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배우 서리슬 "9살 때 영화배우 결심했어요"
[인터뷰]여배우 서리슬 "9살 때 영화배우 결심했어요"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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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슬

-‘노출 드레스’ 직후 ‘외국 여배우’로 소개 돼 
- 다음 작품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 보여줄 것”

9살 소녀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감동을 받은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그 소녀의 어머니는 당황해 영화를 꺼버렸지만, 소녀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고집부린 끝에 볼 수 있었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오래도록 소녀의 가슴 한켠에 자리 잡았다. 그 순간 소녀의 꿈은 정해졌다.

그리고 그 소녀가 '소녀'라는 표현보단 '아가씨'에 어울릴 때가 되자, 그녀는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으며 ‘여자 살인마’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틀어주는 특선 영화를 보고 눈물짓던 ‘소녀’가 배역에 욕심을 내는 ‘여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 달 18일에는 한국영화배우협회가 주관한 ‘한국 영화를 빛낸 스타상 시상식’에서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배우 서리슬과의 일문일답.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

▲감사하고 있다. 많이 부족한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어안이 벙벙했다. 상에 걸 맞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옆 라인 노출 드레스’로 화제가 됐다. 특이한 것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본인 기사가 올라왔는데, 그 일주일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많이 낙심했다. ‘이렇게까지 해도 주목을 못 받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드레스는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옷이다. 원래 보수적이신 어머니께서 그렇게까지 도와주셨는데 너무 면목이 없었다. 정말 서러웠던 것은 그 일주일간 내 사진이 종종 기사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부산 영화제를 찾은 외국 여배우’라는 제목으로. 어느 기사에는 이상한 이름으로 써놨더라. 영화제 레드카펫 때 이름도 분명히 호명됐는데 외국 배우라니.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물론 행사장이 많이 소란스럽고 내 이름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속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레드카펫에서 주목 받는 것은 성공했다. 체감은 어땠나?

▲‘그 드레스가 눈에 띄지만 ‘가릴 것 다 가린’ 덕분에 의외로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의 아이디어가 적중한 셈이다.

내 입장에서는 영화제 초청 같은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기회가 닿아 아시아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바래마지 않는 그 곳에 초청 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주목까지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라고 표현하겠다. 무명 배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비난이 아닌 무관심이니까.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큰 것은 처음으로 배역 제의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직접 오디션을 보러 샐 수도 없을 만큼 돌아다녔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 지인들은 그 레드카펫 일을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무한도전’에서 정형돈 씨가 내 이름을 언급했는데, 내 주변 지인들에게는 그 때 연락이 많이 왔다.

나 같은 신인을 언급해주고, 또 그 부분을 편집하지 않아 줘서 너무 고마웠다. 내게는 너무 기쁜 행운들이다. 그렇게 인지도가 생긴 덕분에 차기작도 정해졌다. 가장 자신 있는 배역이다.

신인이라기엔 경력이 많다. 단역부터 주연까지 수십편에 출연했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소속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소속사가 일을 안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정이 안 좋아져서 운영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 후에 다른 소속사로 옮겼는데 2번 더 비슷한 일이 있었다. 덕분에 몇 년이나 일을 거의 못했다. 찾아주는 곳도 없었지만 내가 일을 찾아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많이 답답했다. 그래서 결국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하는 구나’고 마음먹고 마지막 소속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나마 문턱이 조금 낮은 독립영화를 찾아다녔다. 그래서 정말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모든 작품을 했다. 여러 가지 연기도 경험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2 년 간 18편정도 찍은 것 같다.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도 이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죽을 각오로 노력했다.

무명 시절이 길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너무 많다. 배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 경우에는 <궁녀>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였다. 한 여름에 2kg이나 하는 머리장식을 하고 10시간 동안 대기했다. 머리가 망가질까봐 어디 기대거나 눕지도 못했다. 목이 너무너무 아팠지만 참았다.

단역이라도 대사 있는 단역이었으니까. 영화가 개봉하고, 걱정을 많이 하시던 부모님께 ‘딸 영화에 나왔어요’하고 모시고 보러갔다. 그런데 내가 나온 장면이 편집돼 버렸다. 영화가 아니라 ‘딸’을 보러왔던 아버지는 결국 꾸벅꾸벅 조시더라.

내가 나와야 할 장면이 지나고 나니, 눈물이 나더라.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일을 계기로 ‘편집할 수 없는 배우’가 되자고 다짐했다. 정말 강렬한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어 편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런 배우 말이다.

포기할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없었다. 단 한순간도 배우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이 안 풀리고 힘들 때 ‘난 왜 이럴까’하는 생각은 해봤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 길을 포기할 생각은 안 했다.

심지어 슬럼프로 1년 정도 일을 쉬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덕분에(?)아직까지 부모님 신세를 지고 있지만 다행히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해주셨다. 너무 감사한다. 덕분에 내가 아직까지 배우로 있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도 그만두라든가 그런 말을 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워낙 어릴 적부터 이 길을 와서 그런지 격려해주고 걱정해줬다. 대부분 나는 ‘당연히’ 이 길을 가야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를 결심한 계기는 뭔가?

▲9살 때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당시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방송됐다. 그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찡! 하는 것을 느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멋진 감정이다.

지금 생각하니 동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가슴 떨리는 연기를 펼쳐내는 ‘배우’에게 매료됐다. 그때부터 나는 연기자가 될 거라고 다짐했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졸라 작은 소극장에 다니게 됐다. 연극으로 처음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살이 되고나서 원래 꿈이었던 영화배우를 지망하게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타이타닉’은 지금 봐도 즐겁다. 가끔 보면서 울기도 한다. 그런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여자 살인마’ 역할이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 내가 가장 익숙한 역할은 러브 코미디 역이다. 그리고 내가 ‘배우로서’ 가장 욕심나는 역할이 내면연기를 펼쳐야 하는 ‘싸이코 패스’ 배역이다.

내가 원래 추리소설 같은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로서 어려운 연기일수록 탐이 난다. 언젠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사실 배우가 아니라 그냥 ‘서리슬’로서는 멜로영화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그냥 멜로가 아니라 ‘타이타닉’같은 목숨 건 사랑.

정말 상대방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며 사랑하는 불꽃같은 그런 역을 하고 싶다. 얼마나 멋진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어떤 배역인가?

▲‘인질들’이라는 제목이다. 러브 코메디 장르로, ‘민폐 여주인공’ 배역을 맡았다. 이전에 맡았던 배역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더 자신 있다.

사실 지난해 레드카펫 후로 몇 개인가 제안이 들어왔다. 그 중에서 가장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은 작품을 선택했다. 이런 말을 하면 홍보로 밖에 안 들리겠지만 정말 좋은 시나리오다.

일단 유쾌하고 즐겁다. 그리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한다. 이번 작품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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