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을 아는 장관을 써야 위기관리 할 수 있다"
"행정을 아는 장관을 써야 위기관리 할 수 있다"
  • 김길홍<언론인ㆍ한국미디어서비스 회장>
  • 승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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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위직 공무원들은 언론인들이 보는 것과 달리 소관 행정에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 전문 지식과 행정 경험을 가진 직업 공무원에게 일을 맡겨 그대로 추진하면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성과의 안정성은 유지 할 수 있다.그렇지만 특정 행정분야의 발전적 개혁과 새로운 변화는 기대하기가 힘들다. 처음 고위공직을 맡게되면 산하 공무원들의 정책 건의와 의견을 참고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반대로 종전의 정책에 대해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신에 따라 강하게 지휘감독해야 한다”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선배언론인이 대통령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필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처음 가르쳐준 훈수와 지적이 지금도 적중했다고 기억한다. 필자는 당시 청와대행정관에게 권한과 책임과 자율의 재량을 함께 부여했다. 시행하는 정책의 방향과 대강을 알려주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그리고 청와대 행정관의 사명 인식과 직간접적인 사기진작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 결과 당시 필자가 담당한 비서실의 특정업무는 기대 이상의 행정성과와 업무실적을 거두었다. 필자의 체험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각 부처 장관과 국공기업기관장들이 휘하 간부공무원과 중간임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소관업무의 조정능력을 발휘한다면 국정운영은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국가와 정부의 규모가 세계화 되어 행정부처도 17부 5처 16청으로 크게 늘어났다.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 숫자도 100만명에 이르러 행정 인력도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 보강됐다. 석ㆍ박사출신 공무원 다수가 각 부처의 고위직과 전문 직종에 진출해 있다. 따라서 국정과 행정의 실무를 추진하고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의 능력과 경험은 과거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이다.

이렇게 전문적이고 우수한 인력과 더불어 광범위한 행정 조직과 정부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돌발위기가 발생하거나 비상사태를 맞아 이것들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고, 즉각 대처하는 행정 경험 많은 훌륭한 지휘관과 통할 조정하는 사령탑이 돋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의 불행한 사건을 살펴보자. 최근까지 계속된 인사참사(人事慘事)는 인사를 담당하는 참모와 실무진의 실수와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는 인사존안(人事尊顔)의 자료와 해당인물의 조사(스크린)작업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대통령과 정부가 필요한 각 분야의 인물들을 선별 분류해 당사자의 출생, 성장, 학력, 경력, 가족관계, 친교인사, 전문실력, 재산정도, 전과조회, 정치성향 등 전분야에 걸쳐 사실대로 분석 평가해 놓았다.

요즈음의 DB와 같은 광범위한 인사자료를 비서실 등에서 비치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인사기초 자료의 조사와 확인은 인사 주무부처인 총무처(인사혁신처)와 경찰, 검찰, 정보기관(안기부, 보안사) 등에서 실시한 다음 관련자료를 대통령비서실 민정과 사정 비서실에서 최종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이 인사자료에 빠진 의외의 인물을 요직에 기용할 경우 인사 스크린은 위에서 밝힌 부서와 기관들이 나서기 때문에 지금의 인사청문회처럼 비위 사실과 엉뚱한 내용이 새롭게 폭로되는 불미스런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민주화가 이루어져 시대가 달라졌지만 철통보안 인사의 폐해를 시정하고 과거 정권의 인사 스크린 제도를 참고해 인사참사의 실수와 전철을 거듭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음 세월호 침몰사고 때 정부의 구조대책과 사고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위기관리에 능한 군출신 대통령이라면 현장에서 신속한 재난의 구조지침과 희생자 인양 방법을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해 봤다. 해난사고는 통상 해군, 해경을 지휘하는 장관급 인사(국방장관, 해양수산부장관, 해군참모총장, 해경청장)가 수습해야 당연하다. 대통령은 장관과 청장의 건의를 받아 조속하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통제 조정의 사령탑을 맡은 장관급은 소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

지금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중동호흡기 전염병인 메르스의 방역도 정부의 초동대응이 실패하여 재앙의 수준으로 키웠다. 우리나라의 방역행정은 선진국수준으로 인정받았다. 불과 몇해 호흡기 질환 사스와 신종 인플루엔자등 유행성 독감과 에이즈 등 위험한 전염병을 단시간에 퇴치한 방역행정의 우수성은 세계보건기구(WHO)도 공인했다. 퇴치 경험과 전문실력을 겸비한 방역 일선의 베테랑 공무원들은 정위치에 근무했다. 전염병 유행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수준급 매뉴얼도 완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기에다 우리는 세계 일류급의 종합병원과 의료진 및 의료시설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지 않은가?

훌륭한 조직과 기술과 장비는 모두 사람이 운영한다. 메르스 방역행정의 허점도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방역행정의 경험이 없고 준비가 안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휘봉을 잡은 까닭에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경제학 박사와 연구원 출신의 장관이 산하 방역 전문직 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에게 메르스 방역의 책임과 권한을 주었는지 궁굼하다. 또한 지휘감독과 정책판단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만들었는지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장과 긴밀한 방역 상호협력 체제를 가동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내각의 국무총리 대행과 복지부 장관등이 소정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면 메르스 참화를 예방하거나 축소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문제가 있는 곳에 해당 장관이 나타나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부의 공무원과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는 행정경험이 풍부한 장관을 국정현장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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