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진 용인정신병원 이사장 "병원에 '감성경영' 입히니 환자,가족 모두 좋아해요"
이효진 용인정신병원 이사장 "병원에 '감성경영' 입히니 환자,가족 모두 좋아해요"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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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이사장

병원에 감성과 품격을 입히다. 호텔 수준의 고객중심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용인정신병원의 이야기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용인정신병원은 71년 8월 개원한 국내 최대 정신 병원이다.

정신병원은 폐쇄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을 일순간 반전시켰다. 대신 감성경영을 통해 호텔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병원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9년 취임한 이효진(32) 이사장은‘감성경영’을 천명했다. 스스로 엄격하고 경직된 CEO이미지를 탈피,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환자에게는 감성에 호소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감성경영이 도입된 뒤 병원은 일할 맛 나는 직장, 환자에게는 힐링의 메카로 변했다. 이 이사장의 감성경영 6년 성과를 직접 들어본다.

의료계의 화두는‘의료의질(quality)’이다. 의약분업의 단초였다. 적정성 평가명분이었다. 수가협상의 도구이기도 했다. 이를 대체할 개념으로 감성(感性)이 대두되고 있다.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에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의료진의 서비스가 환자를 빠르게 치유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을 비롯해 신촌 세브란스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이 감성경영을 도입했다. 도입 결과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효진 이사장의 감성경영은 병원업계에서도 화제다. 의료를 전공한 의사도 아니다. 그는 지난 2009년 부친(이충순 효자병원 경영고문)의 뒤를 이어 병원 이사장을 맡았다. 부친이 지병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구원 투수로 나선 셈이다.

용인정신병원은 지난 1971년 8월 23일 이 이사장의 할아버지인 이정환 박사에 의해 설립됐다. 이후 이충순 효자병원 경영고문(2대)에 이어 이효진 이사장 (3대)으로 경영승계가 됐다.

그는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감성경영을 병원경영에 도입한다. 직원들의 반발도 컸다. 병원에‘병’자도 잘 모르는 이십대 중반 갓 넘은 젊은 이사장이 병원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설까지 일었다. 경직된 CEO이미지를 탈피하고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감성경영을 실천했다. 웃음을 전파했다. 해피바이러스는 병원 안팎까지 퍼졌다. 직원들의 변화에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좋아했다. 병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졌던 병원 직원들마저 그의 감성경영 전도사가 됐다.

이 이사장은“환자가 만족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야 한다”며“즐거움과 열정이 넘치는 조직은 높은 성과를 낸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소통 경영을 하고 있다”고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난 2009년 취임한 이후 이 이사장님의 감성경영이 병원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병원은 71년도에 개원했다. 할아버지(이정환 박사)께서 처음 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정신과의사이신 부친께서 경영을 물러 받았다. 6년 전에 부친께서 몸이 굉장히 나빠지셨다.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된다고 했다. 당시 남동생이 군대에 가 있어 제게 병원 경영을 맡게 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경영에 문외한이다. 전공도 대학에서 경제와 대외무역을, 대학원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했다. 처음부터 병원경영을 할 생각은 없었다. 부친은 제게 병원 경영을 맡기며“병원이나 호텔이나 비슷하다. 밥 주고 잠자고 하는 곳이다. 호텔(Hotel)이나 병원(Hospital)의 어원이 같다. 대신 병원은 의료서비스를 더 제공할 뿐이다”고 했다. 6년이 지났다. 호텔경영을 병원경영에 도입하니 몰라보게 달라졌다.

-의료서비스에 감성을 더하니품격이 올라갔다.

▲제가 여자니까 남자보다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 저는 정신과 의사나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저는 일반인의 시각, 즉 가족이나 외부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본다. 내부와 외부에서 보는 시점은 다르다. 이것을 조율해 환자와 가족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간 의료분야에서는 다른 산업과 달리 환자에게 의술을 베푼다는 의미의 제공자 중심이었다. 제가 병원경영을 맡은 뒤 공급자 중심에서 탈피해‘환자관점’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을 강조했다. 여성경영자라서 감성적 경영을 해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 환자 가족의 시점에서 병원을 바라본 게 나름대로 기여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공급자 중심의 의료서비스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로의 전환은 환자나 가족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의료업은 서비스업이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게 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호텔경영에는‘손님은 왕이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 우리가 호텔에 가면 왕 같은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병원에서‘손님은 왕’이라며 대접받기를 요구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저는 병원에 감성경영을 도입하면서‘손님은 왕’이 맞지만 상황에 따라 주도권을 가지고 환자에게 대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걸 듣고 배우면서 직원들이 느끼던 우울감이나 자신감 결여는 많이 완화된 걸 느낀다. 내가 이 사람들을 바꾼다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도 처음에 웃고 인사하는 연습을 시키니 귀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새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해보니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다.

- 3세 경영을 하고 있다. 개원44년째이다. 선대부터 이어져 온 의료 경영 철학은.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이사장직을 맡기면서“환자가 몇 명이냐”고 질문했다. 나는 1900여명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선“환자 가족까지 더하면 1만 명이다. 너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모를 것이다. 1만 명이면 사단급이다. 사단장은 전쟁에서 한명의 병사라도 낙오되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환자 가족들까지 해서 그 사람들 삼시세끼를 다 해서 1년치를 네가 다 해결해줘야 하는 입장이니 신중하게 행동해라”며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아버지는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과 정신 재활을 통해 환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가족을 만나기가 힘들게 된다. 환자를 완치시키고 직업 교육을 시켜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가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부친은 환자 상태에 대한 공감과 환자 입장에서 경영을 해왔다. 그리고 제게“병원에서는 돈 못 번다. 벌 생각마라 벌려고 하면 안된다”고했다.

