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칼럼] “허공속의 사자후(獅子吼)인가?”
[공정칼럼] “허공속의 사자후(獅子吼)인가?”
  • 국문호 대표
  • 승인 2015.0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문호 공정뉴스 대표ㆍ정치평론가

사자의 울부짖음.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사자후다.

동물의왕 사자는 단마디의 짧은 사자후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이는 사자가 모든 동물들의 왕으로 군림하며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표현된다. 반대로 사자후를 들은 동물들은 사자의 무서움을 알기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움추러 드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25일 국무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불편한 뜻을 나타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구사한 언어가운데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발언은 한국정치판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통렬한 표현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뜻에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포함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사자후로 일갈(一喝)한 것이다.

지금의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박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다. 지금은 비박으로 불리나 한때는 그들도 친박으로 분류됐다. 그들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었다. 김무성 대표는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유승민 원내대표는 메시지 팀장으로 활약했다. 8년이 흐른 지금의 그들의 관계는 2007년 경선 때와 같지 않다. 특히나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간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좌파적 경제론을 펼쳤다. 세상을 가진 자, 기득권 세력, 대기업 대()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계급적 관점으로 편 가르기와 이분법의 표현을 보였다.그는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길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경제발전의 암적 존재이자 개혁의 대상인 노동귀족이나 강성노조에 대하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추구해 왔던 가치와는 확연히 다른 의견을 보인 것이다. 이번 국회법 파동에서도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상반된 길을 갔다. 박 대통령 의중과는 다른 협상을 유 원내대표가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자후가 유 원내대표에게 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유 원내대표에게 희망을 볼 수 없다는 판단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다.그러나 배신의 정치인으로 표현한 유 원내대표는 자진사퇴는커녕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쉽게 물러설 입장은 아니지만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물러나기엔 모양세가 아닌 것이다.

친박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비박에서는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양분될 수도 있다는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현재 임기 반환점을 넘어서는 박근혜 정부가 효율성의 위기, 신뢰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지우고 어떻게 위대한 성공으로 갈 수 있을까 관건인데 지금이야말로 효과적인 상황 정리의 시간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친박과 비박 사이에 세 대결은 정치혐오만을 키울 뿐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 이념은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는 배신의 정치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은 웰빙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 지도부 전체를 향한 사자후(獅子吼)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새누리당의 환골탈태가 핵심일 것이다.

배신의 정치란 용어가 주는 대중적 효과에 힘입어 판 흔들기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새 판 만들기에는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여야는 지난해부터 내각제 개헌(改憲) 카드로 청와대를 압박해왔다. 원하던 개헌이 어려우니 국회법을 통해 국회중심으로 가려고 했다.

지금 새누리당은 내부문제로 갈팡지팡 하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여·야 친박, 비박 등 누가 여의도에 많은 의석을 갖느냐에 대해 전면적인 전투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사자후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친박, 비박의 힘겨루기로 변모했다.

정권의 재창출 보다는 당장의 내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하는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내분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재집권을 위해선 정계개편밖에 길이 없지 않을까 한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라고 하는 기존의 브랜드를 앞세워 안정적 원내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