기업사냥꾼’일당에게 인수됐다. 이들은 인수 이후 매출조작과 횡령, 사기대출 등을 저질렀다가 무더기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자금난을 겪던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매각마저 무산됐으며 올해 1월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됐다.

뒷돈 받고 블록딜

최근 검찰이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을 알선 수재 등의 혐의로 잇따라 잡아들이며 수사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한국거래소 직원도 뒷돈을 받고 블록딜(block deal)을 해 체포됐다.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최근 한국거래소 최 모(44세) 차장을 비상장주식 블록딜 거래 알선 혐의로 구속했다. 최 차장은 카카오 상장 전인2013년 3월 카카오 관계자와 증권사 관계자들을 연결해 블록딜을 중개한 후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모 차장은 카카오 대주주로부터보유주식을 처분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주식100만주를 53억 원에 매수하도록 알선해 8000만원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1일 다음과 합병했고 같은 달 1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이 직원은 현재 코스닥본부에 속해 있지만 당시에는 시장감시위원회 소속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해당직원은 카카오에 있던 지인과 증권사 관계자들을 소개해 준 것”이라며“개인적인 일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공식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KB투자증권 이사 박모(47세)씨와 한화투자증권 영업부 지점장인 이모(47세)씨 등 금융투자업계 임직원과 주가조작세력 19명은 구속 기소, 증권사 직원 윤모(37세)씨 등 8명은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박씨는 지난해 8월~10월 대우증권 법인영업부 팀장 김모(43세)씨 등 2명과 함께 I사 대주주의 부탁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 45만주를 130억원에 블록딜로 매도, 6억9000만원의 자금을 대가로 받았다.

“내부 감찰 강화해야”

지난달에도 검찰은 한화투자증권 본사 1층 영업부 지점장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지점장은지난해 9월 하나파트너스 전 대표 김모(50)씨와 함께 T사의 주식 145만주를 기관투자자들에게 28억 원에 블록딜로 팔았다. 이를 통해 받은 대가는 1억5000만원이다. 알펜루트투자자문 대표와 한가람투자자문 펀드매니저도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역시 구속 상태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의 기소율은 2008..2012년에 평균78.1%였으나 2013년부터 올해9월까지는 평균 86.1%로 높아졌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검찰 고발.통보 사건의 유죄율은 98.5%에 달해 무죄율(1.5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업계 일각에선 이번 일련의 비리 사건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내부 감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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