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병아리' 시절 생각 못하는 '병아리 신화' 하림
[칼럼]'병아리' 시절 생각 못하는 '병아리 신화' 하림
  • 칼럼니스트 박철성<언론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5.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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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이 무척 힘들었나 봅니다. 새벽, 풀벌레들의 합창에 비명 섞인 고음이 섞여있습니다.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삼복(三伏)을 중심으로 발생한 사상 최대의 ‘닭 값 폭락’. 충격에 빠진 양계농민들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농민들 속은 시커멓게 탔습니다. 비명 지를 기운조차 없답니다. 사료비도 안 나올뿐더러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나같이 죽을 맛이랍니다.

여기에 ‘씨암탉’됐다고 거들먹대는 하림은 볼수록 가관(可觀)입니다. 『계란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지금도 대한 양계협회와 법정투쟁 중입니다.

내년, 대기업 군락에 편입될 하림 김홍국 회장은 벌써 대기업 찬양가(贊襄歌)를 읊고 있습니다. 이미 그들 편에 바짝 붙었습니다. ‘닭’을 둘러싼 스토리를 집중 취재,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닭 값이 폭락했다. 1,000원을 위협 받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일일 육계시세표

대기업 진입 앞둔 하림회장 김홍국 『대정부 질타 앞세운 대기업 찬양』 

                              재계 총수들마저 못마땅한 표정!

"우리나라는 차별규제가 심한 나라, 대기업 옥죄는 차별 규제로 기업가 정신이 소멸되고 있다.”

눈꼴시다. 하는 짓이 거슬려 보기 아니꼽다는 뜻. 하림그룹(이하 하림) 회장 김홍국(58)의 발언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림은 병아리 11마리로 시작했다.” 1957년생, 닭띠인 김 회장이 늘 자랑삼아 입버릇처럼 뱉는 창업역사다.

이 11마리의 병아리는 각종 세제혜택과 정부의 온갖 지원금 등을 사료 삼아 지금의 ‘하림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하림은 ‘씨암탉(?)’이 됐다.

▲1957년생 닭띠, 하림 김홍국 회장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진=하림 홈피 캡처

♦10년간 축산경영종합자금 총 2,016억 원 지원, 각종 세제혜택 발판 축산재벌 된 하림

실제 하림은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이하 농식품부)로부터 총 2,016억 원의 축산경영종합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하림이 국내 최대 육가공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림은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총 2,016억 원의 축산경영종합자금을 지원받았다.

2012년 12월 24일,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0년간 하림에 2016억 원을 저리 융자했으며, 금리는 0~4%에 불과했다.”면서 ”하림은 단순한 닭 가공회사가 아니라 축산재벌기업“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생산농가 지원에는 인색하기만 한 농식품부가 하림에는 이렇게 후한 지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하림의 19개 농업회사법인 형태 계열사에 법인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고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축산재벌기업 하림의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하림은 보도자료를 통해 “융자금은 사업목적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통해 활용되고 있다.”면서 “하림 및 계열사 12개사의 10년간 누적 융자금이 2,016억 원이고, 이는 다른 축산기업과 같은 기준이 적용돼 융자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하림은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축산경영자금을 특혜성 저리로 지원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면서 “오히려 생산자단체의 연리 3%보다 높은 연리 4%로 융자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궁핍한 변명이었다.

♦햇병아리로 출발한 하림, 총 6개의 상장사 거느려! 내년 4월 대기업 진입

하림그룹의 모태는 햇병아리로 출발한 축산업. 하지만 하림을 단순히 ‘닭 파는 회사’로 보면 곤란하다.

현재 하림그룹엔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라는 2개의 지주사가 버티고 있다. 그 밑에 하림(3,770원▼80)·팜스코(18,150원▼300)·선진(27,650원▼650)·하림홀딩스(4,250원▼90)·엔에스쇼핑(215,500원▲1,000)·팬오션(4,490원▲100) 등 총 6개의 상장사가 있다. 이 중 그룹의 모체인 (주)하림은 제일홀딩스 안에 속한 자회사. (8월24일 종가 기준)

 

▲급성장하는 하림그룹

하림그룹 내 다른 지주사인 하림홀딩스는 국내외 85개 법인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하림홀딩스의 2014년 연간 총매출액은 8,438억 원.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엔에스쇼핑 등의 유통 부문. 엔에스쇼핑은 같은 해 3,92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하림홀딩스 총 매출의 46.52%에 달한다.

또한 제일홀딩스는 하림홀딩스의 지분 68.0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제일홀딩스를 기준으로 보면 엔에스쇼핑은 손자뻘 되는 회사다. (이상 2014년 12월 31일 기준)

하림은 지난 6월, 법정관리를 받던 팬오션을 1조79억5000만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어섰다.

