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주진형 '5대 개혁'의 끝
'마이웨이' 주진형 '5대 개혁'의 끝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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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개혁' 쏟아낸 주진형, 내년 3월로 임기 만료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한지붕 두 대표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지난 5일 여승주 한화 그룹 부사장이 한화투자증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여 부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차기 대표이사에 내정된 인물로 이사회만 거치면 바로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된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여부사장은 오는 16일부터 한화투자증권에 첫 출근을 한다. 내년 3월말까지가 주 대표의 임기다. 내정자와 퇴임자간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주 대표는 20139월 취임한 이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간 파격독단이라는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라진 매도 리포트 불러오기

주 대표의 첫 번째 목소리는 매도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도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말이 있다. 조사분석자료(리포트)는 지수가 떨어지고 기업의 실적이 나빠져도 대부분 사라고만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말하는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압력때문이다. 결국 애널리스트들은 매도의견을 내는 대신 목표가를 낮추거나 중립 의견을 내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다. 덕분에 애꿎게 돈 날리는 소액투자자가 쏟아졌다. 이것이 싫었던 주 대표는 매도보고서를 의무화했다. 보고서가 100개면 그중 일정 비율, 예컨대 10개는 반드시 팔자고 쓰도록 했다.

두 번째 목소리는 과당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입에만 초점을 맞추는 세태를 바로 잡겠다는 다짐이었다. 자기매매는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 평가에 반영되는 등 그동안 업계에선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과도한 자기매매는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와 직무태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주 대표는 과당매매제한 정책을 강화해 화제가 됐다. 과당매매 제한 정책은 오프라인 주식매매 회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점과 직원의 수익으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다.

세 번째는 드디어 회사 내에 편집국을 만든다는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리서치 보고서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릴 글까지 고객에게 전달되는 모든 글을 편집국의 감수를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연구보고서나 금융상품 설명서 등에는 우리말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이나 보통 사람의 수준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식 전문용어가 가득하다.

주 대표는 기자 출신과 소설가를 채용했다. 그는 비논리적 문장이 횡행하는 한국 증권가의 리서치 보고서를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없을 것이라며 알아듣기 어려운 문장으로 쓴 고객 안내문이 나 상품 설명서도 이제는 끝이라고 선언했다.

거침없는 쓴 소리, 소통 구설

주 대표의 남다른 목소리는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평가는 찬반으로 엇갈렸지만 그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개혁의 아이콘으로도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주 대표의 과감한 행보는 그룹과도 갈등을 빚어 연임 불가를 통보받게 했다. “재벌오너가 일감몰아주기 식으로 영업을 한다는 그의 네 번째 목소리였다.

지난 정무위원회에서 그는 “(계열사인) 한화S&C 말고 다른 회사와 거래하려다 압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주 대표는 전산장비 구입처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 “삼성물산 매도보고서 때문에 압력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날 국감은 생중계됐다.

이후 한화증권은 주 대표가 연임 없이 내년 3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신임 사장을 내정 발표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기 1~2개월 전에 공식적인 후임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주 대표가 임기를 6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후임자를 내정한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그가 실시 방침을 공언한 서비스 선택제의 경우 주 대표 스스로 밝혔듯이 “(증권업계의) 다른 문제를 일거에 개선하기 위한 최종 단계의 다섯 번째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난달 도입한 서비스 선택제시행을 놓고 주 대표와 일선 지점장들이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당 등 50여명이 서비스 선택제 유보를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이 중 4명이 자택에서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도 구설에 오르곤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수십억원 받는 CEO들의 연봉을 깎아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발언하자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저런 분이 현 정부의 노동 개혁을 담당하고 있다니. 노동부에서만 일생을 보내서 저렇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라고 정면 비판하는 등 정치경제언론계를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날렸다.

결국 지난 2년간 이어진 주 대 표의 파격적인 실험에 대해 그룹은 실패를 선언했다. 하지만 주 대표는 보장된 임기를 채우겠다며 당당하게 근무하고 있다.

내년 3월 퇴진을 앞두고 있어 그의 구조개혁은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있지만 주 대표의 마이웨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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