장애인 재활 직업교육 통해 사회 진출

-이충순 전 이사장께선 장애인 재활교육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우리병원 안에서 일을 한 장애인직원이 50명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병원(2700베드)이었다. 서울, 인천 등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몇 년이 지나면 환자와 가족들 간의 연락이 끊겼다. 환자를 케어하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업을 줘서 자립을 하게 만들자고 생각해 직업재활 교육을 실시했다. 취업을 해야 월급이 나와 생활할 수 있다. 1차로 병원 내 작업장에서 일을 하게 해서 돈을 모으게 해서 어느정도 돈을 모아 월세 보증금이라도 만들어지면 외부 직장(마켓, 공장, 음식점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장애인 표준 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처음에는 카페 바리스타 교육을 했다. 2~3명을 뽑아 근무시켰다. 현재 우리 코디네이터(병원 안내) 보조, 사무 보조, 매점에서 돈 계산, 환경청소 등에서 근무한다.

장애인 미술사업 통해 예술비지니스

미술관 기공식

-장애인 고용사업과 연계한 장애인 미술관 건립을 통한 예술비지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사업은 미술적 재능을 가진 작가를 배출하기 위한 사업이다. 미술관 건립 사업비는 20억 원이다. 병원이 10억원을 투자하고 정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아 추진하고 있다. 양지IC 부근에 건립된다. 현재 병원에도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다. 환자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외국인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정말 좋았다. 이걸 보면서 장애인 작가와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고자 시작했다.

장애인의 미술은 굉장히 독특하다. 아르브뤼(Art Brut, 프랑스어)라고 한다. 프랑스 화가 뒤 뷔페(1901-1985)가 만들어낸 용어이다. 아마추어 작품에 나타나는 일종의 순수한 미술을 지칭하고 있다. 어린이, 정신병자 또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그려진 그림은 직업화가 작품보다 훨씬 솔직하고 창조적인 요소가 있다. 세련되지 않고 정체되지않은 순수한 예술이라는 의미다. 원초적인 장르다. 프랑스, 미국, 스위스 등 서양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한 작가들도 많이 나왔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일반인들의 작품과는 전혀 다르다. 그 장르를 제대로 하는 미술관이 한국에 없다. 작가도 찾기 힘들다. 국내에선 비인기 장르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가를 배출하기 위해선 미술관이 있어야 한다.

-아르브뤼 미술은 용인정신병원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

▲처음에 시작은 같을 것이다. 그림의 시작은 치료 목적이다. 뒤 뷔페가 이들의 예술성을 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뒤뷔페는 프랑스 드루엥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48년 브드통,타피에 등과 함께 협회를 설립했다. 비전문가들의 독특힌 작품세계를 통해 화가들이 영향을 받았다. 콜렉터들도 독특힌 그림들에 매료됐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유행처럼 번졌다. 매년 미국에서 아트회화도 하고 있다. 일본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만 아직 미흡한 상태다. 미술관이 완성되면 세계적인 작가를 양성해 낼 것이다.

-미술관이 완성되면 장애인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조건이 있다. 10억을 받으면 7년간 31명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하고 유지해야한다. 미술관 개관을 통해 전문 장애인 작가를 고용할 계획이다. 장애인 작가가 생업에 신경쓰지 않고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술관의 카페테리아와 기념품샵에도 장애인을 고용할 계획이다.

-사무실이 무척 아트적이다.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병원 경영은 재밌다. 전통적인 의사들이 매니저를 하는 것에 벗어나서 호텔 매니저 기법을 많이 도입했다. 병원의 미술관 이름이 프시케이다. 사람 중에 제일 예쁜 여자. 인간이 신을 사랑한다. 인간이 신을 사랑하니 사이코(Psycho)의 어원이다. 또한 표준 사업장이름이 주식회사‘벗이(versi)’이다.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사회적 편견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용인정신병원의 현황은.

▲정규직이 605명이다. 이중 장애인이 50여명이다. 용인정신병원 외에 관리병원인 서울시립정신병원(400베드), 경기도립병원(270베드), 경기도립노인병원 (200베드) 등 3개 병원 2150병상에 190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환자수 대비 직원수는 3분의 1 수준이다. 정말 인적 서비스다. 저부가가치에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이다.

- 병원의 역할은 치료가 목적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용인정신병원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저희 병원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 ▲장애인 직업재활과 고용 선도적 역할(현재 정규직 605명중 50여명고용) ▲노사 상생 협력 (노사분규 제로사업장) ▲근로자 처우개선 ▲고용노동부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참여 양해각서 체결(벗이 설립) ▲지역상생 봉사활동(정신건강서비스 제공, 불우요양 시설 돕기 사업, 미술전시회, 수원지방법원 정신감정 MOU체결, 20대 청년 정신정간 MOU체결)등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10년 이상된 정신환자 100명 환우가 매월 1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인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전 직원이 목표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외국의 의료법인 종합 병원들 중에 의사가 경영하는 곳은 드물다. 특이한 케이스가 디즈니 랜드에서 경영을 했던 사람이 병원을 경영했다. 너무 즐겁게 만들었다. 디즈니 방식으로. 이게 먹혔다. 좋아하더라. 요새는 콜라보를 해야되고 융합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그런 것이 없다. 좀 다른 분야를 차용하면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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