따라서 하림은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군에 진입할 예정. 해당 체급이 됐다는 얘기다.

♦『부질없는 정부 지원, 대기업 옥죄는 차별 정책 사라져야...』 박근혜 정부 맹렬히 질타!
 
하림이 오늘날 씨암탉이 되기까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하림 김홍국 회장은 “우리나라는 차별규제가 심한 나라”라며 “중소기업은 막 도와주고 대기업을 옥죄는 차별 정책으로 인해 기업가 정신이 많이 소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7월 25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15 전경련 CEO 하계포럼’ 강연에서였다.

 

▲‘2015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하림 김홍국 회장의 발언을 두고 “벌써부터 대기업 편들기를 한다.”는 게 세인들의 지적이다. (사진=전경련제공)

김 회장 말대로 ‘그동안 정부가 마구 도와주지 않았다’면 햇병아리였던 하림이 씨암탉이 될 수 있었을까? 불문가지((不問可知). 불가능했다. 아마 지금쯤은 아사(餓死) 됐거나, 양계농민들처럼 갓 부화한 병아리를 사료로 대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죽을 맛’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이다. 하림 김 회장의 발언이 순수성을 의심받고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코흘리개’ 햇병아리 시절 생각 못 하는 ‘씨암탉’ 하림이란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이어 “법질서와 이익, 나눔을 합쳐 윤리경영이라 하고 이는 기업 성장의 지름길”이라면서 “사업이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닐뿐더러 기업가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봐야 한다.”고 힘줬다. ‘병아리 신화’의 김 회장이기에 물론 으스댈만하다. 하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겸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쉬워들 했다.

♦양계협 • 농민, 하림회장 김홍국 발언 일제히 성토, ‘양계농민은 하림 소작농’ 신세 한탄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양계업계 농가들은 일제히 성토하고 있다. “하림이 양계 시장을 윤리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철저히 익명을 요구한 양계농민 김 모 씨는 “하림이 대다수 종계산업을 직영농장으로 운영하면서 종란납품가를 계속 깎아내려 설 자리를 잃었다.”면서 “나름 사업으로 운영하던 양계농민들이었지만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하림 측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소작농신세가 됐다.”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신세 한탄을 했다.

 

▲하림의 계란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규탄대회 현장.

♦하림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박근혜 정부 향한 강한 문책성 비판!

그나저나 하림은 벌써 대기업 편들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접한 모두의 미간이 구겨졌다. 어느 사람이랄 것 없다. 일명 『하림 트라우마』에 빠져있던 양계 농민들을 비롯하여 대기업 총수들까지.

이날 김 회장은 “정치인들은 정부가 소상공인의 지원을 늘리면 다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반대로 망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것”이라면서 “소상공인의 경우 성공 비율은 18%, 결국 거의 80%가 망하는 셈인데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소상공인들의 지원은 망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질책했다.

김 회장 얘기는 소상공인들의 지원은 의미가 없으니 그만 멈추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의미의 질타였다. 아울러 대기업을 그만 옥죄라는 내용도 내포하고 있었다.

또 그는 “정부가 모두에게 ‘소상공인’ 하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무시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정부 주도의 이 같은 ‘유도’는 인간의 몸에서 장기의 위치를 바꾸는 것과 같단다. 결국, 계속 문제점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정부를 향한 나름의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재계 총수들에게 ‘일자리 창출’ 당부한 이튿날! 하림 김 회장, 정부 질책...

그런데 김 회장 발언 시점이 묘했다. 세인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 기업 대표 간담회를 주재했던 것. ‘창조경제’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였고,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오찬을 겸한 이 날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 성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계 총수들과의 오찬을 겸한 자리에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자리 창출과 지역 중소·벤처기업들과의 상생을 대승적 차원에서 도모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 이는 대기업 중심인 대한민국 산업의 체질개선이 곧 체력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박 대통령의 청사진이었던 것.

이에 대해 허창수 GS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참석한 재계총수들은 일제히 환영으로 화답했다.

아무튼, 하림 김 회장의 최근 발언이 기존 대기업들의 가려웠던 등을 미리 알아서 긁어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온갖 혜택을 먹으며 자란 하림이다. 이제 씨암탉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낯빛을 바꾼 것에 대해 세인들은 혀를 차고 있다. 하나같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하림 김 회장의 ‘대 정부 질타’를 앞세운 ‘대기업 찬양하기’를 어찌 봐야할까? 내년, 대기업에 편입될 막내의 재롱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모두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답하는 씩씩한 용기로 해석해야 할까?

역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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